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정권이 바뀌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엔 기회일까.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최근 전경련 회장직에 대한 사의를 표명했다. 허 회장이 부회장으로 영입해 함께 호흡을 맞춰온 권태신 부회장도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정권이 교체된 현 시점에 전경련 수뇌부가 함께 자리에서 물러나는 모습에선 지금을 기회라고 판단하고 조직을 쇄신하려는 전경련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1961년 설립 이후 대기업 이해관계를 대변하며 경제단체 맏형 역할을 해 오던 전경련은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며 경제단체 이미지가 실추됐다. 이후 삼성·SK·LG·현대차 등 4대그룹이 줄줄이 회원사에서 탈퇴하면서 조직의 힘은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그리고 전경련이 줄곧 해 오던 경제단체 맏형 역할은 대한상공회의소로 공이 넘어갔다.
서울 여의도 전경련 FKI타워 [사진=뉴스핌DB]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회장으로 있는 대한상의가 전경련을 대신해 경제단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경련이 해 왔던 일을 대한상의가 고스란히 끌어안기엔 한계가 있다. 전경련이 주로 대기업을 회원사로 둔 민간단체라면 대한상의는 법정 경제단체로 대기업 및 중소기업 이해관계를 모두 포괄한다. 이에 대한상의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이해관계가 맞물린 지점에선 대기업 목소리만을 대변할 순 없는 것이다.
"전경련이 적패로 낙인 찍혀 그렇지 전경련이 가지고 있는 미국, 일본 등의 해외 네트워크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경제단체 중 오롯이 대기업 이해관계를 제대로 대변해 줄 수 있는 곳도 전경련이 유일하죠." 한 재계 관계자의 말이다.
전경련 차기 회장 직을 두고 여러 명의 인물들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자 CJ그룹 회장과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등이다. 누가 됐건 차기 전경련 회장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대외적으론 경제단체 이미지를 복원시켜야 하고, 대내적으론 전경련에서 발을 뺀 4대그룹을 어떻게 다시 회원사로 데려올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다.
어찌됐건 변화하기 위한 전경련의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기업들은 말한다. 올해는 기업에 혹독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그런 때일수록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해 주는 경제단체의 역할은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수장을 맞이할 전경련이 그동안의 시련을 딛고 어떤 경제단체로 탈바꿈 할 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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