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뉴스핌] 유명식 특파원 = 베트남 권력 서열 2위인 응우옌 쑤언 푹(Nguyen Xuan Phuc·69) 베트남 국가주석의 사임이 18일 최종 확정됐다. 국가주석의 중도 사퇴는 1976년 베트남이 통일된 이후 처음이다.
베트남 국회는 이날 제3차 임시회를 열어 푹 주석의 사임을 의결했다. 전날(17일) 자진 의사표명과 공산당 중위위원회의 승인에 이어 국회 의결까지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조치다.
베트남은 국회가 국회의원들 중 1명을 국가주석으로 선출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중도 사임 역시 절차상 국회의 승인이 필요했다.
이로써 지난 2021년 4월5일 취임한 푸 주석은 임기(5년)의 절반도 채 안 되는 1년9개월여 만에 물러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하노이=뉴스핌] 유명식 특파원 = 응우옌 푸 쫑(가운데)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등이 18일 베트남 국회에서 국가주석 해임 투표를 하고 있다. VN익스프레스 홈페이지 캡처. 2023.01.18 simin86@newspim.com |
푸 주석은 외견상 관료들의 '부정부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용퇴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베트남 안팎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푸 주석이나 그의 최측근이 비위 행위에 직접 연루됐거나 응우옌 푸 쫑(Nguyen Phu Trong) 공산당 서기장, 공안 출신인 팜 민 찐(Pham Minh Chinh) 총리 등과의 권력 다툼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베트남에서는 지난해부터 쫑 서기장이 공안 등을 앞세워 주도하는 사정바람이 매섭게 불고 있다. 코로나19 특별입국 뇌물 스캔들, 진단키트 납품비리 등에 얽혀 지난 한해 기소된 인원만 1123명, 징계를 받은 당원이 539명에 이를 정도다. 팜 빈 민(Pham Binh Minh), 부 득 담(Vu Duc Dam) 등 부총리 2명과 장관 3명도 사실상 경질됐다.
전국 자동차 등록기관과 의료시설 등의 뇌물·입찰비리에 대한 수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푸 주석은 이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등 '인민에 대한 도의적·정치적 책임'을 떠안고 물러나겠다며 당 중앙위원회에 사의를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당 서기장을 정점으로 대외적인 외교·국방은 주석이, 행정부 실권은 총리가 쥐고 있는 베트남의 권력분점 체제를 감안하면 그의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되레 코로나19가 정점일 당시 '전염병 예방 및 통제를 위한 국가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방역정책을 총괄한 찐 총리는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이달 초 경질될 부총리 2명을 대신해 새로 임명된 쩐 홍 하(Tran Hong Ha), 쩐 르우 꽝(Tran Luu Quang) 부총리에 대한 추천 권한도 행사했다.
하 부총리는 쫑 서기장과 같은 옛 소련 유학파이며, 베트남 남부 떠이 닌(Tay Ninh)성에서 태어난 꽝 부총리는 푹 주석과 동향인 중부권 인사가 최소 1명은 발탁될 것이라는 외교가의 예상을 깨고 발탁된 인물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18일 국회에서 해임이 의결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 2022.12.06 leehs@newspim.com |
싱가포르 싱크탱크인 동남아 연구소(ISEAS) 산하 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히엡 르 홍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주로 부패 수사와 관련이 있겠지만, 라이벌이 정치적인 이유로 해임하려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지 교민사회에서는 수교 30주년을 기념, 지난해 12월 한국을 국빈 방문할 정도로 '친한파'이자 '친기업가'였던 푹 주석의 사임 등 베트남 권력구도의 변화가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규제나 해외 입국자에 대한 단속 강화 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기업의 한 베트남 법인장은 "정치가 경제를 지배하는 공산국가에서 불안정한 정치상황은 기업 활동에 긍정적이지 않은 요인임에는 확실하다"며 "강도 높은 사정으로 관료들의 지나친 몸 사리기, 늑장행정 등도 우려된다"고 했다.
한편 이날 베트남 국회는 푸 주석의 후임이 결정될 때까지 헌법 규정에 따라 보 티 안 쑤언(Vo Thi Anh Xuan·56·여) 부주석에게 그 권한을 대행하도록 했다. 2018년 9월 쩐 다이 꽝(Tran Dai Quang) 전 국가주석이 질환으로 별세할 당시에도 부주석 권한대행 체제를 거쳤다.
[하노이=뉴스핌] 유명식 특파원 = 베트남 국가주석 권한대행을 맡게 된 보티안 쑤 언 부주석. VN익스프레스 홈페이지 캡처. 2023.01.18 simin86@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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