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오세훈 시장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1시간 동안 면담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오 시장은 "지하철 시위를 중단해 달라"고 했지만, 박 대표는 탈(脫)시설 및 장애인 권리 예산 증액만 요구할 뿐 중단 약속은 끝내 하지 않았다.
양측은 2일 오후 3시30분부터 시청 본관 8층 간담회장에서 면담을 진행했다. 시는 당초 전장연과 장애인거주시설부모회 각각 면담 시간을 30분씩 배분했지만, 논쟁이 길어지면서 할당된 시간을 30분 넘긴 1시간 동안 이야기를 이어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2.02 pangbin@newspim.com |
면담 전 양측이 날선 발언을 쏟아내면서 면담이 불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박 대표가 면담 시간에 맞춰 모습을 드러내면서 제 시간 논의를 시작할 수 있었다.
오 시장은 면담 내내 '지하철 시위 중단'을 당부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지하철 시위를 자제해 달라. 시민들의 평가가 점차 부정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알 거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입는 피해도 이제는 인내의 한계에 도달했다"며 "탈시설 개념도 알리고 무엇을 알리고 싶은지 이제 시민들도 알게 됐으니, 추구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이런 시위 형태는 중단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장연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라는 발언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선 "전장연은 굉장한 강자가 됐다고 생각한다. 정시성을 생명으로 하는 대중교통을 84번 운행 지연시켰다. 이건 철도안전법에 위반되는 중범죄다. 중형에 처해지는 범죄"라며 "그런데 경찰도 전장연을 제대로 처벌 못한다. 우리 사회에 이 정도 '사회적 강자'는 없다. 어떻게 법을 대놓고 무시할 수 있냐. 그래서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는 표현을 썼다. 오히려 출근이 늦어질지 몰라 자는 아이를 30분 일찍 깨워야 하는 분들이 약자"라고 설명했다.
반면 박 대표는 '지하철 시위 중단' 약속은 하지 않은 채, 탈시설 및 장애인 권리예산 확충에 대해 주장했다. 특히 '지하철 1역사 1동선'과 같은 시의 장애인 이동편의 정책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오 시장이 정부 예산의 실권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에 관련 예산 확보를 요청해달라고 부탁했다.
박 대표는 UN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자립적 생활 및 지역사회에의 동참)를 '탈시설' 예산 확보에 대한 근거로 제시했다. 해당 조문엔 ▲장애인은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자신의 거주지 및 동거인을 선택할 기회를 가지며, 특정한 주거형태를 취할 것을 강요받지 아니한다. ▲장애인의 지역사회에서의 생활과 통합을 지원하고 지역사회로부터 소외되거나 분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개별 지원을 포함해, 장애인은 가정 내 지원서비스, 주거 지원서비스 및 그 밖의 지역사회 지원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김상한 복지정책실장은 "장애인을 위한 24시간 활동 보조를 제공하는 것은 자립생활이 아니라 '24시간 돌봄'으로 봐야 한다"며 "1인당 월 1300만원 이상 소요되며, 연 1억5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게 활동 보조 인력을 위한 것인지, 서비스 단체를 위한 것인지 여러 의구심이 든다. 시설에 있는 사람도 자립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해달라는 요청을 한다면 오히려 탈시설을 우려하는 장애인 당사자나 부모도 (전장연 주장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어디에 거주하든 균형 있는 장애인 정책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서울시청 간담회장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의 간담회에서 박경석 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2023.02.02 pangbin@newspim.com |
박 대표는 "저희가 지금 당장 시설에서 나오라고 주장한 적은 없다. 향후 20년 동안 이 계획을 가져가자는 것"이라며 "지난 2009년 오 시장 재임 시절 중앙정부보다 먼저 탈시설을 말씀하셨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탈시설과 시설 등 각각 동등하게 예산 허용 범위 내에서 챙겨나갈 거라는 의지가 있다. 올해 2000억 가까이 시가 탈시설 관련 예산을 편성했고 (박 대표도) 불만이 없다고 했다. 저도 (탈시설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것이다. 저희들의 의지를 믿고 지켜봐 달라"며 "그러나 지하철 공간에서 하는 시위만큼은 자제해 달라. 이제 홍보할 만큼 했고, 외칠만큼 외쳤다. 지하철 운행에 지장 받지 않도록 배려해 주면 그에 못지않게 균형 잡힌 장애인 정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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