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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은 본래 상다리가 휘도록 차렸을까

기사등록 : 2023-01-1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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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 "'차례'는 차 중심...'기제사'는 음식 대접 의례"
설명절 앞두고 올바른 제례문화 제언

[안동=뉴스핌] 남효선 기자 = 설 차례상은 본래부터 상 다리가 휘도록 음식을 차렸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 전통사회에서 설과 추석 등 차례상은 조상의 기일에 치루는 제사상과는 달리 차(茶) 중심의 매우 간소한 상차림으로 차려졌다.

유교의 제례규범을 정한 '주자가례'의 '차례' 상차림 규정(위)과 '주자가례'의 차례상차림 진설도.[사진=한국국학진흥원] 2023.01.19 nulcheon@newspim.com

설 명절을 앞두고 한국국학진흥원이 제례문화의 바람직한 계승을 위해 '차례'와 '기일제사상'의 대비를 통해 '제례문화에 대한 오해와 편견'의 제목을 달은 자료를 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우선 추석과 설 명절 등 전통사회에서 수확기와 세수기에 치르는 '차례(茶禮)'와 조상의 기일에 모시는 '기제사(忌祭祀)'의 규범을 들려준다.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차례'는 설과 추석 등의 명절이 돌아왔음을 조상에게 알리는 의식으로, 이때 차(茶)를 올렸던 습속에서 유래된 용어로 설명한다.

또 '기제사'는 고인의 기일에 조상의 영혼을 모셔 와서 음식을 대접하는 의례이다.

때문에 명절 차례상은 차가 중심이 되고, 기일 제사상은 각양각색의 음식이 차려진다.

한국국학진흥원 김미영 수석연구위원은 "차례는 조상에게 예(禮)를 올리는 간단한 의식이고, 제사는 기일을 맞은 조상의 영혼을 기리고 달래는 추모의례"로 정의한다.

실제 유교사회를 지배한 예법 지침서인 '주자가례'에도 '차례상에는 술 한잔, 차 한잔, 과일 한 쟁반을 차리고 술도 한 번만 올리고 축문도 읽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김미영 수석연구위원은 "원래 간결했던 차례음식이 경제적 여유가 생겨나고 유통구조가 발달하면서 점차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우리사회에서 차례상은 사라지고 제사상만 남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통 격식을 지키는 종가에서는 술, 떡국, 전 한 접시, 과일 한 쟁반 등 주자가례의 원칙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차례상을 마련한다.

반면에 "세세한 예법이나 격식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일반 가정에서는 차례라는 형식만 따를 뿐, 조상을 잘 대접하고 모신다는 생각에서 여러 가지 음식을 마련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경북 안동의 퇴계 이황 종가 설차례상.[사진=한국국학진흥원] 2023.01.19 nulcheon@newspim.com

◇ '참람(僭濫)'...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다

김미영 수석연구위원은 "많고 크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통예법에서는 모자라는 것보다 넘쳐나는 것을 경계했다"고 강조한다.

김 위원은 "차례상에 술과 과일 등 간단한 음식을 차리지 않고 제사음식을 잔뜩 올려놓으면 '참람(僭濫)'이라고 해서 '비례(非禮)'로 간주했다"고 지적한다.

'참람'은 '지나치거나 넘치는 것'을 뜻한다. 또 '비례'는 '예(禮)가 아니다'는 의미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차례상의 본래 모습을 되살린다면 예법도 지키고 차례음식 장만을 둘러싼 가족 갈등도 해결할 수 있다고 제언한다.

nulche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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