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봉 전문기자 = 2022년에 들어서면서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의 영향으로 한국 주식 또한 약세를 면치 못했다. 11월 말 기준으로 한국 코스피 지수는 -17%, 코스닥 지수는 -29% 하락해 일본, 중국, 유럽보다 하락폭이 훨씬 더 컸다. 그렇다면 한국 주식을 보유한 개인투자자는 얼마나 될까. 2020년 말 기준 910만명이었다.
◆ 한국 주식투자자 1300만명 시대...수익률은 처참
그런데 한국예탁결제원의 자료에 따르면 놀랍게도 1년 뒤인 2021년 말에는 한국 개인투자자가 무려 51%(464만명) 폭증한 1374만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에 주식투자 열풍이 엄청났음을 알 수 있다.
이 정도로 개인투자자가 급증했다면 투자금액도 만만치 않게 증가했을 것이다. 지난 3년간 한국 개인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에 얼마나 투자한 걸까.
한국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3년간 한국 증시에 무려 167조원을 쏟아부었다. 개인투자자들의 막강한 자금력이 부러울 정도다. 그런데 데이터를 잘 살펴보면 흥미롭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61조원을, 기관투자자는 95조원을 순매도했다. 이 엄청난 매도물량을 모두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받아준 꼴이다.
한국 개인투자자는 2021년 한 해 동안 78조원의 한국 주식을 순매수하며 가장 활발하게 투자를 진행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21년 6월에 한국 코스피는 역사적 고점인 3300포인트를 돌파한 이후 계속 조정을 받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 고점에서 한국 주식을 집중 매수한 셈이다.
이런 이유로 2022년에는 전년 대비 순매수금액이 3분의 1에 불과한 25조원에 그쳤다. 한국 개인투자자들은 과연 어떤 종목을 선호했을까.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코스피 종목 1위는 삼성전자로 561만명, 2위는 카카오로 192만명, 3위는 현대차로 118만명, 4위는 대한항공으로 88만명, 5위는 SK하이닉스로 88만명이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1년간 수익률은 삼성전자 -21%, 카카오 -50%, 현대차 -19%, 대한항공 -13%, SK하이닉스 -35%로 예외 없이 모두 부진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암호화폐에 비하면 하락폭이 덜하지만 투자자들이 상당한 손실을 보고 있음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코스닥 종목 1위는 셀트리온헬스케어로 29만명, 2위는 인터파크로 29만명, 3위는 카카오게임즈로 26만명, 4위는 하림으로 22만명, 5위는 초록뱀미디어로 20만명이다. 역시 안타깝게도 최근 1년간 수익률은 셀트리온헬스케어 -19%, 인터파크(그래디언트) -48%, 카카오게임즈 -53%, 하림 -2%, 초록뱀미디어 -61%로 모두 부진하다.
결론적으로 한국 주식투자자 1300만명은 최근의 한국 주식시장 하락으로 고통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최근의 활황장 때 난생 처음으로 주식시장에 진입한 신규 투자자들은 처음 겪어보는 조정장에 당황해하고 있다. 그중 일부는 무리한 대출과 대출금리 급등을 감당하기 어려워 더욱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 서학개미들, 중국 버리고 미국 주식 올인 이유
한국 투자자들은 몇 년 전부터 지지부진한 한국 주식에 질려서 해외 주식 투자 규모를 과거보다 대폭 늘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22년 11월 말까지의 11개월간 수익률을 살펴보면 한국 투자자들의 애정을 독차지한 미국 S&P500 지수는 -14%,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7%의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 사람들의 2021년 말 기준 해외 주식 보유금액은 무려 93조500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2022년 11월 말 기준으로는 보유금액이 -18% 감소한 73조4000억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가장 큰 이유는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해 평가금액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 비중은 얼마나 될까. 해외 주식 전체 보유금액 73조4000억원 중 86%인 63조4000억원이 미국 주식이다. 충격적인 건 한때 한국인들의 관심을 듬뿍 받았던 중국 주식이 중국 본토와 홍콩 주식을 다 합쳐도 7%인 4조8000억원에 불과해 미국 주식 보유금액의 13분의 1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이다.
너무 해외 주식 투자방향이 미국 주식 쪽으로만 쏠려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2022년에 들어서면서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됐다는 점이다.
