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경화 기자 = 대전시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에 대한 자체 해제를 예고하면서 방역당국이 난감해하고 있다.
실내 마스크 자율화 여론이 적잖은 만큼 이번 대전시의 돌출 행보가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의 '마스크 해제'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최후의 코로나19 방역 조치인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를 통보한 대전시장이 국민의힘 소속인 점도 부담이다.
◆ '뜨거운 감자' 대전시,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 추진
대전시가 이르면 내년 1월부터 독자적으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반면 방역당국은 '방역 조치 완화는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사전 협의를 거친다'는 원칙 아래 협의를 내세우면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5일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대전시가 최근 코로나19 중대본에 전달한 공문에는 '오는 15일까지 정부 차원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해제하지 않으면 자체 행정명력을 발동해 시행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된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역 일대에서 마스크를 벗은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부터 50인 이상 야외 집회, 공연, 스포츠 경기장 등 마스크 착용이 의무였던 야외 시설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된다. 이는 착용 의무화가 시행된 지 약 1년 5개월 만이다. 2022.09.26 kimkim@newspim.com |
정부와 다른 방역 입장을 표한 지자체는 대전시가 처음이다. 식당·카페 등 실내에서 이미 대부분 마스크를 벗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지고 아이들 정서·언어발달에 좋지 못한 점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해제된 외국국가 사례가 늘고 있는 점도 한 이유다.
당국은 대전시 설득에 나설 방침이다. 15일 전문가 공개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자문위원회 논의를 거쳐 중대본에서 실내 마스크 의무 완화 시기 등을 구체화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리되면 일단 대전의 제시 시점 15일까지 정부 차원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없는 셈이다.
대전시가 중대본 결정 전 행정명령을 강행할 경우 중앙정부 차원에서 제동을 걸 수 있을지는 불확실해 보인다. 유권해석이 불가피할 수 있다. 현행 감염병예방법 49조1항2조의2는 시·도지사 등 자치단체장도 마스크 착용 또는 해제 등 감염병 예방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다만 재난안전관리기본법 15조3항에는 중앙대책본부장이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지방대책본부를 지휘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재난안전관리기본법 15조의2제6항은 중수본부장이 시도지사·시장, 군수, 구청장을 지휘할 수 있는 주체로 규정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이러한 규정을 근거로 중대본은 2021년 10월29일 총리 주재 회의에서 마스크 포함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있어 지자체가 강화된 방역조치는 시행 가능하되 완화는 중수본 사전협의·중대본 사전보고 등을 거쳐 조정가능하다고 결정한 바 있다"고 했다.
이어 "다만 이와 별개로 현재 대전시와 동절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와 관련해 긴밀히 협의 중이며 상황 평가·전문가 논의 등을 함께 거쳐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 이외에 이번 건과 비슷한 조치·문의를 한 지자체는 현재로선 없다.
◆ 전문가 "정부 차원 방역 바람직"…해제 여부 '전향적 논의'
개별 지자체 단위 방역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대 방역 결정은 지자체 단독으로 하기보다 중앙정부, 타지자체와 보조를 맞추는 게 합리적이며, 질병 부담에 따른 준비가 돼 있는지 고민해야할 때"라고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국민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전국에 적용되는 지침은 동일하게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정 교수는 다만 "실내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정책이 법적 의무화에서 의학적 권고 정도로 넘어가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당장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에 대해선 시기상조란 의견이 많다. 7차 유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5만명대에서 정체 양상을 보이지만, 증상에도 검사를 받지 않는 숨은 감염자가 적지 않을 거란 관측 아래 실제 확진자는 더 많을 것으로 분석되면서다.
엄 교수는 "위중증환자가 400명대 중후반을 유지하고 지난 한 달간 사망자는 1300명 이상"이라며 "검사율이 낮은 상황에서 비교적 신뢰할 수 있는 위중증·사망 수치통계를 예의주시해야한다. 하락세가 완만히 이어지면 병상 부족은 아니라도 일정 부담이 계속될 수 있다"고 했다.
실내 마스크 해제 논의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 교수는 "7차 유행 규모가 5·6차 때보다 더 커질 가능성은 낮아진 상황"이라며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고 대전시에서도 얘기가 나온 만큼 예정된 전문가토론회에서 (실내 마스크 해제)전향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백화점·대형마트 같이 환기 잘되는 저위험시설부터 해제하는 것이 더 과학적 방역조치"라며 "코로나·독감 등이 겹친 멀티데믹 국면에서 중요한 것은 빠른 진단·처방으로 중증화·사망률을 낮추는 거지 마스크 착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도 "일상생활에서 실내 마스크나 7일 자가격리 조치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령자 등 고위험군에 코로나19 치료제 적극 처방 등 초기대응만 잘해도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실내마스크 자율화 논의를 추진할 때"라고 봤다.
kh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