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몸속 미생물 '마이크로바이옴'이 강세다. 유전체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마이크로바이옴 정보를 빠르게 분석할 수 있게 되자 정부와 제약업계가 눈길을 돌리고 있다. 제약사들은 기존 치료제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항암 치료나 난치성 질환 쪽에 연구를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전자 기술 발달로 연구 '순풍'…정부도 '눈길'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약바이오산업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이 떠오르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몸의 미생물이 보유한 유전체(Genome)를 일컫는다. 인체에는 체중의 1~3%를 차지하는 수십 조 개의 미생물이 있는데, 이를 이용해서 제약사들이 신약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마이크로바이옴이 다양한 질병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충족 수요가 높은 암과 신경계 질환까지 마이크로바이옴과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면서 주목받는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체내에 존재하기 때문에 인체면역체계에 큰 부담을 주지도 않는다.
제약사 악타비스가 인수한 알레르강 <출처=블룸버그통신> |
마이크로바이옴이 부상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기술의 발달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마이크로바이옴 유전체 정보를 알아내야 하는데, 유전자 분석 기술이 발달하면서 연구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단적으로 인간의 유전자 30만 쌍에 대한 유전체 정보를 알아내는 데는 15년이 걸렸으나, 현재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기술을 이용해 하루 만에 검사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연세대학교 연구팀에서는 인간 표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유전체 지도(HRGM)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에 정부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3일 바이오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5594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특히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난치성 질환 및 항암 치료를 위한 원천기술개발에 56억원을 신규 지원하게 된다.
◆종근당·유한·LG·CJ바이오…"미충족 수요 큰 치료제 집중하겠다"
제약사들은 바이오 벤처나 기관과 손을 잡았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2월 종근당바이오는 연세대의료원과 공동연구센터를 열었다. 염증 성장질환, 알츠하이머 치매, 간 질환 등 미충족 수요가 높은 적응증의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파이프라인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9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연구개발기업 에이투젠을 인수했다. LG화학은 지난 2020년 지놈앤컴퍼니와 신약후보물질(GEN-101)을 키트루다와 병용 투여해 항암제로 개발 중이다.
종근당바이오는 지난해 12월 연세대학교 의료원과 마이크로바이옴 공동연구센터 'CYMRC'를 개소했다. [사진=종근당] |
상대적 후발주자인 CJ바이오사이언스도 속도를 내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면역항암 타깃 파이프라인 CJRB-101 임상 1·2상을 동시에 신청했다. 임상은 진행성 또는 비소세포폐암, 두경부 편평세포암종, 흑색종 등 전이성 암 환자를 대상으로 CJRB-101의 안전성과 유효성 등을 평가하는 연구로 진행된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우리나라 식약처에도 임상시험계획을 제출할 계획이다.
특히 CJRB-101은 공정개발을 진행하는 등 의약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따라서 추후 임상 기간이 길어질 경우에도 암환자를 장기간 임상할 수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CJRB-101은 CJ바이오사이언스 자체적으로 실험실 단위의 공정개발을 진행한 바 있다"며 "이후 큰 스케일의 공정개발에서는 공정을 최적화하기 위해서 글로벌 CDMO 기업에 위탁했다"고 설명했다.
CJRB-101과 기존 마이크로바이옴과의 차별성에 대해서는 "동물실험을 했을 때 항암 효과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특이면역지표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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