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기준 금리 인상에 따른 매수심리 위축으로 인한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금리에도 부동산 매매에 나서는 수요자가 늘고 있다. 지속적으로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저점이라는 판단에 정부의 규제 완화로 매물이 회수되기 이전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최근 2~3년 집값 급등으로 자금력을 갖췄지만 서울 거주를 포기했던 수요자들이 집값 하락세와 급매물 처분 기회를 틈타 매수에 나선 것이다. 실제 젊은 세대 보다 어느정도 자금력에서 여유를 갖춘 40대의 거래가 가장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분양받은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있거나 추가적인 금리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집주인이 내놓는 급매물에 대한 거래는 꾸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집값 하락기조가 유지돼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된다기 보단 간헐적인 거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서울 용산구 일대 아파트 모습. yooksa@newspim.com |
◆11월 부동산 거래 소폭 증가…서울, 40대 거래 32.6% 증가
13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월 전국 집합건물(오피스텔·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 매입 건수는 5만7225건이다. 이는 전월(4만9670명) 대비 15.2% 증가한 수치다.
올해 들어 꾸준히 줄어들던 거래량이 일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올해 1월 8만9079건에서 지난 9월 6만953건으로 줄어든데 이어 10월 4만9670건까지 떨어졌다. 1월 대비 44.2% 급감한 것이다.
지난달 일시적으로 부동산 거래량이 늘어난 데는 지속적인 집값 하락세에 저점이라는 판단이 수요자들의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추가적인 금리 인상으로 집값이 더 떨어지기 전 집을 처분하기 위해 집주인들이 내놓은 급매물이 늘어난 점 역시 거래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만 놓고 보면 지난달 집합건물 매입 건수는 40대가 1989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전월(1500건) 대비 32.6% 증가한 수치다. 집값이 치솟던 최근 2~3년 동안 시장 열기를 주도하던 30대는 전월(553건) 대비 11.3% 소폭 상승했다. 20대는 오히려 지난달 553건에서 487건으로 11.9% 감소했다.
연령대별로 거래량이 고르게 늘었지만 서울에선 40대의 거래량 증가폭이 도드라진다. 최근 2~3년 동안 집값이 급등하면서 서울 거주를 포기했던 수요자들이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매수에 나선것이다.
특히 금리 인상으로 인해 이자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도 어느정도 자금력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부동산 거래량에서 40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올해 1~11월 40대의 부동산 거래 비중은 27.9%다. 이는 지난 한해 40대 비중(27.7%) 보다 0.2%포인트 오른 수치다. 30대는 지난해 25.6%에서 23.7%로 1.9%포인트 떨어졌다.
◆일시적 현상, 매수 심리 여전히 위축…내년까지 금리 인상 랠리 이어질 것
다만 이같은 반짝 거래 확대가 지속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시적으로 거래량이 늘어날 순 있지만 거래가 활성화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년까지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집값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내년 분양받은 아파트 입주를 위한 급매물들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면서 "자금력을 갖춘 수요자의 경우 자신의 생각보다 낮거나 비슷할 경우 집값 상승을 고려해 미리 구매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집값 하락세에 매수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이같은 거래 상승은 급매물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면서 "추가적으로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고 이자 부담도 더 높아지는 상황에 거래가 이전처럼 늘어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다방면에서 완화하면서 집값이 다시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들도 늘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달 서울과 일부 수도권을 제외하고 규제지역을 해제하자 집주인들이 집값 상승 기대감에 매물을 회수하기도 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거래량이 일부 늘었다고 40대의 매수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물론 40대의 거래량이 늘어났다는 것은 맞지만 최근 거래량이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이라 수치가 늘었다고 해서 온전한 시장의 회복으로 점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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