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쿠팡 발 대기업의 외국인 총수 지정을 두고 산업부와 공정위의 입장차가 올해에도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통상 규범 상 논란이 될 것을 우려한 산업부가 지난해 말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기로 했다가 해를 넘겨서도 여전히 답변을 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8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을 통해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으로 규정됐던 동일인의 친족 범위를 '4촌 이내 혈족, 3촌 이내 인척'으로 축소했다. 다만 외국인의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대기업집단 총수로 지정하려고 했으나 시행령에 담지 못했다.
통상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외교부 등 타 부처가 통상적인 부담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사실상 외국인에 대한 대기업 총수 지정을 위한 시행령 개정과 관련, 타깃이 된 기업은 쿠팡이다.
공정위는 한국계 외국인이 지배하는 기업집단이 나올 뿐더러 외국 국적의 동일인 2·3세까지 생겨나는 상황에서 형평성과 합리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차원에서 한국계 미국인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현재 대기업 총수의 의무를 지지 않고 있다보니 총수 지정을 위한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공정위와 산업부는 지난해 하반기께 수차례 논의를 진행했다. 산업부는 당초 연말까지는 확실한 입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장담했다.
하지만 산업부는 산적한 통상문제 해결을 위해 차일피일 입장 표명을 늦췄다. 당장 다급한 사안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었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친환경차(전기차) 판매가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다.
IRA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경기 부양책이었으며 미 상·하원에서의 법 개정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달리 해결할 수 있는 방도가 없었다. 전기차를 비롯해 배터리 이슈까지 겹치는 상황에서 산업부는 결국 해당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올해에도 여전히 IRA 해법은 찾지 못한 상황에서 그나마 상업용 리스 차량 등 판매로 우회했을 정도다.
전기차 공정에서 조립을 기다리는 차량들 [사진= 현대차그룹] |
통상 환경이 예전의 자유무역 기반에서 미국을 주축으로 한 새로운 통상질서로 재편되고 있는 분위기에서 입장 표명 자체가 상당히 조심스럽다는 게 산업부의 내부 분위기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산업부의 고심은 미국이 자국민의 투자자가 다른 투자자보다 불리한 입장에 놓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최혜국 대우 조항 위반 가능성을 지적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실제 김 의장이 총수로 지정되면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이의 제기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통상 규범 차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고 이런 부분을 충분히 살펴야 한다"며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IRA 법 개정 주장에 대한 입지 역시 위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 테스코나 지금은 공시대상에서 빠졌지만 현대오일뱅크도 있었는데 이제와서 미국 기업만 자연인을 총수로 지정하느냐는 게 미국의 입장에서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공식적으로 산업부가 입장을 정리하지는 않았으나 결론적으로는 외국인 총수 지정에 대한 반대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추가 논의를 거쳐 내년부터는 대기업의 외국인 총수 지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산업부 등의 우려로 지난해 외국인에 대한 총수 지정을 시행령에 담지 못했다"며 "올해에는 (시행령 개정을) 추진해 내년에는 지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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