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3인행 필유기수(三人行必有骑手, 세사람이 길을 가면 그 가운데엔 반드시 배달 기사가 한명 있다)'.
논어의 귀절 '3인행 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师, 세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에 스승으로 여길만한 사람이 한명 있다)'를 패러디한 말이다.
노오란 색깔 복장의 메이퇀(美团) O2O 배달기사, 하늘색 차림을 한 어러머(饿了么) 배달기사. 아파트 엘리베이터와 주택가, 도심 길거리. 베이징의 하루일과 중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사람들이다.
배달 기사는 현대 중국의 도시 기능을 말할 때 간과할 수 없는 시대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매끼 식사는 물론 늦은 밤 간식, 커피, 약품, 잡화에 걸쳐 중국의 와이마이(外賣, 배달) 총 시장 규모는 1조위안에 육박하고 있고 이용자만 5억명을 넘는다. 기사들이 없으면 도시 기능이 멈출 정도다.
도시 주민 소비생활의 핵심 기능을 하면서도 별 주목을 못받았던 중국의 배달기사들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택배기사들은 코로나 방역 전쟁 최일선에서 온몸으로 감염 위험과 싸웠다.
배달 기사들은 도시 봉쇄로 집에 갇히고 감염으로 병원에 격리됐다. 배달기사들의 발이 묶이자 사람들은 갑자기 끼니를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
중국 당국이 12월 7일 10조항 방역 완화 조치(위드코로나)를 발표한 뒤 감염이 폭증하면서 누구보다 동선이 분주한 배달 기사들 또한 집단 감염을 면치 못했다.
베이징과 허베이성 일대 팬데믹으로 기사들이 대거 감염이 되면서 출근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주민들은 주문한 음식과 긴급 약품및 생필품을 받지 못해 발을 동동구르고 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중국 택배업체 배달 기사들이 베이징의 한 주택가에서 주민들에게 주문받은 물건을 전달하고 있다. 2022.12.15 chk@newspim.com |
2021년말 기준 중국 임시직 취업자는 2억 명이며 배달 기사는 이가운데 1300만명에 달한다. 전체 인구의 1%에 육박하는 숫자다. 2020년 2월 국가의 신종 직업 분류 작업으로 배달기사들은 인터넷 배송원이란 이름을 얻었다.
중국 소비경제를 움직이는 실핏줄, 배달 기사들의 수입은 배달 시간 단축에 비례한다. 남보다 1위안을 더 벌기 위해선 수십초라도 배달시간을 단축해야한다. 반면에 시간을 어기면 건당 예정된 보수의 60%가 날아간다.
경쟁이 격화하면서 2015년만해도 3킬로미터 기준 60분이던 배달시간은 2022년들어 최소 40분으로 단축됐다. 대로를 소리없이 달리는 전동 오토바이를 죽음의 질주에 비유하기도 한다. 사회에선 택배 회사들이 이윤을 위해 기사들을 죽음으로 내몬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중국 정부가 이 분야 소위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감독 관리에 나섰다. 당국은 2021년 7월 '인터넷 플랫폼 음식 배달 기사 권익 보호 의견'을 통해 택배업계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의 가혹한 시간 단축 경쟁에 제동을 걸었다.
업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보통 업체들 기준으로 배달 기사들의 월 수입은 초임 기준 5000위안~6000위안, 숙련도가 있는 경력 기사의 경우엔 8000위안~1만 2000위안에 달한다. 하루 배달 건수는 대략 50~80건이며 건당 수입은 거리에 따라 3~4위안 또는 10여 위안 까지 다양하다. 노련한 기사들의 경우 하루에 500위안의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2021년 기준 전국 주민 평균 가처분 수입은 3만 2189위안이며 상하이 베이징 주민들의 가처분 수입은 8만위안에 달한다. 이에 비춰보면 비록 열악한 근무환경이긴 하지만 배달 기사의 수입이 그렇게 박한 것은 아니다.
특히 농촌에서는 만져보기 힘든 수입이 보장되다보니 시골 향촌의 청년들이 계속해서 택배 인력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한 사태 이후 지난 3년 동안의 코로나 기간중 배달 기사들도 많은 고초와 수난을 겪었다.
엄격한 방역 제로코로나 기간중엔 도시 봉쇄와 본인 격리로 걸핏하면 일손을 놔야했다. 2022년 12월 초 방역 완화 조치 이후엔 많은 택배기사들이 코로나 감염으로 출근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위드코로나 시대 개막과 함께 1300만 '인터넷 배송원'의 직업 환경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을 끈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