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STX중공업 인수전을 놓고 HD현대와 한화가 맞붙게 됐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조선업에 새롭게 진출한 한화가 STX중공업 지분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뛰어든 속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한화가 조선업에 새롭게 뛰어들면서 단순한 선박엔진 스터디 차원이 아니겠냐는 시각도 나온다. 이번 인수전에선 현재 중·대형 선박엔진을 생산중인데다 자금여력이 충분한 HD현대가 사실상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어서다.
28일 재계와 투자은행(IB)에 따르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파인트리파트너스와 삼성KPMG는 지난 14일 STX중공업 지분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마감했다. STX중공업 예비 입찰에 HD현대와 한화 외에 해외 전략적투자자(SI)와 국내 PEF 운용사 등 4~5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주간사는 내년 2월 중순 경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4월까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파인트리파트너스사가 보유한 STX중공업 지분은 총 47.81%다. 인수금액은 1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사진= STX중공업 |
STX중공업은 소형 선박용 저속 디젤엔진과 선박용 LPG 이중연료엔진 등을 생산한다. HD현대는 엔진사업부가 중·대형 선박엔진을 생산중인데, 엔진부문 라인업을 강화하기 위해 입찰에 뛰어들었다.
특히 HD현대 계열사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이 만들고 있는 작은 선박에 소형 엔진이 장착된다. HD현대는 선박엔진의 전체 시장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엔진 생산에 독보적이다. HD현대가 사실상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히는 이유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막바지 작업에 한창인 한화그룹이 STX중공업 인수전에 참여한 것을 놓고 조선업계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조선업에 새롭게 진출한 한화가 선박엔진을 생산하는 STX중공업을 인수해 선박-엔진 등 수직 계열화를 이룰 것이라는 시각과 단순 스터디 차원일 수 있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실제 선박엔진을 자체 생산하지 않고 HD현대와 HSD엔진, STX중공업으로부터 공급받아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HD현대가 유리한 STX중공업 인수전에 한화가 뛰어든 의중은 자세히 모르겠으나 기존에 알려진 방산부문을 넘어 선박사업에도 많은 관심이 있는 것 같다"며 "다만 단순 엔진사업에 대한 스터디 차원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STX중공업 인수전이 HD현대와 한화간 2파전으로 좁혀지며 그룹 오너 3세간 대결구도가 되면서 재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김동관(83년생) 한화솔루션 부회장과 정기선(82년생) HD현대 사장은 1살차이 인데다, 최근 세대 교체를 통해 젊은 오너인 두 사람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달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방한했을 때 이 두 사람은 그룹을 대표해 차담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업계 안팎에선 조선업계 1위인 HD현대가 이번 인수전에서 유리한 고지에 놓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인수전 결과보다는 한화의 조선업 진출에 따른 업계 판도 변화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당장 인력난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에서 치열한 인력 빼가기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이 오랜기간 산업은행의 품에 있으면서 적극적인 투자와 복지가 줄면서 사무직, 생산직 등 적잖은 인력들이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 일감이 많은 상태에서 조선업계 내 인력 문제가 향후 신경전으로 번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인력 부족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 이동을 막기 위한 대책 또한 강구하고 있다"며 "다만 외국인 노동자를 제외하고 이동현상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