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사고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1월 27일 중대재해법이 시행됐지만 사망자는 오히려 늘었다. 안전관리를 위한 기업의 투자와 교육을 강화하고 법제도 역시 실효성 있게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년간 중대재해 실태를 분석하고 향후 바람직한 개선방향을 모색해 본다.
[세종=뉴스핌] 이수영 기자 = 지난해 1월 27일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법 적용 사업장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 수가 시행 전보다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의 관심이 뜨거웠는데, 그 관심이 알고보니 최고경영자(CEO) 처벌을 면하는 것에 집중된 영향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안전에 대한 기업 관심이 높아진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실제 산업재해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시간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대재해법 1년] 글싣는 순서
① 지난해 중대재해로 256명 사망…법 시행 후 오히려 늘었다
② 노사 모두 안전불감증 여전…안전관리 구멍 숭숭
③ 안전관리·투자 강화 필요…'반복사고' 발생기업 처벌해야
◆ 중대재해법 시행에도 사망자 3.2% 증가…고용부 대책 약발 안 받아
2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약 1년간 발생한 전체 중대재해는 611건, 사망자 수는 644명으로 집계됐다.
중대재해법 시행 전인 2021년과 비교하면 중대재해 사고 건수는 8.1%(54건), 사망자 수는 5.7%(39명) 감소했다.
중대재해법법 적용 기준인 상시근로자 50인 이상·건설규모 50억원 이상인 기업의 경우 230건의 중대재해 사고로 256명이 사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사고 건수는 1.7%(4건) 줄어든 반면 사망자 수는 3.2%(8명) 증가했다.
중대재해법 시행 원년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법 적용 사업장에서 사망한 근로자 수가 늘어난 것이다.
현행 중대재해법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인 건설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현장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은 기업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도록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 사망 원인이 안전 관리 소홀로 판명 날 경우 경영책임자는 중대재해법에 의거해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전체 산재 사망사고의 60%가 중대재해법 처벌을 안 받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지난해 발생한 중대재해 사고 611건 가운데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381건으로 전체 62.4% 비중을 차지했다. 재작년에도 전체 사고 665건 중 431건(64.8%)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나왔다.
앞서 정부는 50인 미만 사업장도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2년의 유예기간(2024년 1월 27일)을 뒀다. 사실상 2024년까지 중대재해법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셈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시행 후 사회적 경각심이 증가했으나 사고 감소로는 이어지지 않았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은 명칭부터 처벌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법"이라면서 "기업이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해 산업 재해를 사전 예방하기를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처벌 피하기에 집중적으로 활동이 이뤄졌다"며 개정 의지를 피력했다.
◆ 기업 관심 뜨겁지만…"중대재해 감축까지 시간 필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기업들의 관심이 상당한 만큼 기업 스스로 안전보건에 힘쓸 수 있도록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특히 오는 2024년 소규모 기업까지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만큼 기업 간 안전보건관리책임자(CSO) 이동이 많을 것으로 관측했다.
기업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담당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선임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직전과 다른 업종이나 현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김보나 인턴기자 =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대한건설협회 앞에서 건설현장 실태 폭로 및 건설사-정부-검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1.25 anob24@newspim.com |
안전보건관리책임자는 기업의 안전과 보건을 총괄하고 관리하는 사람으로, 업종과 기업 규모마다 다루는 일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안전보건관리자 채용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현상으로 본다"면서 "이런 관심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안전보건관리자들이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고 지속적으로 안전보건 관련 예산이 증가한다면 중대재해는 앞으로 점진적으로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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