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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⑥특권을 걷어낸 정치, 국가경쟁력

기사등록 : 2023-02-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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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창간 20주년 특별기고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

대학에 있다 보니 다양한 정치인을 만나게 된다. 2010년 연구를 위해 네 번을 만난 울프 홀름(Ulf Holm) 국회부의장은 환경당 출신의 3선 의원으로 젊은 나이에 정치에 입문해 41세에 국회부의장까지 올랐다. 몇 번의 만남에서 몇 가지 일관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보좌진이 없었다. 국회부의장실을 들어서면 본인이 직접 나와 나를 맞았다. 그리고 외투는 본인이 직접 받아 옷장에 걸어 주었다. 그리고는 직접 커피를 뽑아 나의 탁자 앞에 놓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가 끝나면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하는 친절도 잊지 않았다.

3선 국회의원으로 국회 부의장직까지 올랐으니 이후 계획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그는 "국회의원 되기 전 있던 자리로 돌아가야지요. 3선 이상하면 당원과 후배정치인들에게 민폐를 끼치기 때문에 거기서 멈춥니다" 룬드에서 환경운동을 하다 정치에 입문했기에, 다시 지역운동을 지속하겠다는 말이었다.

[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글싣는 순서

1. 글을 시작하며
2. 영국, 미국 그리고 스웨덴 3국의 숨겨진 비밀
3. 노조가 존중받는 사회, 스웨덴 노조의 대변신
4. 기업하기 좋은 나라, 사민당의 대변신
5. 만연했던 부패 어떻게 청산했나, 스웨덴 해법의 블랙박스
6. 특권을 걷어낸 정치, 국가경쟁력
7. 민주주의 건강상태는 누가 챙겨야 할까
8. 좌우파의 국가우선주의, 설득을 통한 상생의 정치
9. 정당 내 계파가 없는 이유
10. 성차별이 없는 사회
11.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
12.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열어주세요
13. 지방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
14. 서로의 선을 지키는 사람들
15.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
16. 4차산업시대 노사관계의 대전환
17. 새로운 정치패러다임, K-Politics 전제조건
18. 우리 사회의 대전환, 두 개의 관문
19. 국민 의식의 대전환, 긍정 인자를 깨우자
20.글을 맺으며, 대한민국 패러다임 전환 (끝)

왜 정치를 시작했는지 묻는 호기심 많은 정치학자의 말에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역에서 환경운동을 하다 보니 갖춰져 있지 않은 법이 많다는 것을 알았어요. 환경활동가로 몇 번을 지역구 의원에게 요청했지만 원하는 법이 만들어지지 않더군요. 그래서 직접 법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 정치인이 되었지요"

까다로운 정치인 윤리 잣대

그런데 큰 꿈을 갖고 입문한 스웨덴 정치인들도 공금유용, 법인카드 불법사용, 사소한 실수 등으로 낙마하는 경우가 가끔 발생한다.

1995년 사민당 출신 모나 살린(Mona Sahlin) 당시 부총리는 총리 지명 1순위였으나 법인카드와 자녀 탁아소 비용 연체 등의 문제로 스스로 권좌에서 내려 와야 했다. 법인카드 사용에 대한 검찰조사에서 무죄로 판명 나 사법적 제재까지는 받지 않았으나 윤리적인 책임은 피할 수 없었다. 법인카드로 구입한 품목 중 초콜릿이 포함되어 있어 토블레론(Toblerone) 스캔들이라고 명명된 이 사안은 결국 그녀의 정치인생 동안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다. 2015년 사민당 대표로 복귀해 명예를 회복하는 듯 했으나 총선에서 패해 총리까지 오르는데 실패했다. 그녀에게 끝까지 씌어져 있던 멍에는 98회의 주차위반과 32회 미납으로 이어진 지불명령, 탁아소 비용 연체, 유모 영수증 미처리 등으로 정치인으로서 신뢰를 얻지 못한 주요 원인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우파에서도 발견된다. 2006년 총선 승리로 새롭게 임명된 마리아 보레우스(Maria Boreus) 산업부 장관과 세실리아 실로(Cecilia Stegö Chilò) 통상부 장관은 TV시청료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산업부 장관의 경우 영국에서 거주하다가 귀국한지 얼마 되지 않아 시청료를 납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깜박 잊고 있었다고 항변했지만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임명된 지 6일 만에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 문화부 장관의 경우 16년간 시청료를 의도적으로 납부하지 않았고, 유모 도움을 받고 영수증을 처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질타를 받자 결국 새 정부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임명 16일 만에 자진 사퇴의 길을 선택했다. 참고로 TV시청료는 시청자가 자진 신고 후 고지서를 발부 받아 납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지만 2019년 가구 당 소유하고 있는 TV의 숫자와 상관없이 매년 1327 크로네(한화 약 17만원) 혹은 소득의 1퍼센트(더 낮은 것을 부과)를 세금으로 자동 징수한다. 앞으로는 TV시청료를 납부하지 않아 임명된 각료가 낙마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사진=게티이미지]