2022년 11월까지 한국 사람의 전체 해외 주식 순매수금액이 14조8000억원인데 이 중 미국 주식 순매수금액은 14조7000억원이다.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전년도인 2021년 대비 순매수금액이 10조2000억원 급감하긴 했지만 여전히 한국 사람들의 미국 주식에 대한 애정은 집착 수준이다.
왜 이런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2021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중국 주식도 4%인 1조1000억원 순매수했고, 일본 주식도 2%인 4000억원 정도 순매수했다. 2022년에 들어서면서 순매수금액이 0원에 수렴했다는 건 일본, 중국, 홍콩 시장에서 보유하고 있는 기존 주식들을 내다팔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새로 주식을 매수해도 정산해 보면 순매수 규모는 0원에 가깝다는 게 진실이다.
한국 사람들의 중국 주식에 대한 애정이 뒤집힌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미국 빅테크 종목들의 성장성이 전 세계 주식 종목들 중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미국 주식은 달러를 기반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미국 주식시장 약세 시에도 환율이 최후의 안전판 역할을 해 손실폭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세 번째 이유는 과거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중국 주식들이 높은 변동성과 정치적 리스크, 지지부진한 주가 움직임으로 인해 한국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 안 좋은 경험이 누적돼 2022년에는 중국 본토 주식의 순매수금액은 0원에 수렴했고, 홍콩 주식의 경우 순매수가 아니라 오히려 순매도가 1000억원 발생할 만큼 빠른 속도로 인기가 추락했다.
일례로 중국의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인 알리바바, 텐센트 등 30여 개 대표 IT기업 주가를 지수화한 중국 항셍테크 ETF가 2021년 초에 한국에서 다수 출시됐다. 문제는 이 ETF 수익률이 출시 이후 2021년 내내 하락을 지속했다는 점이다. 또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영향으로 2022년에도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11월 말 기준 -46%라는 최악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여기까지가 과거의 상황이다. 하지만 미래의 분위기는 다를 수 있다. 2023년의 중국 증시가 기대되는 이유는 그동안 많은 비난을 받아왔던 제로코로나 정책의 변화가 감지되면서 다시 중국 주식투자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 서학개미, 나스닥의 배신과 환율 찬스
서학개미들의 나스닥 사랑은 진심이다. 하지만 올해 나스닥 시장의 부진으로 볼 때 미국 빅테크 주식을 선호하는 서학개미들의 상황도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서학개미들이 가장 사랑하는 해외 주식 상위 10개 종목의 투자 규모와 연초 대비 수익률을 살펴보자.
한국인들의 해외 주식 보유 상위 10개 종목은 모두 미국 관련 주식들이다. 한국 투자자들의 보유 순위 1위는 테슬라로 무려 12조7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2021년에는 18조6000억원을 가지고 있었으나 주가 폭락으로 보유금액이 무려 5조9000억원 줄어들었다. 보유 순위 2위인 애플은 5조6000억원으로 테슬라 보유금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뒤이어 엔비디아 2조7000억원, 알파벳A(구글) 2조3000억원, 마이크로소프트 2조3000억원, 아마존 1조3000억원을 보유 중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2022년에 나스닥은 한국 투자자들의 믿음을 배신하고 폭락을 거듭했다.
특히 한국인이 사랑하는 주식들의 배신은 더욱 야멸찼다. 11월말 기준 테슬라는 무려 -45% 대폭락했고 엔비디아도 -43%, 아마존도 -42%로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나마 미국 시가총액 1위 종목인 애플은 -16%로 선방한 편이다. 특히 12월 들어서는 하락폭이 더 가파른 상황이다.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건 3배 레버리지 종목들이다. 한국 투자자 보유종목 상위 4위에 랭크된 'PROSHARES ULTRAPRO QQQ ETF'는 '나스닥100 3배 레버리지 ETF'다. 이 위험천만한 ETF에 투자된 돈이 무려 2조5000억원이다. 이 종목의 연초 대비 손실률은 -71%다.
또 8위에 랭크된 '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는 '미국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로 손실률은 -79%다. 끔찍한 수익률이다. 이 종목 보유금액도 1조3000억원으로 상당한 규모다.
이 2개 종목만 유독 전년 대비 각각 보유금액이 56%와 151% 급증했다. 나스닥 시장의 낙폭 과대에 따른 반등을 노린 공격적인 투자로 해석된다. 한국 사람들 중에는 야수의 심장을 가진 투자자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투자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짧은 기간 내에 반등이 나오지 않고 장기간 주가가 지지부진하게 흘러가면 손실률이 상당히 커질 위험이 있다.
