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LG화학이 이차전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분리막 사업의 북미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핵심 파트너로 일본 도레이그룹(Toray)이 유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인플래이션방지법(IRA) 배터리 부품 규제 대상에 분리막이 포함되면서 LG화학 입장에서는 북미 내 분리막 공장 증설이 필수 과제다. 일본 도레이그룹과는 유럽 진출을 함께한 바 있어 북미 진출을 위한 사업적 파트너십에도 문제가 없다는 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분리막 북미 진출을 검토 중으로 도레이그룹이 유력한 합작사로 거론된다.
일본 도쿄 본사에서 촬영된 도레이 인더스트리 로고. [사진=로이터] |
LG화학에서 고위직을 지낸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IRA로 북미에 공장을 짓는 등 현지화가 세제공제 혜택 등 이점이 많아, 이차전지 공장이 만들어지면 소재사가 그 옆으로 같이 가는 추세"라며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 중심의 배터리 가치사슬을 지향하는 IRA의 기본 구조상 장기적으론 미국 진출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보수적인 일본 기업의 특성상 사업 관계를 쉽게 맺기 어려운 점도 LG화학과 도레이의 합작 이유로 꼽힌다. 합작사를 통해 사업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이 최근 LG전자의 분리막 사업를 가져오긴 했지만, 단독으로 공장 시공부터 생산까지 이른 경험이 부족하다"며 "LG화학이 가진 SRS 기술만으론 분리막 생산이 어렵기에 해외 생산 경험이 풍부하고 인프라가 갖춰진 기업과 합작이 사업 리스크를 줄일 묘안"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해외 회사와 사업을 함께하기까지 엄청난 물밑 작업이 있어야 하는 데 그간 LG화학과 도레이사와 많은 부분에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가능성은 높게 점쳤다.
세계적인 분리막 기업으로 일본 아사히 카세이(Sahi Kasei)와 중국 상해은첩(SEMCORP)과 시니어(Senior) 등이 있지만, 한국과 분리막 합작 법인을 세운 곳은 도레이가 유일하다. 도레이는 2020년 LG화학과 1조원 이상을 투자해 헝가리에 배터리 분리막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분리막 업계 관계자는 "LG화학 임원이 도레이로 자리를 옮기는 등 양사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우)과 닛카쿠 아키히로 도레이 사장(좌)이 2020년 10월 온라인으로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LG화학] |
앞서 LG화학은 지난해 3·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북미 분리막 사업 진출 계획을 거듭 시사했다.
LG화학은 지난 2월 열린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유럽 내 추가 케파를 확장하고 미국 케파 확장 등 글로벌 거점 확대를 진행하고 고객 또한 다변화 추진할 계획"이라며 "분리막 진출을 위한 내부 R&D, 내부 개발, 지분투자, JV 설립, 인수합병(M&A) 등 모든 옵션을 동원해 배터리 소재 사업 계속 키우고 신규사업에 진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북미 시장에서의 분리막 공장을 설립 여부를 고민 중"이라면서 "분리막 공장 신·증설 시 양산이 본격화된 이후 안정적인 가동률을 지속하기 위한 고객사와의 사전 공급협상 체결을 전제하는 전략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4분기 실적발표가 열린 10월 닛카쿠 아키히로 일본 도레이그룹 최고경영자가 3년 만에 방한해 도레이그룹의 한국 자회사인 도레이첨단소재 경영전략 회의에 참석한 것도 화제가 됐다.
LG화학은 현재 국내 공장 1곳에서 분리막을 양산 중으로 오는 상반기 양산 예정인 유럽 공장을 포함해 2028년까지 연간 15억㎡ 규모의 글로벌 분리막 공급 능력 확보할 계획이다.
다만, 북미에 활발히 투자를 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등 다른 배터리사의 분리막 수요에 미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습식 분리막 수요는 2023년 142억㎡ 에서 오는 2030년에는 481억㎡ 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LG화학 관계자는 "북미 진출을 검토 중이지만 세부 사항은 밝히기 어렵다"며 "IRA 세부 규정이 나와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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