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전=뉴스핌] 김수진 기자 = 대전 한 전통시장에서 인삼·건어물 도매상을 하고 있는 50대 A씨는 인터넷 판매를 도전했다 판매실적 부진으로 그만뒀다. A씨는 "같은 기간 현장(오프라인) 판매는 매출이 늘었는데 온라인 매출이 늘지 않고 비용만 발생했다"며 "현장에선 누가 단골인지, 뭘 필요로 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는데 온라인을 통하니 누가 누군지, 어떠한 제품이 고객에게 필요한지 알 수 없다는 한계를 느꼈지만 어디 물어볼 곳이 없어 사업을 접었다"고 말했다.
비수도권과 수도권과의 디지털 전환(DX) 격차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디지털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공간 한계가 없는 단어로 인식되지만, 전문가들은 DX야말로 지역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국내 DX 전문 공급기업의 90%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때문에 DX 정보와 기술력도 지역별 편중이 크다. '알아도 하기 어려운 게 DX인데, 지방서는 아예 알기조차 어렵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실제로 최근 산업연구원에서 발표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지역의 수용력 연구'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이 다른 광역시도보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지역 수용력이 월등히 높았다. 즉 4차산업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비수도권에겐 더 높은 것.
상황이 이러다 보니 지역에서 DX는 마치 다른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 밖에 없다. 지방에서 DX를 시도하려면 사실상 본인 스스로 인터넷을 뒤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오프라인으로 상담받을 공급업체도 지역에선 찾기 어려워 관심이 있다면 '인서울'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 상당수가 시간적, 재정적 여유가 없어 상담마저 포기하고 있다.
때문에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숙련 인력들의 경험적 지식의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공책에 적어서 노하우 전수'한다는 현장 이야기가 70~80년대가 아닌 2022년 현재 지방에서는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정부 지원으로 구축되고 있는 스마트공장 사업에 참여한 기업 74.5%가 공장 스마트화 5단계 중 1단계에 그치고 있다. 정부가 엄청난 예산을 들여 진행되는 사업도 DX 속도가 더딘 것.
[서울=뉴스핌] 김민지 인턴기자 = 정부가 소상공인들을 위해 손실보상을 지원하고 추가로 방역지원금 100만원을 지급한다. 손실보상 대상 업종에는 기존 대상에서 제외됐던 이·미용업, 돌잔치전문점, 키즈카페 등이 포함된다. 이는 위드 코로나 중단으로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피해를 입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마련한 대책이다. 사진은 17일 오후 서울 시내 거리 모습. 2021.12.17 kimkim@newspim.com |
정부의 대표적 DX 사업으로 손꼽히는 데이터바우처 사업은 지역별 격차가 큰 대표 사업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편차는 아주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승래(대전 유성구갑) 의원이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AI 데이터 가공 바우처 지원사업' 수요기업 1420개사 중 51.5%가 서울 소재 기업으로 확인됐다. 경기·인천을 더하면 71.7%를 차지해 해당 사업의 수도권 편중이 매우 심각하다.
지난 2020년 과기부 국정감사서 조 의원은 "수도권 인프라를 감안하더라도 71.7%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개선을 위한 최선의 노력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감한 정부 정책 시급한 '골든타임'"
DX관련 법안은 마련되고 있지만, 지역의 전문인력 양성정책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심지어 일선 학교마저도 디지털과 인공지능 관련 교육은 중국보다 30년 뒤쳐져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전문가는 "법안이 마련되고 정책이 다듬어지면 질수록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는 더욱 커지는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간극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방안 마련을 모색해야 한다"며 골든타임을 강조했다.
업계는 지역별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정책 결정권자와 지자체 인식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 산업인 DX 사업을 기존 산업 생리로 바라보는 시각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DX 공급업체 대표는 "상당수 지자체가 DX 등 신기술 확산에 대해 기득권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있어 정책수립에 있어 소극적으로 진행하거나 실효성을 놓치게 되는 것 같다"며 "정부가 강하게 정책 추진에 나선 후 지자체에 관련 자율성을 주는 것도 지역 격차 줄이는데 도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대전=뉴스핌] 김수진 기자 = 비수도권과 수도권과의 디지털 전환(DX) 격차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2022.12.14nn0416@newspim.com |
정부도 DX 지역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데에 이견이 없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부터 지금까지 지역 디지털 인재 양성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하며 관련 정책을 만들겠다고 강조해왔다.
같은 취지로 비수도권 지역별 종합지원센터 설치 필요성도 힘을 얻고 있다. 지역 기업 및 소상공인과 연구기관, 지자체 등이 협업해 지역별 맞춤형 플랫폼을 마련해 DX를 성공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밖에도 기업 규모에 따라 지원책을 세분화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지방 소재 ICT 및 SW기업 90% 이상이 25인 이하 기업이다. 따라서 소규모 기업을 위한 맞춤형 DX를 별도로 정책 추진한다면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SW관련 한 연구원은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금보다 좀 더 과감한 정책을 추진하고 관련 사업을 지역까지 홍보하는 데에 정부 차원에서 힘을 쏟아야 한다"며 "요식적인 정책이 아닌 정말 기업과 산업에 필요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시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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