나스닥 폭락에도 한국 투자자들의 체감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이유는 달러 강세로 인한 환율 효과 때문이다. 미국 주식시장에 위기가 왔을 때는 수학공식처럼 달러화가 강세를 보여 약세장에서도 달러가 최후의 안전판 역할을 해준다. 이런 이유로 더더욱 미국 주식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환율 효과는 약 20%에 불과하다. 레버리지 투자로 -70%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다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최근에 초강세를 보였던 달러가 다소 약세로 전환되면서 환율 효과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연말을 맞이해 무려 -30조원 이상의 평가손실을 기록 중인 한국 서학개미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 전문가들 새해 전망, 맞힌 경우는 드물어…
2022년엔 대부분의 투자자산들이 처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제 2023년 최고의 투자자산을 전망해 보자. 새해가 다가오면 관행적으로 각 증권사들이 코스피 지수의 가격 밴드를 매년 전망해 왔지만 제대로 맞힌 해는 거의 없다. 그만큼 미래 전망은 어렵다. 그리고 1년이라는 세월은 투자시장 기준으로는 긴 세월이기도 하다.
당장 미국 제롬 파월 연준 의장만 봐도 그렇다. 지금으로부터 1년 6개월 전인 2021년 7월에 당시 재무장관이자 그 이전에 연준 의장을 역임했던 재닛 옐런이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시기에 파월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비슷한 시장 전망을 거침없이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터무니없는 그 전망을 근거로 파월 의장은 2021년 말까지 미국 기준금리를 제로금리(0~0.25%)로 동결시켰다.
그리고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폭발하기 시작했다. 물론 옐런과 파월은 신이 아니다. 예기치 못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변수가 발생하긴 했다.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실수가 명백해 보인다.
이미 2021년 말에는 코로나19를 핑계로 풀어놓은 엄청난 유동성으로 잠재된 인플레이션이 수면 밑에서 꿈틀거릴 때였다. 당연히 긴축을 목적으로 금리를 인상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경제대통령 지위를 가지고 있는 미 연준 의장의 잘못된 경제 전망에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사실 파월이 실수를 한 건지 고의적인 전략이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어쨌든 파월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고 당분간 금리 인상을 안 할 것이라는 전망을 토대로 레버리지를 극대화한 투자자들은 2022년에 상당한 곤욕을 치렀다. 이 사례는 그만큼 미래 전망이 어렵다는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 美 연준 의장의 말은 반만 믿어야 하는 이유
미국 연준 의장으로 가장 유명세를 떨쳤던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은 모호하게 말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린스펀이 발언을 하면 항상 시장에서는 해석이 분분했다. 경제가 좋다는 건지 나쁘다는 건지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늘 방향이 모호하다.
이는 그린스펀이 의도한 바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연준 의장이 시장참여자들에게 100% 속내를 내보인 경우는 거의 없었다. 늘 연준 의장의 발언에는 진짜 의도가 숨겨져 있다.
그런 측면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주장을 반성하고 정신을 차린 파월 연준 의장이 이후에 했던 말들의 진의를 파악해 보자. 2022년의 파월은 진심으로 인플레이션을 걱정했다. 그리고 시장참여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긴축을 강하게 하고 금리를 가파르게 올려 인플레이션을 잡을 거라고 경고해 왔다.
물론 시장참여자 중에는 관성적으로 그 말을 믿지 않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연준이 엄포만 놓고 실제 실행은 안 했던 사례가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파월의 말을 믿지 않았던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봤다.
파월이 정말로 계속해서 금리를 가파르게 올렸기 때문이다. 2022년 초에 0~0.25%였던 미국 기준금리는 불과 1년 만에 4.25%가 급등해 2022년 말에는 4.25~4.5%가 됐다. 인상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연준의 정책적 목표는 물가 안정과 고용 안정이다. 지금 미국의 고용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따라서 연준은 물가만 잡으면 된다. 그런데 물가 잡는 게 거의 '미션 임파서블'이다. 물가는 연준의 힘만으로 통제되지는 않는다. 파월 의장의 고민은 여기서 출발한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6월에 9.1%로 정점을 찍고 11월에는 7.1%로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상당히 높다.
