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문재인 정부 시절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소환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이준범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부터 정 전 실장을 피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전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5월 10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
강제북송 사건은 2019년 11월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했다는 의혹을 받는 북한 선원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정부가 이들을 북한으로 추방한 사건이다. 정 전 실장은 이들의 강제북송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통상 탈북자를 대상으로 하는 국가정보원과 군·경찰의 합동조사는 보름 이상 진행된다. 하지만 강제북송 사건의 경우 선원들이 11월 2일 북방한계선을 넘어왔고, 정부는 사흘 뒤인 11월 5일 북측에 인원 추방 및 선박 인계 입장을 통지했다. 합동조사가 3~4일 만에 조기 종결된 것이다.
특히 당시 정부는 북측에 관련 내용을 보낸 지 2시간 만에 같은 달 26일 예정돼 있던 부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하는 친서도 보냈다.
정 전 실장 등 당시 정부 안보 책임자들이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해 합동조사를 급하게 마무리하고, 관련 보고서 내용 일부를 삭제 또는 수정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특히 검찰은 당시 북한 선원 2명의 '귀북 의사'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해당 선원들이 북한으로 돌아갈 경우 강력한 처벌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귀북 의사가 없었다고 보는 것이다. 국정원 매뉴얼에 따르면 탈북민은 귀북 의사가 분명한 경우에만 북송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헌법 정신에 따라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모든 법에 정리돼 있다"며 "예를 들어 외국으로 물건을 보내고 들여오는 것을 수출·수입이라고 하는데, 북한으로 물건을 보내고 들여오는 것은 반출·반입이라고 하는 등 남북관련 법에 용어 자체가 다르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당시 책임 있는 사람들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시스템에 따라서 해야 할 일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았는지 검토하는 사건"이라고 부연했다.
지난해 7월 국가정보원의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같은 해 9월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했으며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을 불러 조사했다. 이후 10월에는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12월에는 서훈 전 국정원장도 각각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검찰이 기록관 압수수색과 포렌식 절차 등을 마무리하고, 이날 당시 안보실 최고 책임자로서 의사 결정 과정의 정점에 있던 정 전 실장까지 소환 조사하면서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정 전 실장 등 핵심인물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는 등 조만간 관련자들에 대한 처분을 내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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