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한국무역보험공사 노동조합이 기획재정부가 추진하는 '한국수출입은행법 시행정 개정안' 저지에 나섰다. 시행령 개정 과정의 흠결은 물론 업무 중복 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는 만큼 개정 강행 자체에 반기를 들었다.
무보 노동조합은 지난 6일 '한국수출입은행법 시행령' 개정령안 입법예고의 철회를 요구하는 입법의견서를 법제처에 제출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와 관련된 의견수렴은 오는 20일까지다.
[의왕=뉴스핌] 윤창빈 기자 = 경기 의왕시 의왕ICD 제2터미널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2022.12.06 pangbin@newspim.com |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9일 '수은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에 수은이 대출을 지원하는 수은이 대출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에만 추가로 대외채무보증을 제공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현지통화로 거래하는 경우에는 대출 없이 보증만 독자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예외조항이 신설된다. 또 수은의 대외채무보증 한도를 무보의 연간 인수 금액의 35%에서 50%로 15%포인트 상향한다.
이에 대해 무보 노조측은 "이번 개정안은 직접 대출을 수은이, 보험·보증 등 간접지원을 무보가 한다는 국내 수출신용기관 운영의 기본 원리를 무시하는 내용"이라며 "불필요한 업무 중복에 따른 국부 유출을 야기하고 공공기관 효율화 흐름에도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중장기 수주지원 보험료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무보의 업무구조상 수출중소기업들에 대한 무보의 지원여력을 약화시켜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수출생태계의 저변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무보 노조의 입법의견서에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대통령령 개정의 필수절차인 '관계기관 협의'가 생략됐다는 점을 비롯해 개정안의 주요 용어들이 불명확해 법령의 자의적 해석 가능성이 높다는 부분이 강조됐다. 또 개정 주요내용이 상위법인 수출입은행법의 위임범위를 초과하고 있어 입법예고가 철회돼야 한다는 주장도 담겼다.
무보 노조는 또 "대통령령 입법예고는 사전에 반드시 관계기관의 협의가 있어야 하는데도 개정안 주관기관인 기재부가 입법예고 시에 관계기관인 무보와 협의 없이 '부처협의 예정'이라고만 기재했다"며 "이는 중대한 절차적 흠결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사업소재국 범위, 수은의 대외채무보증 업무 범위를 결정하는 법적 주체 등 개정안에 사용된 용어의 개념과 적용범위가 불명확해 법령의 자의적 해석 가능성이 높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의 불씨가 남아 있다는 점 역시 노조의 생각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의 대외채무보증과 한국무역보증공사의 중장기 수출보험 비교 [자료=국회예산정책처] 2023.02.03 biggerthanseoul@newspim.com |
상위법의 위임범위 초과 문제도 제기됐다. 노조는 한국수출입은행법 제18조 4항에서 '수은의 대출금액 및 보증금액을 합한 금액 중 대출금액이 차지하는 비중', '무역보험법에 따른 지원규모'를 감안해 수은의 대외채무보증 업무 범위를 제한하고 있는데 시행령 개정안에서 상위법에서 명시한 업무범위를 무시하는 예외조항을 신설하는 것은 위법 부당하다는 얘기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6월 '금융공공기관의 정책금융 운영현환 분석' 자료를 통해 수은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우려의 시각을 전했다. 예정처는 동일 분야의 업무수행 및 소관부처가 다를 경우, 중복 지원 및 불필요한 경쟁이 발생할 수 있을 뿐더러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기관 간 업무 영역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놨다.
이연수 무보 노조위원장은 "이번 수은법 시행령의 개정 시도는 국회의 검토를 거치지 않는 시행령 개정의 맹점을 악용해 기본적으로 거쳐야 할 절차적 정의마저 무시하고 있다"며 "공공기관 운영의 기본원칙 마저 무시하고 기관간 출혈 경쟁을 야기해 장기적으로는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음에도 자기 기관의 이익만을 위해 수출경쟁력 강화라는 교묘한 말로 포장한 수은의 이번 개정시도를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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