미국 역대 연준 의장들의 최대 목표는 안정적인 2%대 물가상승률을 유지하며 꾸준히 경제가 성장해 나가는 모양새다. 그런데 만약 물가 안정과 경제 성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울며 겨자 먹기로 물가 안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파월이 제일 무서워하는 건 1970년대의 통제 불가능한 물가 폭등 상황이다. 따라서 파월은 물가 안정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구두개입이라는 보조수단을 통해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 예를 들면 긴축을 어마어마하게 하겠다고 시장에 엄포를 놓는 일이다. 또는 금리 인상 예상표인 '점도표'상 예정금리를 터무니없이 높게 만들어놓는 일이다. 연준 고위 인사들이 의도적으로 번갈아 가며 매파 적 발언을 쏟아내기도 한다.
'연준과 맞서지 말라'는 격언이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결국 연준의 진짜 의도가 뭔지를 파악하는 거다. 특히 금리 변곡점을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과연 몇 %까지 오를 수 있을까.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과연 언제부터 시작될까. 이걸 사장에 솔직히 알려주는 연준 의장은 없다. 그래서 연준과 투자자들 간의 수 싸움이 한창이다.
시장의 대체적인 전망은 연준이 2023년 1분기까지는 금리를 인상할 거라는 전망이다. 그 이후 급진적인 시장 전망은 경기 침체로 인해 2023년 2분기부터 빠르게 금리를 내릴 거라고 예상한다. 반대로 온건적인 시장 전망은 2023년 하반기부터 완만하게 금리를 내릴 거라고 예상한다.
반면 파월은 2023년 내내 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유지할 거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다. 투자자 입장에서 현재 기준금리인 4.5%와 향후 목표 기준금리인 5.25%는 느낌이 확 다르다. 이미 절대금리 자체가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이제 투자자들의 모든 시선은 연준의 새해 첫번째 기준금리 결정일인 2023년2월2일에 집중돼 있다. 이날 연준이 기준금리 동결, 0.25%포인트 인상, 0.50%포인트 인상, 0.75%포인트 인상이라는 4개의 선택지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에 따라 시장은 크게 요동칠 것이다.
투자자는 연준과 맞서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순진하게 연준의 말을 100% 믿는 것도 피해야 한다. 극단적인 양쪽의 전망들을 적당히 평균 내 보면 2023년 하반기부터는 금리를 완만하게 내릴 것으로 보는 게 중립적인 입장이다. 이런 전망을 근거로 2023년의 재테크 전략을 수립한다면 투자자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게 유리할까.
◆ 예금과 채권도 좋은 투자전략이다
2022년에 모든 투자자산이 붕괴되며 투자자들이 느낀 중요한 사실은 예금도 소중한 투자전략이라는 점이다. 흔히 은행에 예금하는 방식은 투자가 아니라며 평가절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건 저금리 시대일 때나 통하는 얘기다.
2022년의 진정한 승리자는 만기가 짧은 예금이나 채권에 투자했던 사람들이다. 2022년에 다른 투자자산들은 대부분 큰 폭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지만 예금은 군계일학처럼 안정적이고 높은 이율을 보장해 줬다.
금리가 계속 가파르게 올라 3개월 단위의 짧은 주기로 예금이나 채권을 계속 갈아탔다면 투자 스트레스 없이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었다. 심지어 2022년 하반기에는 6% 이상의 고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도 흔했다. 금리가 치솟을 때 타이밍을 잘 맞춰 회사채에 투자했던 사람들도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
그렇다면 2023년의 재테크 전략에서 예금과 채권에 투자하는 건 어리석은 전략일까. 2022년 11월 말 기준 4%인 미국 기준금리가 2023년 1분기에 5%까지만 상승해도 한국 기준금리 역시 최소 3.5% 이상 오를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한국의 예금 금리는 최소 5%를 훌쩍 넘기게 된다. 예금이자가 5%만 넘어도 굳이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그냥 예금에 넣겠다는 부자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닌 CP나 전단채의 경우 신용도에 따라 금리가 10%에 육박하는 사례도 생길 수 있다. 웬만큼 투자실력이 뛰어나지 않다면 만기가 긴 예금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전략은 상당히 효율적인 투자방식이다.