사민당 쪽에서는 또 한 명의 당대표가 불명예로 정계를 떠났다. 호칸 유홀트(Håkan Juholt)는 2006년 선거에서 패배한 사민당의 구원투수로 혜성처럼 등장한 당대표였지만 역시 스캔들로 낙마한 경우다. 2011년 11월 17일자 석간 타블로이드 신문 아프톤 블라뎃(Aftonbladet) 1면 톱에 사진과 함께 이런 제목의 글이 실렸다. "유홀트, 의원거주지원금 거짓 신고 후 착복" 내막은 이랬다. 지방에서 당선된 의원이었기 때문에 국회 회기 중 스톡홀름에 머무는 동안 동거인의 집에 머물며 지냈다. 의원처우법에 따라 파트너와 함께 사는 아파트 임대료의 절반만 신청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2년 동안 전액을 수령해 16만 크로네(한화 약 2000만원)의 부정이익을 취했다는 내용이었다. 언론에 보도된 다음 날 바로 잘못을 인정하고 수령액을 전액 반납하며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며칠 뒤 언론을 통해 발표된 전국여론조사에서 당지지율이 10퍼센트 이상 급락하자 당원들의 비난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전 당대표 모나 살린의 악몽이 다시 소환된 것이었다. 2주 동안 전국을 돌며 숙고한 끝에 돌연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저는 당 대표로서 큰 과오를 범했습니다. 얼마나 큰 과오인지는 미래가 판단해 주겠지요. 전국에서 보여 주신 저에 대한 지지와 당원들의 질타를 고민해 본 끝에 다음의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스웨덴은 강하고, 긍정적이며,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민당(당시 야당)을 필요로 합니다. 다가올 선거에서 책임을 가지고 나갈 수 있는 야당은 새 출발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것은 제가 사민당 대표직을 이 시각을 기해 내려놓는 이유입니다. 저는 우리 당과 국가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할 시점에서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않길 원합니다" (2012. 1. 12. 유홀트 사민당대표 사임사)

첫 기사가 나간 지 56일 만에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민당이 다가 오는 선거에서 부담이 되지 않기 바라며 자진 사퇴의 길을 택했다. 검찰 조사에서 범죄의 혐의가 발견되지 않아 무혐의로 수사가 종결되었지만 당에 누를 끼친 점을 이유로 자발적으로 사퇴를 결정한 것이었다.

스캔들로 낙마한 스웨덴 정치인들을 보면 이권개입, 권력남용, 횡령 등과 같이 조직적인 부패에 개입하거나 연루된 사안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법인카드 개인유용과 TV시청료 미납, 주차위반요금 미납, 유모 영수증 미처리, 주택지원금 과다 수령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사안들이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사실 정치인들에게 직장에서 개인 보좌관이 없고, 출퇴근을 위해 제공되는 승용차도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맞벌이 부부로 배우자와 번갈아 가며 자녀들을 돌보며 가사와 정치를 수행하기 때문에 시간에 쫓길 때가 많고, 모나 살린의 경우처럼 자녀를 자동차로 탁아소에 데려다 주고 출근해 일하다가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주차위반을 당한 경우가 많다. 만찬이 자주 있는 장관직을 수행하다 보면 늦은 저녁까지 이어질 때가 많아 유모의 도움을 받을 때가 자주 있는데, 급히 구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사업자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아르바이트생들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아 불법고용이 되고 만다. 자녀가 있는 고위직 정치인의 경우 엄청난 스트레스와 시간과의 싸움을 매일 같이 반복해야 한다. 공과금 납부도 퇴근 후 본인이나 배우자가 직접 처리해야 하는 사안들이다 보니 납부 시한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정치인의 일상

