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은혜 기자=교보생명이 지주사 전환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한다. 증시 상장에 한 차례 실패한 뒤 재무적투자자(FI) 어피너티 컨소시엄(이하 어피너티)과의 풋옵션 가격을 둘러싼 법적분쟁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의 지주사 전환 승인 여부에 관심이 몰리는 가운데, 경쟁사보다 열위에 놓인 포트폴리오 한계를 넘어서려면 어피너티와의 갈등에 내포된 리스크 관리를 증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교보생명 사옥 전경 [사진=교보생명] |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내년 초를 목표로 금융지주사 전환을 검토 중이다. 교보생명을 인적분할해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쪼개고, 인적분할 이후 자회사와의 주식교환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식이 가장 유력하다. 교보생명은 주요 FI들에게 내년 2월 이사회를 개최해 금융지주사로의 전환 안건을 의결할 계획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의 주요 FI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9.05%), 어펄마캐피탈(5.33%), IMM PE(5.23%) 등으로 파악된다.
현재 교보생명은 교보증권(73.06%), 교보악사자산운용(50%),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100%)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계열사에 손해보험사가 없는 만큼 이번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손보사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교보생명이 MG손해보험 인수전에 참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지난주 MG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사모펀드 더시트파트너스가 조성하는 펀드에 교보생명이 참여했다는 소식이다. 다만, 교보생명은 이에 대해 "손보사 인수 등은 확인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은 기업공개(IPO)에 실패한 뒤 어피너티와 풋옵션 분쟁이 길어지자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금융지주사로의 전환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초 회계사 딜로이트 안진이 어피너티 등과 공모해 풋옵션의 공정시장가치를 부풀렸다는 이유로 관계자들을 고발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너티는 지난 2012년 9월 풋옵션이 포함된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는데, 해당 계약 내용에는 2015년 9월까지 IPO를 진행하겠단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해당 기간 내 IPO가 이뤄지지 않자 FI들은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하겠다고 나섰으며, 어피너티가 교보생명에 요구한 풋옵션 행사 가격(주당 40만9912원)의 적정성을 두고 양 측의 법적 공방이 진행 중이다.
양 측은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판정부에서 풋옵션 권리행사 적정성 여부에 대한 중재를 받았다. ICC는 어피너티의 풋옵션 권리는 인정하지만, 어피너티가 산출한 가격은 적절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에게 유리하려면 어피너티의 풋옵션 권리가 인정받았으면 안 됐다"며 "양 측에게 모두 '반쪽짜리'인 결과"라고 지적했다.
앞서 9월에는 교보생명이 IPO 실패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교보생명은 이에 대해 "미국 증시 상장은 검토 중이며,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답했다.
향후 보험업계의 관심은 금융당국의 승인 여부에 몰릴 예정이다. 금융지주사법상 비상장사에 대한 지주사 전환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생보업계에서 교보생명과 어깨를 나란히하고 있는 삼성생명, 한화생명과 비교했을 때 포트폴리오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61곳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 중 상장사는 16곳, 비상장사는 45곳이다. 한화생명은 계열사로 93곳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 상장사는 7곳, 비상장사는 86곳으로 파악된다. 반면 상반기 말 기준 교보생명의 계열사는 15곳이며, 상장사는 1곳, 비상장사는 15곳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비상장사인데다가 경쟁사 대비 포트폴리오가 적다는 한계가 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FI들과 법적 분쟁에 내포된 리스크 관리를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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