또 과도한 시장의 불안감으로 신용스프레드가 급등하면서 절대금리 수준이 높아진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이나 신흥국 하이일드 채권 또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채권의 경우 연준의 금리 인하 타이밍을 잘 맞춘다면 상당한 자본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
◆ 한국 부동산시장이 올해도 어려운 이유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59조원(2022년 10월 말 기준)이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은 795조원이고 기타 대출(신용대출 등)은 264조원이다.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얼마나 될까. 잔액 기준 주택담보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은 약 46%, 고정금리 비중은 약 54%다.
2021년 중반까지 한국의 기준금리는 고작 0.5%에 불과했다. 당연히 대출금리도 약 3% 내외였다. 그런데 2022년 말 기준금리는 3.25%이고, 2023년에 0.25%포인트만 추가 인상해도 3.5%가 된다. 2년 전보다 무려 3% 급등했다. 2023년 상반기에 본격적으로 변동금리 대출자들에게 이 급등한 기준금리가 적용되기 시작하면 예상 대출금리는 얼마나 상승할까. 변동된 대출금리는 6%를 훌쩍 뛰어넘게 된다.
이미 6개월 변동금리 시기가 도래해 2022년 11월과 12월에 금리 상승 문자를 받은 대출자들이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3%였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나 6%를 넘었다며 울화통을 터뜨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의 금리 변동이 최악은 아니다.
아직 2023년 1분기의 최고금리를 적용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 수학이 아니라 산수다. 이 6%가 넘는 대출금리로 발생하는 손실을 아파트 월세나 상가 월세에 100% 전가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심지어 은행 가계대출 잔액 1059조원은 캐피탈 등의 비예금기관 대출 규모는 포함되지도 않은 수치다. 현재 부동산시장은 갑작스러운 유동성 축소에 PF 부실 우려 등 여러 악재들이 즐비한 상황이다.
변동금리를 선택한 대출자 중 1년 뒤에 본인의 대출금리가 2배로 인상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따라서 상식적 판단으로는 대출이자 부담과 유동성 부족으로 부동산시장이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도 언제나 수익을 낼 수 있는 틈새시장은 존재했다. 일단 경매시장은 2023년에 큰 호황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부터 경매 공부를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2022년 상반기만 해도 감정가격의 100%를 넘는 낙찰 사례가 속출했다.
반면 지금은 감정가격의 80%에도 낙찰되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 따라서 2023년은 경매 투자자들에게는 10년 만에 오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틈새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개발 의지가 확고한 이 시점에 서울 지역 재건축, 재개발 지역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오히려 부동산시장 급락으로 서울지역의 경우 부동산 개발에 따른 투기적 이익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줄어들어 개발행위에 따른 부담이 작은 시기다.
부동산시장의 유동성 축소는 재개발, 재건축 물건의 급매를 부르게 된다. 이곳에서 기회를 포착한다면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도 소수의 승리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달러화 초강세는 일단락…안정화 예상
미국이 가파르게 금리를 올리는 시점에서는 미국 달러화가 초강세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이 금리 인상을 멈추게 된다면 달러화는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 2022년 초에 1달러당 1190원에 출발했던 환율은 10월 한때 1440원까지 치솟으며 21% 절하되기도 했다. 현재는 1,300원으로 다소 안정을 찾았지만 최근 10년 평균환율이 1150원임을 감안하면 지금의 달러화는 여전히 고평가 상태다.
2023년에 미국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고 하락세로 전환된다면 원∙달러 환율은 안정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너무 높은 환율대에서 달러자산에 투자한다면 "1~2년 내에 환율이 정상화될 경우 잘못하면 상투를 잡는 게 될 수 있다"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발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변수는 미국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경제가 취약한 일부 신흥국들이 타격을 받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현실화된다면 달러 강세는 좀 더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끝나면 유럽 호재, 원자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 하지만 푸틴의 행동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당장 눈앞에 닥친 겨울철 에너지 문제는 유럽 국가들엔 생존이 달린 문제다. 하지만 만약 유럽이 이번 겨울의 에너지 위기와 인플레이션 상황을 무사히 넘긴다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악재로서의 영향력이 거의 소멸될 것으로 기대된다. 푸틴이 핵을 쓰지 않는 한 말이다.
이런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글로벌 곡물가격은 2022년보다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유가에 대한 섣부른 전망은 조심해야 한다. 특히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은 역사적으로 투자자들의 허를 찌르는 경우가 많았다.
