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정부가 주택경기 호황기 때 도입했던 각종 규제를 하나씩 폐지해 나가자 강남권 주요 단지의 급매물 거래가 늘고 있다.
최고가 대비 30~40% 시세가 빠져 가격 메리트가 높아진 데다 집주인들이 급매물 회수에 나서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해석된다. 재건축, 재개발 등 개발호재가 있고 교통, 학군 등 입지적 장점이 높은 단지가 1순위 매수 대상으로 꼽힌다. 거래가 늘면서 '바닥 다지기'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고금리, 경기침체 우려로 본격적인 반등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거래절벽이던 '은마·파크리오' 12월 5건 거래...저가 매수세 늘어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규제완화에 속도를 높이면서 강남권 주요 단지의 급매물의 거래량이 늘고 실거래가가 높아지고 있다.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 은마아파트의 전용 76.7㎡는 작년 10월 거래량이 한 건에서 11월 2건, 12월에는 5건으로 늘었다. 연중 가장 많은 거래량으로 실거래 신고가 부동산 거래 계약을 체결하고 30일 이내라는 점에서 12월 거래량이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
거래량이 늘면서 실거래가도 최저가 대비 1억원 안팎 회복했다. 작년 20억원대 이상에서 거래되다 11월 17억7000만원까지 하락했다. 이후 실거래는 18억2000만~18억9000만원으로 반등했다.
서울지역 내 가장 많은 거래량을 자랑하는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는 전용 84.7㎡가 두 달 연속 거래량이 없다가 12월에는 5건이 손바뀜됐다. 주택경기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한 달 평균 1건 정도에 그쳤던 거래량과 비교하면 껑충 뛴 것이다. 실거래가 21억원을 고점으로 16억8000만원까지 하락하다 17억원선으로 회복했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6단지의 전용 47.9㎡도 두 달 연속 거래량이 없었으나 12월 들어 거래량이 2건으로 늘었다. 실거래가는 14억원 안팎에서 3억원 정도 빠진 11억4000만~11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서울 주요 단지의 거래량이 늘어난 것은 집값 반등 시기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시세가 바닥 근처에 접근했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대출과 보유세 등 규제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분위기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최고가 대비 30~40% 하락한 금액에는 팔지 않겠다는 집주인이 늘면서 급매물 시세가 반등한 것이다.
대치역 인근 A공인중개소 대표는 "은마아파트의 경우 작년 한 달에 한건 계약도 힘들었는데 12월에는 파악된 것만 7~8건 수준으로 꽤 늘었다"며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진 것도 있지만 정부의 규제완화, 가격조정 메리트 등이 맞물려 저가 매수세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보유세·대출 완화, 투기지역 해제 등 기대감 반영...고금리는 부담
저가 매수세는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가 서울지역 규제지역 해제를 비롯해 대대적은 부동산 규제완화에 나서면서 집값의 하방압력이 다소 완화되고 있어서다.
전국 아파트값은 역대 최대 하락폭을 갱신하다 새해 들어 15주 만에 낙폭이 줄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주 전국 아파트값은 0.65% 하락해 지난주(-0.76%)보다 하락폭이 소폭 둔화됐다. 정부의 규제완화 예고에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거나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하락폭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영향으로 전국 아파트 매수심리가 8개월 만에 반등했다.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4.1로 지난주(63.1)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상승 전환한 것은 지난해 5월 첫주(91.1) 이후 35주 만에 처음이다. 경기(67.2)와 인천(66.1)도 지수가 상승하며 수도권 전체도 65.0에서 66.1로 회복했다.
정부의 규제완화가 본격적으로 주택시장에 도입되는 것도 심리 개선에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이번 조치로 강남3구·용산 제외 전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됐고 보유세·대출 부담이 완화됐다. 분양가상한제 지역의 전매제한이 축소됐고 거주의무기간은 폐지됐다. 사실상 굵직한 규제로는 DSR(원리금상환비율)과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남은 셈이다.
다만 고금리에 주택 매수를 위해 대출을 받기가 여전히 부담스러운 데다 경기침체 우려, 전셋값 폭락 등 악재가 여전해 급격한 시세 반등은 제한적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정부의 규제완화 속도가 빠른 데다 그동안 가격 조정폭도 컸기 때문에 인기 단지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늘고 있다"며 "하지만 대출금리 부담과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시세가 급격히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