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한 가운데 그간 공적 자금 투입으로 연명해온 대우조선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체질 개선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19일 대우조선 공시에 따르면 한화그룹과 대우조선은 지난 16일 대우조선 지분 49.3%에 해당하는 신주 발행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최종 인수는 내년 상반기로 전망된다. 한화는 지난 9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한 후 6주간 실사를 진행했다.
MOU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한화그룹을 대상으로 2조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이를 통해 한화그룹은 대우조선 지분 49.3%를 확보한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현재 대주주인 산은은 지분율이 현행 55.7%에서 28.2%로 떨어진다.
◆ 경영진 교체 가능성에 무게...본계약에 '등기이사 전원 사임서 제출' 명시
실사 결과 큰 변수는 발생하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당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를 상급 단체로 둔 대우조선 노조의 반대로 현장실사에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한화가 대우조선 노조에 고용보장과 단체협약 승계를 약속하면서 노조 분위기도 달라졌다.
다만 주요 경영진 교체 가능성은 높다. 한화가 그간 굵직한 인수합병 뒤 자사 출신들을 내려보냈던 점에 비춰볼 때, 한화그룹 출신 인사들이 이들의 빈 자리를 채우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본계약에도 '당사(대우조선) 등기이사 전원의 사임서 제출' 문구가 추가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우조선해양 등기이사는 박두선 대우조선 사장을 비롯해 총 7인으로 구성돼 있다.
박두선 사장 등 핵심 경영진 교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3월 선임된 박 사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 동생의 대학 동기로, 정권 교체를 앞두고 사장에 선임되면서 정권 말 '알 박기' 인사 논란이 제기됐다.
정인섭 전 한화에너지 사장이 새 경영진에 합류하면서 향후 중책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대우조선 인수단 총괄을 맡고 있는 정 전 사장은 지난달 대우조선 인수에 집중하기 위해 대표직도 내려놨다.
정 전 사장은 대우조선의 신임 대표로 손꼽혔지만, 조선업 전문경영진을 선임해야 한다는 노조 요구에 따라 경영지원본부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정 전 사장은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수행비서로 근무한 '대우맨' 출신이다. 2013년 한화그룹에 영입된 후 2019년 한화에너지 대표에 선임됐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의 인사·재무·홍보 등 경영지원 기능 강화를 위해 기존 한화 인력들을 대우조선에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관계자는 "본계약이 인수의 끝이 아니기에, 아직 경영진 교체 관련해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며 인사 관련 내용에 선을 그었다.
◆ 높은 부채에 조선업 불황도 부담...내년 韓 수주금액 42.9%↓ 추정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2022.12.19 aaa22@newspim.com |
대우조선의 높은 적자와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 개선이 한화의 가장 큰 과제다. 대우조선은 지난 2000년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20년 넘게 채권단 관리를 받아오며 '주인 없는 회사'로 불렸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1조1900억 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관측된다. 대우조선은 올해 3분기 말 연결기준 부채 11조6005억원으로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인 부채 비율은 1291%에 달한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조 단위 적자를 기록하면서 이익잉여금을 모두 까먹은 상태다. 올해 3분기 결손금은 2조2735억원에 달한다.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인수자금 2조원 외에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황 불황 전망도 한화에는 부담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조선사들의 내년 수주량은 올해(385억달러) 대비 42.9% 줄어든 220억달러(약28조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올해(3500만CGT·추정) 대비 37.1% 감소한 2200만CGT로 예측된다. 발주액도 올해(1000억달러)보다 39.0% 급감한 610억달러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조선업 불황 이유로 세계 각국의 경기 둔화와 주요국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선박 금융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양종서 수석연구원은 "지난해와 올해 전 세계 신조선 시장의 발주량이 양호한 수준을 보인 건 LNG 시장 활황과 컨테이너 선주들의 집중적 투자 때문"이라며 "경기둔화와 고금리 영향 등으로 선주들이 관망세를 유지하며 내년엔 일시적으로 발주량이 침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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