유가의 방향성을 예측해 투자하려다 큰 손실을 본 트레이더들의 숫자는 셀 수 없이 많다. 가장 가까이는 2020년에 WTI 원유선물이 마이너스까지 폭락한 사례도 있다. 확실한 건 유가의 장기투자 수익률은 좋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금은 어떨까. 금은 원자재의 성격과 투자자산의 성격을 함께 가지고 있는 특이한 자산이다. 금 가격은 지난 2년 연속 약세를 보여 왔다. 금의 장기투자 수익률 또한 매력적이지 않다. 하지만 2023년만큼은 금 가격이 장기간의 부진에서 벗어나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23년 하반기에는 미국이 금리 인상을 멈추고 달러화 강세도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금의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주의할 점은 금 투자는 단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는 게 합리적이다.
코로나19 완전 종식 가능성은 관광산업이 경제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유럽 국가들엔 호재다. 현재 관광객 숫자는 다소 회복됐지만 코로나 이전보다는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2023년 중에는 대부분의 국가가 코로나로 인한 제한조치들을 완전 해제할 가능성이 높아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코로나 규제가 심했던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일부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 미국보다 중국, 인도에 투자해야 할 시기
중국 주식은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배신의 아이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도 타이밍을 잘 맞힌 투자자들에게는 막대한 수익을 안겨준 효자 투자자산이기도 하다. 간혹 기대 이상으로 화끈하게 폭등하는 경우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동안 침체됐던 중국 상하이 지수는 과거 2014년에 2000포인트를 바닥으로 1년 만에 150% 급등한 5000포인트까지 돌파하며 짧은 기간에 한국 투자자들에게 큰 수익을 안겨주기도 했다. 물론 그 당시 매도하지 못했던 투자자들에게는 여전히 배신의 아이콘으로 기억되겠지만 말이다.
2022년까지도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세계 주요 국가들과 달리 비상식적인 국가봉쇄를 지속해 긴 침체에 빠져 있던 중국 경제가 드디어 꿈틀거리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해결한 중국 정부는 이제 제로코로나 정책에 불만을 표시하는 대중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중국은 최근 상식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았던 제로코로나 정책을 폐지하고 위드코로나 정책으로의 전환을 시작했다. 추가로 2023년 3월의 전국인민대표회의 이후에는 본격적인 경기 활성화 대책이 많이 나올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중국 주식시장은 이미 2022년 11월부터 반등을 시작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IT 기업인 알리바바, 징둥닷컴, 핀두오두오, 텐센트 등의 주가는 최소 30% 이상 급반등했다. 주식은 선행해서 움직이므로 미워도 다시 한번 중국 주식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의료적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의 급격한 방역완화로 중국의 코로나 사망자가 급증하고 경기침체가 더 가속화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만 가능할 수 있는 이 과격한 방역완화 조치로 중국인들에게 어느 정도 면역력이 생기고 나면 어떨까?
최근 한달 새 코로나19 감염자수가 2억명을 돌파했다는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 내부 회의록 추정 문건이 웨이보 등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되고 있다. 결국 중국은 빠르게 면역력을 획득하는 극단적인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제 막 경기침체기에 진입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보다는 지금이 경기침체기의 절정인 중국이 침체에서 먼저 빠져나올 확률이 더 크다. 단 중국 주식 투자는 단기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중국 주식에 장기 투자했던 과거 역사를 살펴보면 늘 결과가 좋지 않았던 사실을 명심하자.
비슷한 논리로 2023년에는 경기침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보다 인도 주식을 더 유망하게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인도는 2030년에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인구 수도 14억명을 돌파해 빠르면 올해 안에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대국으로 부상할 예정이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의 영향으로 중국 대신 인도를 제조공장으로 생각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단점은 이미 인도 증시가 많이 상승했다는 점이다. 주가 측면에서만 보면 그동안 조정을 많이 받아온 중국 주식이 상대적으로 더 저렴해 보인다. 또 미국 주식이나 중국 주식과 달리 아직 한국의 개인투자자가 인도 주식에 직접 투자할 방법은 없다.
조만간 한국 대형 증권사들이 인도 주식 직접투자가 가능하게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긴 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펀드나 ETF 방식의 간접투자를 통하는 것이 인도 증시에 투자하는 일반적인 방법이다.