브리타 레이욘(Britta Lejon) 전 민주주의 장관을 만났을 때 소개해준 일화는 정치인의 일상이 얼마나 스트레스와 힘든 일의 연속인지 잘 말해준다. 레이욘 전 장관과는 연구를 위해 몇 번에 걸쳐 개인적 만남을 이어온 적이 있었다. 레이욘 장관이 현직에 있을 때의 일이다. 남편과 2주씩 번갈아 가며 자녀를 아침 8시까지 탁아소에 데려다 주고 오후 4시에 데려 오는데, 한 번은 본인 차례일 때였다고 한다. 외국에서 온 공식 방문단과 오후 행사를 마치고 만찬까지 이어지는 일정을 소화해야 했지만 오후 4시에 잠시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녀를 탁아소에서 집까지 데려다 준 후 다시 출근해 회의와 만찬을 무사히 맞출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럴 경우 대개 시간을 잘 조율해 남편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부득이 한 경우 자신이 모든 것을 떠맡아야 할 때가 종종 있었다고 회상했다. 본인만 그런 것이냐고 물으니 정부에 있는 장관들 중 나이가 어린 자녀가 있을 경우 상황은 비슷하다고 했다. 사실 레이욘 장관이 소개해 준 일화는 자녀를 둔 모든 스웨덴 부모들의 일상이기도 하다. 여성 취업율이 유럽에서 가장 높은 80퍼센트에 이르기 때문에 자녀를 둔 가정의 평상시 모습들이다.

[사진 출처 = https://ec.europa.eu/eurostat/]

이코노미석을 타는 의원들

스웨덴 정치인들이 불명예로 낙마하는 경우의 대다수는 부패 범죄가 아닌 까다로운 윤리적 잣대로 정치인을 평가하는 국민들의 정서 때문이다. 이 같이 까다로운 국민의 정서는 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의원처우법, 의원입법활동지원법, 그리고 의원윤리규정 때문이다. 의원지원법의 핵심은 의원들의 처우기준과 입법 활동을 위한 교통이동수단 등에 대한 까다로운 규정에 잘 담겨져 있다. 국회의원들은 거주지에서 국회까지 이동할 때 4가지의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첫째, 비용이다. 가장 저렴한 이동수단을 선택해야 한다. 둘째, 환경성이다. 환경에 더 좋은 이동수단이 먼저 선택되어야 한다. 셋째, 신속성이다. 사안에 따라 빨리 이동해야 할 때 이 조건이 충족된다. 넷째, 안전성이다. 가장 좋은 이동 수단이 안전하지 못하면 이 안전 조건이 우선한다.(의원처우법 4장 8절)

이 네 가지 요건은 상황에 따라 복합적으로 적용된다. 예정되어 있는 본회의 참석을 위해 이동할 때를 예를 들어보자. 가장 저렴하고 환경적이며 안전한 교통편을 이용해야 한다. 항공편은 빠르지만 오염물질을 배출하며 가격이 더 비싸다. 이미 예정되어 있던 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출장여행이므로 이 경우 친환경적인 고속열차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갑자기 비상상황이 생겨 몇 시간 내에 본회의에 참석하라는 통보를 받는다면 당연히 가장 빠른 수단이 고려되어야 한다. 항공편만이 이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 여기서도 이코노미석이 매진되었으면 모르지만 저비용 규정 때문에 비즈니스석을 구매할 수 없다. 그런데 주소지가 스톡홀름인 의원들은 어떤 이동수단을 이용해야 할까? 첫 번째 예에서는 가장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것이 도보나 자전거이겠지만, 1시간 이상 떨어진 곳이라면 전철이 가장 빠르고 친환경적인 이동수단이 된다. 두 번째 경우 촌각을 다투는 회의라면 스톡홀름에 주거지가 있는 의원의 경우 택시를 타고 등원하는 것이 가장 적합한 이동수단이 된다.

이렇게 의원지원법은 국회의원의 이동수단까지 꼼꼼하게 규제하고 있어 얼마나 잘 실천하고 있는지, 의회 사무처와 재정지원과에 법의 규정에 따라 신고 되고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다. 또한 일반 국민들도 비밀이 아닌 정보는 정보접근법에 따라 자유롭게 열람해 볼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의원입법활동지원법의 핵심 중 하나는 '의원은 한 명의 정치보좌관에 해당하는 예산을 지원받는다'고 규정한 데 있다.(의원입법활동지원법 3장) 그렇다고 의원 한 명당 보좌관 1명이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으로 보좌관의 수는 원내정당들이 자체적으로 결정한다. 당의 필요성에 따라 원내총무에게 전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경제적 여건에 따라 50명 의원이 있는 정당에서는 대개 7-10명 정도의 보좌관을 둔다. 의원들은 입법지원이 필요할 때마다 원내총무에 요청해 파견된 정책보좌관의 도움을 받아 입법 활동을 수행한다. 의원사무실은 평균 15~20평방미터 정도의 의원만 앉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다. 지방에서 올라온 의원들은 주중 의정활동을 하다가 잠을 잘 수 있는 작은 침대가 딸린 방을 배정받기도 한다. 앞서 말했듯 개인 정책보좌관은 두고 있지 않다. 전화를 받는 것부터 일정 챙기기, 방문 손님맞이, 안내까지 모두 의원의 몫이다.

