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소주시장에 '제로 슈거'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새로'에 이어 하이트진로까지 조만간 '진로이즈백'을 16도 수준의 제로 슈거 버전으로 내놓는다. 증류주, 와인, 위스키 등 고가 주류의 인기로 소주 시장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부드러운 맛과 건강을 중심으로 변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내달 9일부터 진로이즈백을 제로 슈거 콘셉트로 리뉴얼해 출시한다. 기존 16.5도였던 알코올 도수는 16도로 낮추고 당류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이다. 도수가 내려감에 따라 열량도 기존 330㎉에서 320㎉로 줄었다.
하이트진로가 제로 슈거 소주에 도전한 이유는 롯데칠성음료의 '새로'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트진로가 2019년 4월 '깔끔한 맛'을 앞세워 출시한 진로이즈백은 일명 두꺼비소주로 불리며 트렌디한 이미지를 강조한 제품이다. 그런데 '새로'의 등장으로 소주 시장에 제로 슈거 트렌드가 부상하자 서둘러 제품 리뉴얼에 돌입한 것이다.
왼쪽부터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 롯데칠성음료의 '새로'. [사진= 각사] |
앞서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9월 업계 처음으로 제로 슈거 소주인 '새로'를 선보였다. 기존 음료 시장에서 인기를 끌던 '제로' 콘셉트를 소주에 적용한 제품으로 알코올도수는 16도다. 진로이즈백의 메인 캐릭터인 두꺼비에 대항해 구미호 캐릭터를 내세운 것도 특징이다.
실제 제로 슈거를 표방한 새로는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680만병을 돌파했으며 이달 중순까지 3개월여간 누적 2700만병을 판매하는 등 초반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새로는 올해 출시 후 약 17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 중이며 내년에는 연간 매출액 1000억원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경쟁제품인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보다 빠른 성장 속도다. 진로이즈백의 경우 2019년 출시 두 달 만에 1000만병을 돌파했고 7개월쯤 누적 1억병 판매고를 올린 바 있다. 출시 1~2개월간 성적표를 보면 새로에 대한 시장 반응이 진로이즈백보다 뜨거운 셈이다.
'제로 슈거' 소주 양대산맥인 진로이즈백과 새로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제품 새로가 소주 시장 스테디 품목으로 자리잡은 진로이즈백을 뛰어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재까지 진로이즈백 출시 이후 약 44개월간 누적 판매량은 14억병으로 월 평균 판매량은 3200만병 수준이다. 새로의 첫 달 판매량과 비교하면 4~5배가량 차이가 벌어진다. 다만 새로의 성장속도를 고려하면 향후 점유율 경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높다. 관련해 먼저 제로 열풍이 불었던 음료 시장에서는 제로 음료가 별도 카테고리로 분류돼 점유율 경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증류주, 와인, 위스키 등 고가 주류의 성장으로 위기감을 느낀 소주 업계가 '부드러운 맛'과 '건강'을 앞세워 변화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홈술·혼술이 유행하면서 최근 들어 20대 초반 Z세대, 여성 등 술을 가볍게 즐기는 '라이트 유저(Light User)' 들이 기존 소주 대신 와인, 위스키, 증류주 등 고가 주류로 이탈하는 현상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대부분 식당, 주점에서 소주, 맥주를 소비한 반면 최근에는 가정시장 뿐만 아니라 외식채널에서도 와인, 위스키 등 주종선택이 다양화된 것은 맞다"며 "(새로·진로이즈백은)일반 녹색병 소주보다 부드러운 맛과 목넘김,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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