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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피의자 방어권 보장하는 압수수색 절차를 기대한다

기사등록 : 2022-12-0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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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석 화우 변호사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최근 몇 년간 수사절차에서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이 여러 차례 있었다. 대표적으로 대통령령인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에서 8시간을 초과하는 조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였고,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의 메모를 허용하도록 했으며, 단순 면담이라는 이유로 변호인의 참여·조력을 제한할 수 없도록 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변호인을 배제한 면담에서 주요 진술을 미리 확보한 뒤 변호인의 메모를 봉쇄한 채 다음날 새벽까지 심야조사를 진행하던 수사관행에 비하면 상전벽해라 할 만하다. 형사변호사들이라면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가 실질적으로 개선되었음을 피부로 느낄 것이다.

이러한 방어권 확대의 일환으로 올해 2월에는 압수수색 절차에 관한 매우 중요한 법 개정이 있었다. 형사소송법 제118조에서 기존에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게만 되어 있던 것을 '영장을 제시하고, 피처분자가 피고인인 경우에는 반드시 사본을 교부'하도록 개정한 것이다. 수사절차는 제219조에서 제118조를 준용하므로 피의자에게도 반드시 압수수색영장 사본을 교부하도록 바뀐 셈이다.

최광석 변호사 [사진=화우] 2022.12.06 

압수수색 대응을 하는 변호사들이라면 알 것이다. 과거 압수수색 현장에 나가보면 수사정보 공개를 어떻게든 막으려는 수사기관과 영장 기재 내용을 통해 수사방향을 파악하고 압수수색 절차의 적법성을 따지려는 변호인 사이에 항상 미묘한 신경전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수사기관이 영장 원본을 장시간 보여주는 것을 일종의 시혜로 여겼고, 그러한 조치를 이끌어내는 것을 변호인의 능력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범죄사실이나 압수대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경우에는 향후 절차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형사소송법의 개정으로 피의자나 변호인은 이제 영장 사본을 토대로 전보다 훨씬 더 충실하게 수사에 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압수수색영장 집행의 기본 원칙은 4가지로 요약된다. 영장 원본 제시, 참여권 보장, 선별 압수, 압수물 목록 교부가 그것이다. 특히 피압수자는 압수물 목록을 통해 어떠한 자료가 압수되었는지 확인하므로, 압수물 목록은 압수처분에 대한 준항고 등 권리행사의 기초자료가 된다. 그런데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인해 영장 사본 역시 반드시 교부해야 하는 자료에 포함되면서 피의자는 부당한 수사에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수사기관이 바뀐 형사사법 절차에 발맞추어 압수수색 절차에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차례이다. 아직 수사 일선에서는 개정된 수사절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기존 관행에 따라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다가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압수수색 집행 현장보다는 이미징한 전자정보를 수사기관으로 옮긴 이후 전자정보를 탐색·선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피압수자의 참여를 배제한 채 단순히 전체 파일을 확인한다는 생각으로 무심코 봉인을 뜯고 탐색 절차를 진행하거나, 별건 혐의사실이 발견되었음에도 이를 기존 압수수색영장으로 압수한 뒤 한참이 지나서야 별건 혐의사실에 대한 사후 압수수색영장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인지수사 부서와 같이 압수수색을 빈번하게 하는 곳이 아닌 곳에서 오랜만에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다 보면 이런 실수가 나오기 쉽다. 이제 수사권을 행사하는 기관도 매우 다양해지고, 전자정보가 범죄사실 입증의 핵심이 됨에 따라 전자정보의 탐색·복제·출력의 일련의 과정에서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다소 엉성한 수사관행을 규율하는 명확한 규정도 없고 사건 관계인들의 인식도 부족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제 압수수색에 관한 규정과 판례는 매우 명확하고 자세하게 정리돼 있다. 수사기관들이 압수수색 절차에 대한 엄격한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형사절차의 변호인 중 수사기관과 대립하거나 수사기관을 상대로 분쟁을 일으키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압수수색 등 강제처분의 적법성이다.

최근 몇 년간 압수수색의 위법을 주장하며 수시기관을 상대로 몇 차례 준항고를 제기하였고, 일부 사건에서는 위법성을 인정하는 결정이 최종 확정되었다. 준항고는 사실상 수사기관에 소속된 검사나 사법경찰관 개인을 상대로 하는 것이므로 변호인 입장에서도 되도록 피하고 싶은 절차이다.

하지만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압수대상자가 아님에도 '관련 직원'이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압수를 하거나, 최초 압수수색영장청구서에서 판사가 삭제한 장소·물건에 대하여 압수를 하거나, 피의자가 전자정보 선별절차 참여의사를 밝혔음에도 참여 없이 전자정보를 탐색하여 알게 된 정보로 피의자신문을 진행하거나, 전자정보 선별 중에 별건 혐의사실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었음에도 새로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지 않고서 해당 전자정보까지 압수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그 위법성을 다투어야만 하는 경우이다.

압수수색은 구속과 함께 수사절차에서 가장 강력한 강제처분 중 하나이다.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안을 중대하게 본다는 뜻이다. 실제 단순히 금융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이 아니라 개인이나 사무실에 대한 대인·대물 압수수색이 진행될 경우에는 공소제기까지 이어지는 비율이 높다. 따라서 압수수색 절차에서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가치이다.

수사의 긴급성이나 증거인멸 우려는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먼저 지켜져야 할 것은 압수수색 절차의 적법성이다. 절차의 위법성 문제로 수사가 중지되고 장기화되면, 수사기관은 적시에 실체관계를 규명할 기회를 놓치게 되고, 피해자는 피해 회복의 타이밍을 잃을 수 있으며, 피의자로서도 오랜 기간 불안정한 법적 지위로 일상생활과 생업을 이어가게 된다. 결국 최소한의 범위에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지는 압수수색이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최광석 화우 변호사 

 
2002년 전남외국어고등학교

2006년 경찰대학교 법학과

2008년~2011년 성남중원경찰서 수사과 경제범죄수사관/사이버 범죄수사관

2014년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2014년 제3회 변호사시험 합격

2020년 고려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Global MBA

2014년~현재 법무법인(유) 화우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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