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의 경기 평택시 연장사업의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지방자치단체가 GTX를 비롯해 광역철도 연장 사업 비용을 모두 부담할 경우 해당 사업을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하지 않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어서다.
GTX 연장 사업이 철도망 계획에 반영되지 않고 추진되면 예비타당성조사이나 민자적격성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재정 투입을 전제로 철도망 계획이 작성되는 만큼 지자체 100% 부담 사업에 대해서는 예타 없이 추진할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대통령의 대표 교통공약인 GTX 연장사업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데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숙원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의미다.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원인자 부담이 합리적이다. 평택시가 GTX 연장 비용 부담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만큼 C노선 연장이 망계획 반영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사업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이미 선정돼 있는 사업시행자와의 협의가 추가로 필요하다. 특히 운영비 부담을 놓고 사업자와 지자체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사업이 난항에 빠질 수 있다. 민간투자사업 차원에서 실시협약 변경 사안인 만큼 기획재정부의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민투심)도 거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 1년 이상 소요 예타 생략…망계획 반영 안한 첫 철도사업, 균형발전에도 긍정적
13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자체가 사업비 등을 전액 부담하는 광역철도 노선에 대해서는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국비 소요 없이 100% 연장 비용을 부담하면 철도망 계획에 반영하지 않고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5차 철도망 구축계획(2026~2035년) 작성을 올 상반기 중에 착수할 계획이다. 기존 4차망과 비교해 1년 이상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다. 대통령 공약사안인 GTX 연장·추가 노선사업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사업이 철도망 계획에 반영되는지가 중요한 이유는 예비타당성조사 시행 여부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은 재정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예타를 거쳐야 한다. 통상 1년 이상 소요되고 경제성(B/C)분석 등 까다로운 평가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 사업 추진이 어렵다.
그 동안 철도사업은 국가철도망계획에 반영돼야만 사업 추진이 가능했다. 도로사업에선 민간제안 사업에 한해 기본계획에 반영하지 않고 추진되는 것과 대비된다. 도로는 건설 이후 운영 등이 복잡하지 않지만 건설 만큼 운영문제가 중요한데다 중복 노선이 많고 타 노선과 네트워크성이 강조되는 철도는 망계획에 반영되지 않으면 예산당국을 설득하기가 어렵다는 게 특징이다.
반면 GTX 연장에 필요한 비용을 지자체가 100% 부담하면 예산당국과 재정 투입을 논의할 필요가 없어진다. 국토부가 망계획 반영 없이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고 보는 이유다. 다만 철도노선 연장을 위해 필요한 건설비는 물론 운영비까지 지자체가 부담한다는 전제에서다. 여기에는 선로 연장으로 늘어나는 운행 간격을 맞추기 위한 차량 추가 구매도 포함된다. 100% 지자체 부담 협의가 될 경우 망계획 반영 없이 추진되는 첫 철도사업이 된다. 연결성 등을 고려해 추후 망계획에 포함될 수 있지만 예산당국과 협의를 위한 망계획 반영 절차는 생략된다는 의미다.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사업 추진을 원하는 지자체가 부담하는 게 합리적이란 진단이 나온다. 한정된 재원을 수도권에 많이 투입할수록 비수도권 사업비가 줄어드는 문제가 가장 큰 숙제로 꼽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재정 여력이 높은 수도권 지자체들이 자체 부담으로 사업을 추진해야만 4차 철도망 계획에 대폭 반영한 비수도권 사업이 힘을 받을 수 있다. 추가 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D·E·F 노선 규모만 해도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도권 집중을 유도하는 사업을 국가 재정으로 계속 지원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다만 망계획에 반영되지 않아도 추가 절차가 필요하다. 우선 기존 사업자와 협의가 필요하다. 논의되고 있는 연장노선 모두 기존선을 활용하고 규모도 전체 구간 대비 짧아 신규 사업자를 유치하는 방식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기존 사업자가 연장사업을 수용해야 추진이 가능한 구조다.
지자체는 연장에 필요한 비용을 놓고 사업자와 합의해야 한다. 양쪽이 연장 비용을 다르게 책정하면 논의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운영비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당장 건설비를 지자체가 부담한다고 해도 적자가 예상될 경우 수십년의 운영비를 사업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지자체 입장에서 섣불리 약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 예산당국과도 논의가 필요하다. 연장으로 인해 국비가 소요되지 않더라도 총 사업비 등은 변경돼야 해서다. 정부와 사업자가 맺은 실시협약 변경 사안이어서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민투심)를 거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 운영비 놓고 사업자와 협의 험난할 듯…연장비 부담 선언했던 평택시 "국토부와 논의"
제도가 확립되면 GTX A노선 평택 연장, B노선 춘천 연장, C노선 동두천·평택 연장 등 대통령 공약에 포함됐던 노선이 망계획에 반영되지 않을 수 있는 후보로 꼽힌다. 신설에 가까운 D노선 연장과 E·F노선은 국비 지원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반드시 망계획에 포함돼야 한다. 국토부는 해당 노선의 사업성 등을 검토하기 위한 'GTX 확충 통합기획' 연구용역을 6월까지 마무리하고 대략적인 GTX 연장·신설 추진 방향을 정리한다.
이 가운데 망계획 반영이 제외될 수 있는 노선으로 GTX-C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평택시가 C노선 연장에 대해 지자체 부담을 선언해왔기 때문이다. 반면 경부고속선을 이용해야 하는 A노선은 지자체의 사전타당성조사에서 경제성 부족으로 결론이 나와 추진이 중단됐다 올해 다시 지자체 용역에 들어갔다. C노선은 평택시 외에 화성시, 오산시가 각각 자체 진행 중인 연구용역이 조만간 결론이 나올 예정이다. 이 외에 춘천 등 다른 지자체도 비용을 부담하면 사업 실현 가능성을 보다 높일 수 있다.
다만 평택시는 연장 비용 100% 부담에 대해 한발 물러난 모습이다. 평택시 관계자는 "국토부 용역결과가 나와봐야 건설, 운영 등 사업비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며 "비용을 부담할 의향이 있지만 대통령 공약 사안인 데다 아직 구체적인 비용 규모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결론이 나오면 방향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공약에 포함된 사업인 만큼 국비 지원을 받을 여력이 있는지 저울질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망계획 반영 여부와 관계 없이 사업에 속도를 낸다는 게 정부 목표다. 정부는 임기 내 GTX 사업 예타 통과를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망계획 작성을 1년 이상 앞당겼고 내년까지 마무리하면 곧바로 예타를 신청할 수 있다. 빠르면 2025년까지 예타 통과 여부를 결론낼 수 있는 일정이다.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재정·민자 혼합방식 등도 적극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서울지하철 3·4·5·6·7·8·9호선 연장 노선은 아직 공사비 전액을 부담하겠다는 지자체가 없는 만큼 당장 논의 대상이 되는 노선연장안은 없을 전망이다. 다만 인천광역시를 비롯해 경기 김포시, 하남시, 남양주시 등에서 서울 지하철의 잇단 노선 연장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향후 이 제도를 활용한 연장 사업이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장노선은 원인자 부담 원칙으로 추진되면 대폭 속도를 낼 수 있지만 추가 논의도 필요하다"며 "GTX 조속 착공을 위해 관계자들과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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