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주요뉴스 글로벌

BOJ 서프라이즈, 엔캐리 트레이드 '마침표' 찍나

기사등록 : 2022-12-21 15:35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해외 나갔던 '와타나베 부인' 귀국 여부 주목
단기 엔화 강세 불가피...美국채 금리 상승은 '제한적'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일본은행(BOJ)이 오랜 기간 유지했던 '나홀로 통화완화'에서 긴축으로 갑작스런 노선 변경을 시사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파장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저금리의 엔화 자금을 이용해 고수익 자산을 찾아 해외로 나갔던 투기 자금이 BOJ의 긴축 선회로 본국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지각 변동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BOJ가 본격적인 긴축에 돌입한 것이 아니며, 미국의 경기 침체 등 외부 변수들 역시 남아 있어 이번 정책이 외환 및 채권 시장에 미칠 장기 영향을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일본 엔화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엔캐리 마침표?

20일 BOJ는 단기금리는 예상대로 -0.1%로 동결했으나, 장기금리는 변동폭을 기존 '±0.25%'에서 '±0.5% 정도'로 확대했다. 또한 매달 7조3000억엔 수준이었던 장기 국채 매입 규모는 다음달인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9조엔으로 증액하기로 했다.

올해 미국 등 주요국들이 역대급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고강도 긴축을 시행하던 상황에서도 홀로 통화완화를 고수해 오던 BOJ가 뜻밖의 긴축 행보를 보이면서 국채시장과 외환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37엔에서 131.83엔까지 떨어졌다. 하루 사이 엔화 가치가 3.9% 뛴 것으로, 1998년 이후 가장 큰 일일 (엔화 가치) 상승폭을 기록했다.

채권 시장에서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3.6918%로 전날의 3.583%보다 올랐고, 그간 0.23~0.24% 수준에 머물던 10년 만기 일본 국채금리도 0.43%까지 올랐다.

트레이더들은 BOJ의 이번 결정으로 엔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엔화 자금으로 고수익 외화에 투자하는 거래)에 변화가 생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앤케리 트레이드를 활용해 해외 증시와 채권에 투자된 자금은 3조달러가 넘으며, 이 중 절반 정도는 미국에 투자돼 있다.

소시에떼 제네랄은 BOJ의 갑작스러운 정책 조정으로 (엔캐리 트레이드를 활용해 외환투자를 해 온) 와타나베 부인들이 해외 자산 헤지 압력을 마주하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엔화는 더 큰 폭의 상승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소시에떼 제네랄 외환전략 대표 키트 주크스는 일본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BOJ의 추가 긴축 스탠스에 무게를 두면서 엔-달러 환율은 1월 중 125엔까지 떨어질(엔화 강세) 것으로 내다봤다.

엔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할 때 인기를 얻는 고수익 통화인 호주달러와 뉴질랜드달러(키위달러)는 BOJ 결정 이후 즉각 하락했다.

BOJ 결정 전날 88.02엔 수준이었던 엔-호주달러 환율은 20일 86.99엔까지 밀리며 9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해 하루 사이 4.1%가 밀렸다. 이는 2016년 중반 이후 최대 일일 낙폭에 해당한다. 엔-키위달러 환율 역시 83.67엔까지 밀려 하루 새 4%가 빠졌다.

NAB 외환전략 대표 레이 아트릴은 "전날 BOJ 행보는 내년 (완화로의) 정책 전환을 예고한 것"이라면서 "일본의 엔화 약세 용인도 공식적으로 마무리됐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아다치 마사미치 UBS 증권 수석 일본 이코노미스트는 "BOJ가 이번 조치를 뭐라고 부르든 이것은 출구를 향한 한 걸음"이라며 "이는 내년에 총재가 바뀌면 금리인상 가능성의 문을 연 것"이라고 평가했다.

엔-달러 환율 1년 추이 (엔화 가치와 반대) [사진=구글차트] 2022.12.21 kwonjiun@newspim.com

◆ 미국채 금리 상승은 제한적일 듯

다만 BOJ가 앞으로 본격적인 긴축 정책을 펼칠지, 또 그로 인해 엔캐리 자금이 본국으로 얼마나 돌아올지 불투명해 장기적인 시장 파장을 쉽게 예측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BOJ의 이번 조치로 일본과 미국 간 국채금리 격차가 어느 정도 줄면서 일본 기관투자자들의 일본 국채 매입이 늘면 미 국채 수요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는 있다.

벤 에몬스 뉴웨지 웰스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BOJ 충격으로 엔캐리 트레이드가 완전히 종료됐다고 단언할 수는 없으나 일본 투자자들의 미국채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월가 전문가들은 일본 투자자들의 미국채 수요가 감소한다 해도 미국채 금리 상승폭은 제한될 것으로 판단하는 모습이다.

키터그롭 매니징파트너 매튜 키터는 "일본이 수 년 동안 (완화 정책을) 일관되게 취해 왔다"면서 "이번에 정책을 아주 조금 비튼 것인만큼 앞으로 BOJ의 정책 전망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투자자들은 머리를 갸우뚱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MO 채권 전략가들은 중앙은행 정책 서프라이즈의 경우 충격이 수일 내지 수 주간 이어질 수 있으나, 이번 BOJ 조치의 경우 최소한 미국채 시장에 미칠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이번 연휴 기간에 BOJ가 추가적인 깜짝 행보에 나설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외환 헤지비용 상승에 일본 투자자들은 이미 미국채의 순매수를 멈췄다"면서 "이번 일은 시장 충격이긴 하나 재앙적 이벤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BOJ 정책 변경에 따른 미국채 매도 흐름이 지속될지 여부는 미국 경기 침체 정도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연준이 긴축 지속을 시사하긴 했으나 시장 판단은 이미 긴축 종료에 무게가 쏠려 있고, 내년 심각한 수준의 미국 경기 침체가 펼쳐지면 결국 미국채 매력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kwonjiun@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