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사실 메타버스는 코로나19가 키운 셈입니다. 다만 아직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의 한 회원사 대표가 한 말이다. 그는 가상융합, 가상현실, 가상경제 등 메타버스라는 산업이 어느 한 분야로 분류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산업 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 전반에 메타버스가 얽혀있다는 얘기다.
[메타버스 이정표] 글싣는 순서
1. 신대륙 발견 후 터전 마련하는 K-메타버스…민·관 협력 방점
2. 신사업 최초 자율규제 도입…세계 최초 진흥법 추진
3. 전문가들 "기업 키우려면 자율규제 힘 실어줘야"
그는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온 경향은 있다"며 "이제는 무엇이 안되고 무엇을 해야만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지를 어느 정도 감을 잡았기 때문에 기준점을 정확히 잡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메타버스 시대에 들어섰지만 사회는 아직 적응하기에도 바쁘다. 3년간 무려 7차 유행까지 반복한 코로나 생채기를 지나오면서 메타버스 산업이 급성장한 뒤 최근엔 거품이 빠진 상태이긴 하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메타버스 산업의 기틀을 잡아야 한다는 데 정부, 기업, 정치권이 입을 모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 국회의원은 "아직 산업에 대한 개념이 잡혔다고 보기도 힘들다"며 "새로운 산업의 기회를 코로나 시대 속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업성장·규제혁신·이용자보호 '세마리 토끼' 잡는 메타버스 진흥법
세계 4대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가 전망한 2030년 세계 메타버스 시장 가치는 무려 5조 달러다. 한화로 약 6800조원 규모다. 우리나라 올해 전체 예산이 639조원이니 이보다 10배가 넘는 규모다.
정부 예산이 집중되고 기업들도 신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문제는 5조 달러 시장을 향한 길이 여전히 험난하다는 것이다. 지름길을 찾기가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산업 전반에서는 대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되면서 메타버스 산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것을 우려하면서도 세계 시장이 메타버스를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달 열린 'CES 2023'을 보면 올해 주요 트렌드 5가지 가운데 하나로 '웹3·메타버스'가 제시됐다.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메타버스의 성장가능성과 특수성을 고려한 독립된 진흥법에 근거해 체계적인 신산업 육성을 통해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산업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는 데 정부와 산업계가 목소리를 높인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지난해 메타버스 산업 진흥 등을 위한 종합 법안을 발의했다. [자료=국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3.02.13 biggerthanseoul@newspim.com |
정치권도 화답했다. 이미 국회 과방위에서도 관련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지난해 1월 11일 '메타버스산업진흥법안'으로 발의했다. 곧바로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도 지난해 1월 25일 '가상융합경제법안'을 발의했다. 같은해 9월 1일에는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이 '메타버스산업진흥법안'을 내놓으면서 메타버스 산업의 체계적인 육성을 위해 발의된 제정법안은 3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법안은 대체적으로 ▲기업 지원 ▲ 규제 혁신 ▲이용자보호 등으로 요약된다.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일상·산업 등 다양한 분야로 융·복합 확산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메타버스 산업의 체계적인 육성을 위해 기술개발 촉진, 인력양성, 표준화, 창업지원 등에 대한 근거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
규제 혁신 차원에서 기존 규제 또는 제도 미비로 신산업 성장이 제약받지 않도록 자율규제 체계도입, 임시기준 마련 등 선제적 규제개선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임시기준의 경우, 과기정통부 장관은 법령 등이 불분명해 사업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직권 또는 신청을 받아 관계 중앙행정기관장에게 임시기준을 마련하거나 정비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다.
지속가능하고 건전한 발전을 위해 이용자의 권리도 살펴본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가전략기술 육성 및 메타버스(가상융합경제) 선도를 위한 법률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곽노성 연세대학교 글로벌인재대학 교수(왼쪽부터), 손병호 KISTEP 미래기술전략본부장, 이승민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 및 인공지능·빅데이터 정책연구센터장이 자리하고 있다. 2022.03.30 leehs@newspim.com |
법안의 토대는 지난해 3월 30일 국회 과방위에서 열린 국가전략기술 육성 및 메타버스 선도를 위한 법률 제정을 위한 공청회였다. 메타버스 전문가들이 참석한 공청회에서 ▲혁신적인 경제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진흥 기반 구축 ▲기존 규제 타파와 새로운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 기반 마련 ▲사회 전체가 메타버스 사회로 전환되는 것에 대한 다양한 피해 방지 등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진행됐다.
이를 기반으로 신속한 입법을 위해 법안을 발의한 이들 의원실은 산업진흥 규정 중심의 병합을 긍정적으로 검토했고, 과방위 수석실에서 병합안을 마련해 최종안 논의가 한창 진행중이다.