◆ 낙폭 큰 한국과 미국 증시 살아날까
개인투자자들이 지난 3년간 무려 167조원을 순매수한 한국 주식시장은 과연 회복될까.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2021년 6월의 3300포인트 돌파 당시 한국 기준금리는 역사적 최저인 0.5%로 유동성이 넘쳐났던 시기다. 반면 2023년 상반기의 기준금리는 이전보다 3%포인트 급등한 3.5%로 예상되고 있다.
유동성의 급격한 축소로 주식시장에 유입될 수 있는 자금 자체에 한계가 보인다. 만약 3.5%라는 높은 기준금리가 상당 기간 유지된다면 시장의 반등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현재의 유동성 위기가 일단락되고 2023년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가 본격화한다면 어떨까?
주식시장은 선행해서 의미 있는 반등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에 시장의 흉흉한 분위기로 인해 실제 밸류에이션보다 과도하게 하락한 종목들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종목별 업종별로 상당한 회복탄력성을 보여주는 주식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
역사적으로 하락장이 2년 이상 지속된 사례는 드물다. 이미 최고점 기준으로는 하락장이 시작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과거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 보자. 섣불리 손절매 하지 않고 가만히만 있어도 현실세계에서는 중간 이상을 가는 경우가 많았다. 단 직전 최고점인 3300포인트를 향후 1년 만에 회복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한국 주식 장기투자 역시 결과가 그리 좋지 않았다는 사실도 기억하자.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미국 빅테크 주식은 2023년에 낙폭을 만회하고 큰 폭의 반등이 가능할까. 일단 미국 경기는 단기간에 급등한 기준금리의 영향으로 약한 경기침체에 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경기침체가 오지 않을 이유를 찾는 게 더 어려워 보인다. 미국 주식의 경우 기존 주식보유자와 신규 투자자로 나눠서 접근해 볼 수 있다.
이미 63조4000억원 규모의 미국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당연히 버티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 지난 10년간 투자자들의 믿음에 부응해 계속해서 좋은 주가흐름을 보여 왔던 미국 빅테크 주식들이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장의 매출성장 기대치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경기침체로 인해 2023년에 빅테크 기업들의 성장성은 더욱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큰 폭의 평가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보유주식을 손절하고 다른 대안을 찾는 전략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특히 주식시장에서 낙폭과대만큼 강력한 호재는 없다. 글로벌 분산이 가장 잘돼 있고 재무적 안정성이 높은 것도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강점이다.
회복탄력성이 강하지는 않겠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빅테크 주식들의 반등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단 개별 종목별 온도차이는 커 보인다. 과도한 성장 기대감으로 고평가된 종목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옥석 가리기가 중요한 시점이다.
이 다소 낙관적인 전망에는 미국 연준이 내년 하반기 중에 금리 인하를 시작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만약 미국이 파월의 주장처럼 2023년 내내 높은 금리를 유지한다면 미국 주식시장의 반등은 그 만큼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내년에는 잡히기만을 기도해야 한다.
미국 주식 신규투자 대기자들의 경우 주식을 매수하기에 앞서 먼저 미국 달러로의 환전이 필요하다. 원∙달러 환율은 현재 1300원 수준이다. 그런데 원∙달러 환율의 10년 장기평균 환율은 1150원이다. 1년 뒤 환율이 1200원으로만 하락해도 환차손이 -8%다.
따라서 1년 뒤에 환율시장이 안정화될 경우 미국 주식에서 8%의 수익이 발생해야 간신히 본전이다. 이런 부분을 감안해서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미국보다 중국이나 신흥국들의 경기 회복이 더 빠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 2023년 최고의 투자 유망자산은 비트코인?
2022년 최악의 투자자산은 11월말 기준 -65% 대폭락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다. 2021년 최고점 대비 하락률은 무려 -75%가 넘는다. 문제는 12월 들어서도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2023년에 비트코인은 과연 어떻게 될까? "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는 말이 있다.
그동안의 과거 사례들을 관찰해 보면 비트코인의 반등 가능성은 무척 커 보인다. 이유가 뭘까. 비트코인의 경우 4년마다 규칙적으로 반감기가 도래하며 공급량이 절반으로 축소되는 현상이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2009년 1월 3일 비트코인이 탄생한 후 14년 동안 비트코인이 연간 50% 이상 폭락한 사례는 몇 번이나 될까. 아쉽게도 비트코인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집계하고 있는 코인마켓캡(Coinmarketcap)이 공식적으로 집계를 시작한 해는 2013년부터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9년간이다.
