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시공 능력평가 순위 25위인 한신공영이 지방 2곳에서 연이어 아파트 분양에 나서 청약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공급한 3개 단지가 흥행몰이에 실패한 만큼 이번 분양 성과가 향후 브랜드 이미지뿐 아니라 실적, 재무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분양 주택이 늘어 사업 리스크가 확산하면 신규 사업을 위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 연말 포항·세종시서 신규분양...흥행 실패시 미분양 '눈덩이'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신공영은 이달 지방에서 2곳의 신규 분양을 앞둔 가운데 청약 성과가 내년도 분양사업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분양 단지는 경북 포항 '학산 한신더휴 엘리트파크'(1455가구), 세종시 '한신더휴 조치원'(190가구)이다. 이들 단지 모두 같은 날인 지난 9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오는 19~21일까지 청약 접수에 나선다.
한신공영의 분양예정 단지는 기대감보다는 우려감이 큰 상황이다. 집값 내림세가 본격화되고 추가 하락이 예상되다보니 대기 수요자가 내 집 마련을 미루고 있다. 실수요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방은 더욱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앞서 공급에 나선 건설사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포항에서 대우건설은 '포항 푸르지오 마린시티' 672가구(특별공급 제외)를 분양했으나 479가구가 미달하는 사태를 빚었다.
이번 신규분양이 한신공영의 주택사업에 방향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매출에서 주택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황에서 미분양 주택을 대거 떠안을 경우 실적 부담이 커진다. 부동산PF 자금조달이 쉽지 않아 신규 사업에 보수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앞선 지난 8월 지방에서 3개 단지를 선보였으나 모두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울산 '울산대공원 한신더휴'(302가구)는 276가구(특별공급 제외) 공급에 79가구가 청약 미달했다. 경남 '거제 한신더휴'(547가구)는 540가구 분양에 절반 정도인 257가구가 남았고, 충남 '아산 한신더휴'(603가구)는 574가구 모집에 162가구가 청약 미달했다.
비규제지역으로 투자수요 유인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주택매수 심리가 악화한 측면도 있지만 중견 건설사 브랜드로 수요층 선호도가 높지 않은 데다 분양가가 주변시세 대비 저렴하지 않았던 게 실패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 미분양 확산시 내년 신규 주택사업 불투명
한신공영은 원자잿값 상승과 주택사업 부진 등으로 재무구조가 악화하고 있다. 분양사업이 장기간 부진할 경우 공사손실충당부채, 금융비용, 미청구공사 등이 늘어 자금 유동성을 옥죄는 역할을 한다.
일단 실적이 '역대급'으로 부진한다. 2018년 연간 영업이익 2145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9년 1245억원, 2020년 1199억원으로 흘러내렸다. 이듬해에는 446억원으로 급감했고 올해는 예상치가 340억원에 불과하다. 원자잿값 상승에 매출원가가 상승한 측면이 있지만 매출 감소, 신사업 부진 등도 영향을 미쳤다.
사업으로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다보니 부채(유동부채, 비유동부채)가 2020년 말 1조1135억원에서 2022년 3분기 기준 1조5734억원으로 41.3% 늘었다. 3분기에만 이자비용으로 253억원을 지출했는데 이는 전년동기(166억원) 대비 52.4% 급증한 수치다. 한 개 분기 금융이자가 연간 영업이익과 맞먹는 수준이다.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신규 사업에도 제동이 걸릴 공산이 크다.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사업성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부동산 PF대출이 쉽지 않다. 그룹사 건설 계열사도 현금 마련이 만만치 않은 현실에서 지방 사업 비중이 높고 미분양 보유분이 많은 중견 건설사는 더욱 어렵다.
한신공영은 3분기 기준 채무보증 형식으로 PF대출 5070억원 보유하고 있다. 대출 만기는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도래한다. 공사비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대신 갚아야 하는 비용이다. 책임준공의무 미이행시 채무를 인수하는 보증금액도 3305억원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정부는 부동산 PF 보증규모와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사업성 담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견 건설사는 수혜가 제한적일 것"이라며 "한신공영의 경우 최근 분양사업이 부진하고 영업이익 규모가 급감해 자산매각 등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이루지 못하면 유동성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