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삭제해달라며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항소심에서도 택시기사가 자발적으로 동영상을 삭제한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이원범 부장판사)는 8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운전자폭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차관의 항소심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피고인의 범행 및 죄질, 증거인멸교사 행위의 비난의 정도, 피고인의 지위 및 신분에 비춰 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가볍다고 생각한다"며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고 밝혔다.
이 전 차관 측 변호인은 "증거인멸교사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운전자폭행을 비롯한 전체 범죄의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특히 "동영상 삭제 요청을 거절당했고 택시기사가 다른 이유로 자발적으로 삭제한 것으로 (증거인멸교사 행위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실패한 교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택시기사가 동영상을 삭제한 이유는 자신의 범행이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택시기사의 자기 증거인멸 행위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다고 했다. 택시기사 A씨는 당초 폭행 장면이 녹화된 영상이 없다고 했으나 경찰 참고인 조사에서 거짓말이 드러날까봐 스스로 영상을 삭제했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술에 취해 운전 중인 택시 기사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03.15 pangbin@newspim.com |
재판부도 A씨가 이 전 차관과 합의할 당시 동영상 삭제 요청에 '지우긴 뭘 지워요, 안 보여주면 되지'라고 말한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보통 사람이면 삭제 요청에 당황해하거나 고민할 것 같은데 택시기사의 답변은 자연스러웠고 합의 당시 어떻게 행동할지 미리 예상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며 검찰과 변호인 측에 이와 관련한 의견을 내달라고 했다.
또 내년 1월 17일 재판을 마무리한 뒤 2월 말 경 항소심 선고기일을 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전 차관은 차관 취임 전인 지난 2020년 11월 6일 밤 술에 취해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중 집 앞에 도착해 자신을 깨우는 택시기사에게 욕설을 하며 멱살을 잡는 등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차관은 사건 발생 이틀 뒤 택시기사에게 1000만원을 주고 합의한 후 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해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도 있다.
1심은 "단순 형법상 폭행죄가 될 수 있도록 불리한 증거를 인멸 또는 은닉해달라는 부탁으로 평가할 여지가 충분하고 택시기사가 수사기관이 볼 것을 우려해 동영상을 삭제한 이상 증거인멸이 성립한다"며 이 전 차관에게 증거인멸교사의 고의가 있고 방어권 남용에도 해당한다고 봤다.
이 전 차관의 폭행 영상을 확인하고도 내사 종결하는 보고서를 작성해 봐주기 수사 의혹을 받은 전 서초서 소속 경사 B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검찰은 "허위공문서 작성이 명백하다"며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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