정치인의 정책 생산성

최근 4년 동안 의원들이 매년 의회에 제출하는 평균 법안 수는 3257개에 이른다. 의원수가 349명이니 1년에 의원 당 평균 9.3개의 법안을 제출한 셈이다. 2022년에 제출된 2238개 법안 중 단독법안은 1849개로 82.6퍼센트를 차지했다. 따라서 다수 의원이 공동 발의한 법안을 제외한 단독 법안 수는 의원 평균 5.3개에 이른다. 이 숫자는 개인 정책보좌관의 지원 없이 원내정당이 채용한 정책 보좌관의 일부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것이지만 기초자료조사 등의 도움만 받을 뿐 제출되는 법안은 오롯이 의원의 손에서 탄생한다.
의원윤리규정은 2014년 국회의 모든 정당이 참여해 함께 합의해 만들어낸 실천규정으로 입법의 특권을 가진 의원이 해서는 안 되는 것(내부거래, 재산거짓신고, 뇌물수수, 선물수수)과 해야 할 것을 다루고 있다. 이 규정의 핵심은 명시된 규정에 따라 성실히 입법 활동을 수행하지 않는 의원은 국민의 책임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규정에 언급된 내용에 반하는 의원이 있거나 위법행위에 가담할 경우 우선적으로 당내에서는 원내총무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 원내정당에 배정된 상임위 활동, 직무 등을 다른 의원으로 교체하거나 의원활동을 잠시 정지시키는 조치는 각 당 원내사무총장의 역할이다. 의사진행 발언이나 국회의원으로서의 품위와 연관된 경우는 국회의장이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경고, 주의, 퇴장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앞에서 언급한 '해서는 안 되는 항목' 중 형법에 위배된 행위는 사법적 처리의 대상이다. 국회의원에게 면책특권이나 불체포 특권은 주어지지 않고, 헌법(국가조직법 4장 11절)과 형법(20장 4절)에 근거해 범죄행위에 따라 지체 없이 사법적 절차를 밟아 2년 형 이상의 판결을 받을 경우 의원직이 자동적으로 박탈된다.

[사진=게티이미지]

전직 총리가 정의하는 스웨덴 모델

개인적으로 만났던 정치인 중 잉바르 칼손 전 총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스톡홀름 포럼 행사가 매년 개최되는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에서 진행했을 때 칼손 전 총리를 특별 연사로 초청한 적이 있다. 행사 후 심층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는 흔쾌히 1시간을 내 주었다.

질문을 던졌다. "스웨덴 모델은 총리님께 무엇입니까?" 1초의 머뭇거림도 없이 그는 힘주어 말한다. "누구나 성공할 수 있게 해 주는 교육정책,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통한 고용정책, 정치의 상생 노력, 정치인의 희생, 노사의 탄탄한 협력 구조와 노조의 책임성, 기업의 사회적 책임성 이런 것들이다. 스웨덴 모델은 무엇보다도 정부가 경쟁력 있고, 모든 국민이 정부를 믿고 세금을 내며, 정부도 단 한 푼이라도 헛되이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 국민의 세금을 낭비 않으려는 정치적 노력은 깨어 있는 비판적 시민이 있기에 가능하다. 국민의 높은 정치참여가 가장 중요하다"

그가 인터뷰에서 직접 밝힌 스웨덴 모델의 핵심이다. 그와의 인터뷰 중 오랫동안 남아 귀에 맴돌던 말, "정치의 상생을 위한 노력, 정치인의 희생, 깨어 있는 시민"이라는 구절이었다.

특권을 걷어낸 나라, 국가경쟁력

법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특권이라는 인식을 갖는 정치인, 일반 국민보다 더 혹독한 잣대로 평가받는 정치인, 가정과 자신을 희생하면서 좋은 법을 만들어 자신이 꿈꾸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정치인, 작은 실수라도 국민 앞에 떳떳하지 못하면 장관 자리 국회의원도 훌훌 벗어 던지는 정치인, 15평방미터 내외의 작은 의원실, 작은 의원 아파트에서 쪽 잠 자면서도 개인 정책보좌관 없이 혼자 법안을 만드는 사람들, 국민들 앞에 가장 떳떳하게 나설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국회가 있는 나라. 이런 나라들의 국가경쟁력은 어떤 지표를 비교해 봐도 상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칼손 전 총리가 이야기 한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상생의 정치, 희생의 정치인은 그런 나라로 가는 필수 요소인 듯하다. 그리고 깨어 있는 비판적 시민정신은 그런 길로 나갈 수 있도록 방향을 보여주는 길잡이 역할을 해 주고 있는 듯하다.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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