◆ 세계 최초 메타버스 산업 진흥법 마련 '초읽기'…경쟁력 확보 조력
메타버스 시대를 두고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에 부정적인 시각도 공존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2021년 12월 '2030 디지털 메가트렌드 미래전략' 자료를 통해 밝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디지털 자산의 활발한 창작 및 거래로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는 데 83.5%가 공감했다. 콘텐츠 창작자에 대한 보상이 지급보다 증가해 더 많은 창작활동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81.2%에 달했다.
이와 달리, 81%는 메타버스 산업에서도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독점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메타버스를 활용하지 않는 사람이 소통이나 교류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71.2%에 달했다.
이렇다보니 국내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산업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신속한 법적 근거 마련이 절실하다는 조언이 이어진다.
이같은 취지에서 이번에 추진하고 있는 메타버스 진흥법안은 세계 최초로 메타버스 산업 진흥을 위한 법적 근거가 될 것으로도 기대된다.
우려되는 문제점 해소에도 실질적인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버스는 경제·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불러올 '플랫폼'으로서 주목받고 있지만, 개별 영역별 기존 규제 법률 적용이 우려되고 있어 메타버스 신산업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그동안 제기됐다. 해결책으로 자율규제안이 시행된다면 신산업 분야에서는 최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법·제도 기반을 통해 일상과 산업에 메타버스가 빠르게 융·복합, 확산되며 국내 ICT 산업의 새로운 도약 및 글로벌 시장 선점도 기대된다.
또 가상공간에서 업무·협업, 복수의 아바타를 사용한 다양한 자아 표현 등 일상·생활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개인정보유출, 사생활 침해, 디지털 자산의 복제, 도용, 표절 등 소유권·저작권 분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한 현실·가상세계 간 연동이 고도화될수록 다양한 개인정보 수집이 불가피해 기존 기술·제도를 활용한 보호에도 한계가 드러난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메타버스의 혁신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사회적 숙의를 바탕으로 안전한 이용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민간 중심의 '자율규제' 근거를 마련하는 측면에서 해결책을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기반으로 안전한 메타버스 환경을 조성해 메타버스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버스로 인해 새롭게 등장할 수 있는 글로벌 사회·경제적 이슈에 대한 모범사례를 창출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생태계를 성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승래 의원은 "메타버스라는 하나의 가치가 출현한다는 것은 그것에 걸맞는 세계관과 가치관이 함께 접목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를 토대로 기술 개발, 서비스 개발을 하는 차원에서는 최근의 메타버스 열풍이 우리한테 준 영향이나 의미는 작지 않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최초의 문제 제기가 되고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면 그에 걸맞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며 물리적인 현실과 가상과의 융합·결합은 갈수록 전개될 수밖에 없다"며 "이를 위한 과정에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메타버스 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한 법 제도가 마련되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와 관련 국회 과방위는 14일 법안소위원회를 열고 기존의 병합안 통과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본보 기자가 소니의 볼륨메트릭 캡처 기술을 체험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뉴스핌] 이지민 기자 = 2023.01.07 catchmin@newspim.com |
이런 가운데 해외 동향을 보면, 미국은 지난해 2월 하원 의회에서 미국혁신경쟁법(USICA)을 통과시켜 XR 기술 등 몰입형 기술을 10대 핵심기술 중 하나로 명시해 산업 확장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메타버스 산업 백서를 발간했다. 다만 중앙정부가 나서서 XR 등의 발전을 주도하기보다는 시장 내에서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일본 내각부에서 2016년 발표한 '소사이어티 5.0'을 통해 초(超) 스마트 사회를 지향하는 일본 정부의 국가전략으로써 2030년을 기준으로 신기술 확립 방안을 구체화하는 정도로 산업 성장 방향을 짚고 있다.
유럽은 오히려 데이터 주관 확보 등에 초점을 맞춘 가운데 인공지능 규제법안, 플랫폼 서비스 사업규제, 디지털 시장법, 디지털 서비스법 등의 입법 논의를 통해 규제와 감독 강화로 방향을 맞추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의 메타버스 관련 제도 개선보다도 종합적인 산업 진흥방안을 내놓는다는 측면에서 이번 메타버스 진흥에 관한 법률 제정이 갖는 의미도 크다.
정원준 한국법제연구원 규제법제연구센터 박사는 "메타버스 진흥법안이 마련된다면 해당 산업 영역을 포괄해서 시너지를 통한 경제 부흥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메타버스가 기존 기술의 결합적인 측면이 있다보니 실효성을 어떻게 낼 수 있을 지가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준 박사는 "법에서의 의미보다는 앞으로 집행을 하는 정부가 어떻게 세부 제도를 설계해 나가야 하느냐도 중요할 것"이라며 "향후에는 규제 문제가 부각될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은 과기정통부가 임시기준을 잘 반영해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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