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둘째 딸 김주애를 공개한 배경에는 여동생 김여정과 부인 리설주 사이 '암투'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 위원장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위세를 우려하는 리설주 여사를 안심시키기 위해 딸을 대외에 공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27일(현지시각) 김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주애양의 손을 잡고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참관하러 나타난 것을 두고 처음에는 후계자에게 왕관을 씌우려는 것으로 해석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두 달 여가 지난 현재는 다른 분석이 나오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이 1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둘러본 뒤 활주로를 걷고 있다. 북한이 김정은의 딸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조선중앙통신] 2022.11.19 yjlee@newspim.com |
더타임스는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김주애를 대외에 공개한 것이 동생 김여정과 부인 리설주 등 김 위원장 인생에 '가장 중요한 두 여성' 사이의 경쟁 구도를 진정시키려는 복잡미묘한 제스처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3대째 이어져 오고 있는 '김씨 왕조'에서 현재 뚜렷한 후계자를 정하지 못한 김 위원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할 경우 권력 공백을 놓고 두 여성이 가장 강한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리설주 여사가 북한 퍼스트레이디로서 전례 없는 공개 행보로 존재감을 보였다면, 김여정 부부장은 '김씨 왕조'의 후손이자 경험이 풍부한 정치인으로서 김 위원장의 뒤를 이을 가장 확실한 자격을 갖춘 인물로 꼽힌다. 정해진 승계 원칙이 없는 '김씨 왕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뚜렷한 후계자를 정하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사망할 경우 권력 공백을 둘러싸고 두 여성이 순식간에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즉 김 부부장은 권력장악을 위해 김 위원장 가족 배제작업에 착수하고, 리 여사는 자신과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진욱 한국전략문화연구센터 원장은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여정 부부장은 영향력이 강하고 야심만만하며 공격적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아내는 이를 기꺼워하지 않으며 바로 이 점이 김 위원장이 딸을 공개한 이유"라고 해석했다.
최 원장은 "김 위원장은 아내를 안심시키는 동시에 동생에게는 '이게 내 딸이고 미래 세대'라는 교묘하지만 명확한 메시지를 주고자 한 것"이라며 '아들을 데리고 나왔다면 (후계자라는 사실이) 지나치게 명백해 김여정으로서는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주애의 등장과 관련해서는 리설주가 승자고 김여정은 패자이며 이것이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