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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들 떠난 美증시에 홀로 남은 개미들 "버티기 힘들 것"

기사등록 : 2022-12-1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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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자들 "주식 결국은 우상향" 굳건한 믿음
전문가들은 "개미들 결국은 못 버틴다" 비관론 ↑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 증시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험난한 한 해를 보낸 가운데, 약세장 분위기를 진작 감지한 기관 투자자들이 이미 주식을 매도하고 장을 떠난 것과 달리 개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시장에 남아 생존을 위한 투자 전략을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미 증시 관련 뮤추얼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는 1000억달러 이상이 순유입되며 2000년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월가 베테랑들이 운영하는 헤지펀드들의 경우 올해 증시 투자 비중을 줄이거나 주요 미국주가지수 급락에 베팅하는 등 대조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뮤추얼펀드 역시 올 가을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현금 비중을 2.5% 정도로 작년 말 1.5% 수준보다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드만삭스 벤 스나이더 담당이사는 경제가 기울고 주가지수가 급락하는 상황에서는 기관 투자자나 개인 투자자 가릴 것 없이 주식을 내던지지만 올해는 달랐다고 지적했다.

뉴욕증시 S&P500지수가 연초 이후 20% 가까이 떨어지며 10여년래 최악의 연간 성적을 기록할 상황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나이더는 "(올해) 가계들이 주식 매도를 크게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서프라이즈"라고 말했다.

매체는 S&P500지수가 고점 대비 최소 10% 떨어지면 미국 가정들은 대개 주식시장에서 100억달러 정도의 매도에 나서곤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EPFR 자료에서도 주가지수가 연 하락을 기록했던 2015년과 2018년 투자자들은 주식 펀드에서 자금을 대거 인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S&P500지수 연초 이후 흐름 [사진=구글차트] 2022.12.19 kwonjiun@newspim.com

◆ 헤지펀드 vs 개미, 최종 승자는

올해 역대급 인플레이션은 아직 완전히 꺾이지 않았고, 연준 역시 내년까지 긴축 기조를 지속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당분간은 주식 투자 난이도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경고음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암울한 상황에서도 미국 증시에 투자 중인 개인 투자자들은 결국 주식은 우상향한다는 굳건한 믿음을 바탕으로 끝까지 버텨보겠다는 모습이다.

WSJ가 인터뷰한 60세 투자자 브라이언 윌킨슨은 자신이 1987년 주식 붕괴와 9.11 사태, 2008년 금융 위기를 모두 겪어봤지만 절대 시장을 떠난 적이 없고, 증시는 결국은 반등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번 역시 증시가 결국은 위를 향할 것으로 예상했다.

윌킨슨은 특히 지금처럼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황에서는 채권보다는 주식 수익률이 좋을 것이라면서 "인플레이션을 이길 수 있는 게임은 결국은 주식 투자"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지금의 하락장이 고통스럽긴 하다면서 "하지만 사람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하락장에서 나타나는 (매도) 실수"라고 주장했다.

월가 베테랑들은 이러한 개인 투자자들의 굳건한 믿음이 올해 시장을 어느 정도 지지했지만 연준의 긴축 장기화로 침체 그림자가 짙어진 상황에서 이들이 오래는 버틸 수 없을 것이란 회의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실제로 지난 11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6%, 전년 대비 2.0% 각각 감소하는 등 소비자들의 지갑 사정이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도이체방크 데이터에 따르면 기관 투자자들은 여름을 지나면서 하락장 베팅을 최대로 늘렸다. 12월 초 들어 약세장 베팅이 다소 축소되긴 했으나 강세장 베팅은 여전히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RBC캐피탈마켓츠 담당이사 에이미 우 실버만 역시 이달 초 투자자 노트에서 헤지펀드 및 자산운용사들로 이뤄진 자신의 클라이언트들 대부분은 증시 약세장을 점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는 개인 투자자들이 끝까지 버텨 기관 투자자들의 하락 베팅이 어긋날 경우 연말까지 강한 랠리가 연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됐던 2020년에도 6월 중순경에는 헤지펀드 등 기관 투자자들의 주식 선물 포지셔닝은 저점을 찍었지만 뒤이은 두 달 동안 S&P500지수는 8% 넘게 올랐고 연말까지는 20% 넘는 상승장이 이어졌었다.

다만 WSJ는 올해도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2년 전과 같은 반등을 기대하며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고 지적했다.

 

kwonji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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