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1월에 난방비가 많이 나와서 절약한다고 했는데... 고지서가 잘못 온 줄 알았어요"
서울 양천구에 친구와 함께 사는 조모 씨(31)는 2월 도시가스 요금명세서에 찍힌 금액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조씨가 고지받은 금액은 18만2630원. 동거하는 친구와 나눠 내도 한 사람당 10만원을 내야 하는 꼴이다. 조씨는 "이번 달에는 친구도 본가에 내려가고 저도 여행을 다녀오면서 2주 가량은 동파만 막을 정도로 난방을 틀었는데 이 금액이 나온 것"이라며 "평소 집이 따뜻한 걸 좋아해서 1월에도 13만원이 나와 각오는 했는데 이 정도로 많이 나올 줄은 몰랐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서울 양천구에 사는 조모씨가 31일 도시가스 앱을 통해 받은 2월 가스요금 청구서. 조씨 제공 2023.02.01 mkyo94@newspim.com |
절약을 한 가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 강서구에 3인 가족 형태로 거주하는 이모 씨(59)는 2월 도시가스 요금으로 14만4000원을 고지받았다. 이는 지난 12월 3만7000원, 1월 7만8000원과 비교해 각각 5배, 2배가량 뛴 금액이다. 이씨는 "그렇게 따뜻하게 살았냐고 하면 그런 적도 없다. 평소 실내 온도는 22도로 유지했고 외출 시에는 21도로 낮춰 놓았다"며 "이 집에 이사 온 지 15년째인데 그동안 10만원을 넘겨본 적이 없다. 말이 안 되는 가격"이라고 토로했다.
1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서부권과 경기 일부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지난달 30일부터 시작해 요금을 고지받고 있다. 서울가스공사의 경우 납부 마감일이 10일인 가구에는 전달 말부터 문자 메시지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요금을 고지하기 때문. 이에 난방비 폭탄을 맞은 시민들의 충격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소식에 난방을 끄면서 일부 아파트에는 전에 없던 냉기가 돌기도 했다. 서울 서부권 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는 "복도식에 양, 옆, 위, 아래로 낀 세대라 난방을 안 켜도 냉기는 안 올라왔는데 1~2주 전부터 아파트 단체 대화방이 난리 나더니 급격하게 추워졌다"며 "이런 냉기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지난달 28일 서울 시내 주택가 도시가스 계량기 모습. 2022.10.28 mironj19@newspim.com |
설 연휴 이후 한파 기간은 이번 난방비에 반영되지 않았다. 1월 중순까지 사용한 금액까지가 2월 청구서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에 이달 말 난방비 고지서를 받는 가구를 중심으로 '난방비 폭탄'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가스공급업체 고객센터 등 민원이 폭주할 것으로도 보인다. 이날 오전 9시 서울도시가스 고객센터에 직접 전화해 보니 "대기 번호는 86번째이며 대기 시간은 10분 이상 걸린다"는 안내음이 나왔다.
앞으로의 요금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그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료비가 치솟음에도 불구, 정부는 요금 인상을 뒤로 미뤄왔지만 한국가스공사 미수금이 9조 원에 이르는 등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정부는 당장 올 2분기(4∼6월)부터 단계적으로 가스요금을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일부 시민들은 "혹한기 체험에 들어가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평균 4만원 난방비에서 최근 12만원을 받아본 1인 가구 문모 씨(29)는 "자취생에게 한 달 12만원으로 난방비를 내는 건 사치"라며 "난방 텐트나 수면 잠옷을 찾아보고 집에서도 패딩을 입는 등 혹한기 훈련에 들어간 것처럼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3인 가구 이모 씨 또한 "이미 집안에서는 웬만하면 양말을 신고 있다"며 "보일러가 돌아갈까 봐 환기 시간도 확 줄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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