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단독 면담을 하루 앞둔 가운데 직접 장애인 거주시설을 방문해 실태 파악에 나선다. 전장연이 탈(脫)시설을 주장하며 장애인 권리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지만 장애인 전체 의견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행보로 보인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우성복지재단 시설 단지 내 3개 장애인 시설을 방문한다. ▲독립적인 생활을 보장하고 자립생활 기회를 제공하는 거주시설 '우성원' ▲수시·돌봄시설 '한아름' ▲직업재활시설인 '라온클린패밀리(세탁 시설)'까지 한번에 돌아본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2023년 신년 직원조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2023.01.04 mironj19@newspim.com |
시 관계자는 "거주시설뿐 아니라 장애인 보호작업장까지 있어 장애인 이용시설 실태를 알 수 있는 곳"이라며 "최근 난방비 폭등으로 인한 어려움은 없는지 등 장애인 시설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방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설 방문은 오 시장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제대로 운영되는 장애인 시설을 보고 싶다고 먼저 제안해 방문이 이뤄지게 됐다"며 "서울시가 관련 시설을 더욱 알차게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오 시장이 방문하는 '한아름'은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우성원 내에 마련한 중증 뇌병변장애인 대상 24시간 긴급·수시 단기거주 시설이다. 시는 모든 뇌병변장애인 시설이 낮에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한아름을 개소했다. 시는 운영 사업 평가를 거쳐 향후 2개소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오 시장의 장애인 시설 방문이 전장연에 대한 경고이자, 편가르기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하철 시위로 시민 불편이 참을 수 없이 커졌고 전장연의 시위 방향과 각종 요구사항이 장애인 전체의 의견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현장 방문을 바탕으로 본격 대응에 나설 거라는 전망이다.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가 비용 논리로 늘 후순위로 밀려왔다"며 탈시설 예산 등이 포함된 1조3044억 규모의 '장애인 권리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지만 장애인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치열한 주제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지난달 30일 시청에서 열린 서울시장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전장연이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하철 운행이 지연돼 불가역적인 손실을 보인 시민들이 약자"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20일 오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와 전장연 지지 시민들이 4호선 오이도역 추락 참사 22주기맞이 장애인권리입법·예산 권리를 위한 전국 집중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2023.01.20 hwang@newspim.com |
시와 서울교통공사 또한 전장연 지하철 운행 방해 시위로 지난 2년간 발생한 피해액이 4450억원(탑승 승객 피해 4400억원, 기존 이용 시민 피해 50억원)에 달한다며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전장연은 2021년 1월 22일부터 2023년 1월 3일까지 약 2년간 82회 시위했으며, 지하철 운행 중단 시간은 총 84시간으로 집계됐다. 시위 횟수 당 평균 63분간 지하철 운행이 중단됐고, 최대 운행 중단 시간은 154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 시장이 전장연과의 면담을 앞두고 시설을 방문하는 것은 결국 전장연이 요구하는 탈시설과 각종 권리 예산에 대한 장애인들의 의견을 듣고 논점을 명확하게 짚어내려는 것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전장연은 다른 장애인 단체들과의 합동 면담에 대해선 줄곧 거부감을 나타낸 바 있다.
한편 전장연은 오 시장의 발언에 대해 지난달 31일 논평을 내고 "우리가 사회적 강자냐. 시민과 장애인을 갈라치고 있다"고 비판해 면담 최종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giveit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