코인마켓캡이 집계한 자료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몇 가지 눈에 띈다. 먼저 지난 9년간 연간 기준으로 비트코인이 폭락한 사례는 총 3번이다. 이 중 비트코인이 폭락한 3개 연도인 2014년, 2018년, 2022년에는 모두 최소 -50% 이상의 대폭락을 보여 왔다.
흥미로운 건 비트코인은 연간 기준으로 2년 연속 폭락한 사례가 없다. 폭락한 다음 해부터는 3년 연속 강세를 보여 왔다. 또 다른 규칙성은 3번의 폭락기가 모두 반감기 2년 전에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반감기'란 약 4년을 주기로 비트코인의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을 말한다.
비트코인의 총 발행예정물량은 2100만개로 정해져 있다. 이 중 전체의 91.5%인 1920만개가 이미 채굴됐다. 남은 물량은 약 180만개에 불과하다. 2009년에 비트코인이 처음 생성된 직후 약 4년간은 블록당 채굴보상이 50BTC로 파격적으로 후했다.
하지만 2012년의 첫 번째 반감기 이후 25BTC로 줄어들었고, 2016년에는 12.5BTC로 감소했다. 2020년 이후에는 6.25BTC로 줄어들어 갈수록 공급량(채굴량)이 급감하고 있다.
비트코인의 4번째 반감기는 2024년 4월경으로 예정돼 있다. 4번째 반감기 이후에는 블록당 채굴보상이 3.125BTC로 줄어들게 된다. 이런 이유로 과거에는 비트코인의 반감기가 다가올수록 반감기 이후 공급량이 반토막 나는 비트코인의 특성이 투자에 활용돼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급등하는 패턴을 보여 왔다. 이번 4번째 반감기에도 비슷한 패턴이 이어진다면 비트코인 가격은 2023년부터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전망은 비트코인이 망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 일부의 투자자들에게만 설득력이 있다. 비트코인을 믿지 않는 수많은 나머지 투자자들에게 이런 논리는 허황될 뿐이다. 워런 버핏같이 훌륭한 투자수익률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유명인들 중에는 비트코인을 '사기'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비트코인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반대편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소수의 관점으로 비트코인에 일찍부터 투자해 부자가 된 사람들이 상당 수 존재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양 극단을 다 살펴봐야 한다. 투자자의 사고는 유연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비트코인을 믿는다 하더라도 비트코인의 반등 가능성과 관련해 두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첫 번째는 과거의 패턴으로 볼 때 2023년 연말 기준으로는 2022년 연말보다 높은 가격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2023년 연초부터 즉각적으로 반등하지는 않을 수 있다.
오히려 2023년 내내 하락을 지속하다가 12월 한 달 만에도 2배, 3배 오를 수 있는 게 비트코인의 미친 변동성이다. 이런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으로 2023년을 내내 우울하게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두 번째 주의사항은 아무리 기대수익률이 높아 보여도 비트코인 투자는 순자산의 5% 이내가 적당하다는 사실이다. 비트코인은 제도권 상품이 아니다. 이렇게 변동성 높은 상품에 전 재산을 베팅한다면 그 투자전략은 도박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비트코인이 결국 0원이 될 거라고 저주하는 글로벌 전문가들이 무수히 많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물론 무려 14년간 그들은 계속 틀려 왔지만 말이다.
변동성이 큰 자산일수록 자산배분 비중을 낮추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비트코인 투자 비중이 높을수록 24시간 내내 거래되는 비트코인의 특성상 매일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게 될지도 모른다. 또 기술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암호화폐인 이더리움도 비트코인이 반등한다면 과거의 패턴상 동반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투자 세계에서 1년은 무척 긴 시간이다. 2022년 초에 2022년 말의 투자자산 수익률을 전망한 전문가 중 그 결과를 제대로 맞힌 전문가는 거의 전무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들은 분산투자와 예기치 못한 블랙스완에 대비하는 자세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결국 냉정한 투자시장에서 살아남은 최후의 승리자들은 극단적인 비관론자도 아니었고 극단적인 낙관론자도 아니었다. 장기적으로 투자에 집중해 부를 거머쥔 사람들은 모두 조심스러운 낙관론자들이었다.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이름이다. 한국 투자자들의 2023년 성공투자를 기원한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영상을 통해 확인해 보자.
뉴스핌 (촬영·편집 : 이승주 / 그래픽 : 조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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