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뉴스핌] 고인원 특파원= 미국 경제가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강력한 성장세로 지난 한 해를 마감했다.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조한 가운데, 예상을 웃도는 성장률 수치에 미 경제의 연착륙 기대도 커졌다. 물가 압력도 눈에 띄게 완화된 것으로 확인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운신의 폭도 한층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 수출입 항만 [사진=블룸버그] |
미국 상무부는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기 대비 연율 2.9%(예비치)를 기록했다고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다우존스 전문가 예상(2.8%)이나 로이터 통신이 집계한 사전 전망(2.6%)을 모두 웃도는 결과다.
지난 1분기와 2분기 미 경제는 각각 -1.6%, -0.6%로 두 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하며 '기술적 침체'에 접어들었으나, 3분기 3.2%로 다시 성장세로 전환했다.
또 2022년 연간 GDP는 전년보다 2.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상무부는 밝혔다. 2021년 5.9%에 비해서는 둔화했다.
◆ 소비지출 2.1% 늘며 4분기 GDP 견인...경제 연착륙 기대도↑
세부적으로 전체 GDP의 68%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이 4분기 2.1% 늘어나며 GDP 성장을 견인했다. 3분기 2.3% 늘었던 데서 소폭 둔화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소비지출은 강력했다.
강력한 소비지출과 더불어 민간 재고 투자, 정부 지출, 비거주용 고정 투자 등이 늘며 전체 GDP 수치를 끌어올렸다.
반면 주택 경기를 대변하는 거주용 투자는 26.7% 감소했으며, 4분기 수출도 1.3% 줄었다.
4분기 물가압력도 뚜렷한 둔화 조짐을 보였다. 4분기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3.2% 오르며 예상에 부합했다. 3분기 4.8% 오른데서 큰 폭으로 내렸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도 3.9% 상승해 3분기(4.7%)보다 오름폭이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물가 정점 조짐 속에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고심하고 있는 연준의 운신의 폭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지난 2021년 미국의 GDP가 1984년 이후 가장 강력한 성장률을 보인 데 이어, 지난해 미 경제는 1∼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며 기술적 침체에 빠졌으나, 강력한 고용시장과 소비지출에 힘입어 3∼4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지난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총 4.25%포인트 인상하며 1980년대 이후 가장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한 데다, 금리 인상의 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까닭에 올해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 제조업, 주택시장 지표들이 뚜렷한 침체 징후를 보이고 있고, 4분기 실적 발표에 나선 기업들도 우울한 가이던스를 내놓으며 이 같은 관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미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버팀목인 소비가 약화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소매 판매는 전월보다 1.1% 감소한 6천771억 달러로 집계됐는데, 이로써 미국의 소매판 매는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날 예상을 웃도는 미국의 4분기 GDP 발표에 미 경제의 연착륙 기대도 커지며 나스닥이 1% 넘게 오르는 등 뉴욕증시는 일제히 상승세로 장을 시작했다.
미국 켄터키주 프랭크퍼트 실업사무소 밖에 줄선 사람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고용시장은 여전히 타이트...실업수당 청구건수 지난해 4월 이후 '최저'
한편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미국 거대 기술 기업들이 잇따라 정리해고를 발표하는 가운데에도, 고용시장에서는 여전히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타이트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1월 15∼21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18만6000건으로 전주보다 6000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직전 주의 19만2000건에서 20만5000건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블룸버그 통신 전망을 뒤엎는 결과이자,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다만, 고용시장의 열기가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는 조짐도 포착됐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68만 건으로 직전 주에 비해 2만 건 증가했다.
이는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가 재취업에 걸리는 시간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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