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올해 미국을 필두로 세계적 경기 침체가 도래할 것이란 컨센서스 속에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과거처럼 금리 인하로 침체에 대응할 것을 염두에 두고 투자에 접근하면 필패할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경기가 가파른 내리막을 걸으면 연준이 이를 방어하기 위해 개입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과거 수준으로 내려올 것 같지 않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연준이 금리를 오히려 더 올려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장기 국채 분산투자와 같은 과거 침체 방어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면서, 단기채 중심의 포트폴리오 관리를 추천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올해 페드풋 어려워
지난주 노동부가 공개한 12월 미국의 시간당 평균 임금이 전년 대비 4.6% 오르며 2021년 여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뒤로 시장은 연준의 긴축 정책이 우려했던 만큼 오래 가지는 않을 수 있다는 기대를 내비치며 증시를 밀어 올렸다.
하지만 월가 전략가들은 주식 투자자들에게 (연준이 금리 인하로 주가 급락을 방어하는) '페드풋'을 기대하지 말 것을 거듭 주문하고 있다.
고강도 긴축에 따른 경기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데 이견은 없지만 연준이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인플레이션 파이팅이 좀처럼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블랙록 전략가들은 9일(현지시각) 투자 보고서에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내리기 위해 긴축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침체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면서 "하지만 과거의 침체와 달리 (중앙은행들이) 리스크 자산을 방어하기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과거에는 경기 하강 때 포트폴리오 리스크 헤지용으로 국채 장기물에 투자하는 전략이 흔했지만 이는 구닥다리 전략일 뿐이며, 앞으로 6~12개월 동안 미국 등 선진국 증시에 비중 축소(underweight)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책 금리는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며, 그만큼 투자자들이 장기 국채에 대해 높은 프리미엄(금리)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기채 가격이 반등하기 어려운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시장은 오는 12일 나올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주목하고 있는데, 월가는 12월 CPI가 전년동월대비 6.6% 올라 전달의 7.1% 상승에서 둔화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월 대비로는 보합(0%)으로 전달의 0.1% 상승보다 낮아졌을 것으로 전망했고,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12월 근원 CPI는 전월대비 0.3%, 전년대비 5.7% 상승을 점쳤다.
하지만 이날 연준 내 대표 비둘기파로 알려진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면 기준 금리를 5% 이상으로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혀 오는 2월 25bp 인상을 포함해 올해 총 50bp 인상만을 점치고 있는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데일리 총재 등 연준 당국자들이 예상하는 최종금리가 5.1% 수준임을 감안하면 금리는 올해 75bp 더 올라야 한다.
미국채 2년물 금리 5년 추이 [사진=CNBC차트] 2023.01.10 kwonjiun@newspim.com |
◆ 단기채 담아라
지난해 급격한 상승세를 기록한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3.51% 부근을 기록했는데, 2년물의 경우 수익률이 4.2% 부근으로 여전히 10년물을 넘어선 상태다.
돈을 장기간 빌려줄수록 불확실성이 커져 높은 금리를 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 통상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높지만 지금처럼 앞으로 경제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질수록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더 높아지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와 관련해 블랙록은 앞으로 침체가 예상되긴 하나 중요한 점은 물가가 몇 년 간은 연준이 목표로 하는 수준으로 내려오지 않을 것이란 점이라면서, 물가는 높은데 성장은 안 나오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적합한 투자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에 유리한 '물가연동채'나 '단기채' 등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물가연동채(TIPS)의 가장 큰 특징은 매년 CPI의 상승률 만큼 채권의 액면가(원금)을 조정 받으며, 원금뿐 아니라 채권의 이자도 조정된 원금에 따라 계산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시기에 유리한 자산으로 꼽힌다.
또 단기채는 앞으로도 당분간 기준 금리가 상승해 채권 금리가 추가 상승(채권 가격 하락)하더라도 만기까지 보유하는 전략으로 원금과 표면 이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장기채보다 유리하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아메리칸 센추리 인베스트먼트(ACI) 역시 지난해 제시한 투자전략에서 1970년대와 비슷한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당시 ACI는 인플레이션 방어 전략이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접근법이 될 수 있고 듀레이션 관리가 증가하는 경기침체 위험으로부터 채권 포트폴리오를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강조했다.
미국채 10년물과 2년물 금리차가 작년부터 역전된 모습 [사진=FRED] 2023.01.10 kwonjiun@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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