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의 연방 부채 한도와 관련한 월가의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정치권이 한도 상한을 두고 여전히 대립 중인 가운데, 지난 2011년과 같은 디폴트 위기가 발생할 수 있어 뉴욕증시 투자자들 역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9일(현지시각) CNN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이날을 기점으로 미국은 국가부채한도인 31조 4000억달러에 도달했지만 백악관과 민주·공화 양당은 한도 상향을 두고 대립각을 이어가고 있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무조건적인 한도 상향 방침을 주장하는 반면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상향 조건으로 정부 지출 삭감을 내건 상태.
미 재무부가 일단 6월 초까지 특단의 조치들로 정부지출에 대처하기 시작했지만 이 기간 내 부채 한도를 높이지 못하면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태와 유사한 시장 충격파가 초래될 수 있어 월가는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부채 한도를 둘러싼 미국의 정치권 대립이 미국 경제는 물론 넓게는 세계 경제에 거대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타 고피나트 IMF 수석 부총재는 전날 다보스 포럼에 이어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도 역대급 인플레이션과 고강도 긴축, 지정학 혼란 및 전방위적 침체 위기 등 이미 세계 경제가 충분한 고통과 불확실성을 마주한 상황에서 미국이나 전 세계를 압박할 추가적 리스크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부채 한도는 미국 정부가 차입할 수 있는 돈의 규모를 제한하기 위해 의회가 설정한 것으로, 한도에 도달한 뒤 의회가 이를 상향하지 않아 추가적인 차입이 불가능해진다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가 될 수 있다.
지난 2011년 당시 미 의회는 디폴트 직전에 극적으로 부채 한도 협상을 타결했지만 8월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리스크를 이유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한 바 있다.
S&P가 국가 신용등급을 공표한 뒤 처음으로 미국 등급을 낮추면서 미국 증시는 15% 넘게 폭락했고, 정부 자금에 익스포저를 갖는 헬스케어나 방위산업과 같은 업종들의 경우 낙폭이 25% 정도로 컸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의회 의사당 [사진=로이터 뉴스핌] |
◆ "7~9월…방산 업종 등 주의해야"
이번 역시 정치권의 교착 상황이 길어질 경우 미국 금융 시장에 막대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월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웰스파고 애널리스트들은 특히 오는 7월 초부터 9월 초 사이에 미국의 채무불이행 위기가 고조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부채한도 논란이 있을 때도 시장은 실질적인 채무불이행 날짜를 2주 정도 앞두고서야 본격적으로 패닉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JP모간 수석 글로벌 전략가 데이비드 켈리는 미국 정부가 디폴트 상황에 놓이면 "미국 채권과 달러, 주식 등 금융시장 전반에 엄청난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수석 주식전략가 역시 최근 투자자 노트에서 "(디폴트) 위기가 임박한 것은 아니나 투자자들은 이미 관련 혼란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이틀 사이 다우지수는 1000포인트 넘게 빠졌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 모두 큰 낙폭을 연출한 상태인데 부채 한도 상한에 대한 결단 없이는 주식시장 낙폭은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코스틴은 미국 정부에 대해 매출 익스포저가 높은 기업들의 리스크가 가장 클 것이라면서, 헌팅턴 잉갈스, 머큐리시스템, 록히드 마틴, 레이시온과 같은 방위산업 기업이나 CVS헬스 같은 헬스 관련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JP모간의 켈리는 합의 가능성이 높다고 해도 투자자들이라면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켈리는 트레이더들이 '부채 한도 긴급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부동산이나 ▲해외 우량주 ▲외화 표시 채권 등에 대한 분산 투자를 고려해야 하며, 디폴트라는 재앙을 피할 수 있다고 해도 해외 증시의 매력적인 밸류에이션 등을 고려했을 때 미국 외 시장에 주목하는 것이 나쁘지 않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