[휴스턴=뉴스핌] 고인원 특파원=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에도 미 고용시장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이에 따라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고민하는 연준의 부담도 한층 커지게 됐다.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약 열흘 앞두고 발표된 11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전망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인플레이션을 가늠하는 척도인 임금 상승률도 예상을 두 배나 웃돌았다.
이에 따라 연준이 시장의 기대처럼 빠르게 긴축 페달에서 발을 떼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매파적 연준에 대한 베팅도 강화하며 시장의 최종금리 전망도 5.00~5.25%로 올라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 노동부는 2일(현지시간) 11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26만3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사전 전망치인 20만명 증가를 대폭 뛰어넘은 결과다.
실업률은 전월과 같은 3.7%을 기록했다. 이는 WSJ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 파월도 직접 언급한 '임금 상승률'...임금 인상·물가 상승의 악순환 가능성↑
이날 가장 눈에 띄는 건 시간당 임금 상승률이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11월 전월 대비로 0.6% 오르며, 10월(0.5%)보다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시장 전망을 두 배 웃도는 것이자 올 1월 이후 가장 큰 폭 올랐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5.1% 올랐다. 10월 4.9% 오른 데서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지난 30일 브루킹스연구소 연설에 제롬 파월 의장은 40여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선 노동시장이 진정돼야 한다며, 특히나 "임금 상승률이 인플레를 2%로 낮추기에는 너무 높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11월 임금 상승률이 오히려 예상을 두 배나 웃도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는 연준의 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다.
미국 투자 매체인 배런스는 노동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부분적으로 임금을 끌어올리는 요인인데, 11월 기업들의 고용 속도를 보면 수요가 둔화될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뉴욕 한 카페의 구인공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반면 공급은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현재 일하고 있거나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미국인의 비율을 반영하는 경제활동 참가율은 11월 62.1%로 전달의 62.2%에서 소폭 내렸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1.3%포인트나 낮다.
노동 수요가 공급을 훨씬 초과하는 현상이 이어지면 기업들이 인력 확보를 위해 임금을 계속 인상하며 임금 인상·물가 상승의 악순환을 유발할 수 있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연준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노동시장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연준이 예상보다 오랜 기간 금리 인상을 이어가는 등 더 공격적인 긴축을 고민할 수 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 전문가들 "연준 금리 인상 예상보다 오래 이어갈 수도"
랭크 샤인 웰스 매니지먼트의 로버트 셰인 최고투자책임자는 "강력한 고용 수치로 (연준이) 예상보다 오래 금리 인상과 긴축적 통화 정책을 이어갈 이유가 생겼다"면서 "지금 시점에서 시장이 원하는 소식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스파르탄 캐피털의 피터 카딜로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 역시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연준이 내년 1분기 금리 인상을 중단하기보다는 2분기까지 인상 사이클을 이어갈 수 있다"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등 시장이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고용 보고서가 예상보다 강력했지만, 12월 연준이 0.5%포인트로 지난 회의 때의 0.75%포인트 인상에서 금리 인상 폭을 줄이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는 전망이다.
다만 이날의 결과로 오는 12월 FOMC의 성명 내용이 예상보다 매파적일 수 있으며, 12월 연준이 업데이트할 점도표(금리인상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표)에서 보다 공격적인 전망을 내놓을 가능성이 점쳐졌다.
BMO웰스 매니지먼트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영유마는 "11월 고용보고서가 연준 내 매파 인사들의 목소리에 한층 힘을 실어줄 수 있다"면서 12월 점도표에서 이들 매파의 목소리가 반영되며 최종금리 전망치가 올라갈 가능성을 언급했다.
앞서 연준은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반영한 9월 점도표를 통해 내년 미국의 최종금리를 4.6%로 제시했는데 이보다 높은 전망치를 내놓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날 연방기금 금리 선물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내년 5월 기준금리가 5.00~5.25%로 정점을 이룰 가능성을 가장 우세하게 봤다. 발표 전 4.75~5.00%에서 올라간 것이다.
미 증시도 이 같은 전망을 일제히 반영하며 일제히 하락했다. 반면 미 달러화와 미 국채 금리는 오름세다.
미 동부시간 12월 2일 오전 기준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에 반영된 금리 인상 가능성 [사진=CME그룹 데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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