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른바 '난방비 추경' 논란이 일고 있다.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으로 난방비 부담이 커지자 추경을 통해 지원하자는 게 야당의 주장이고, 이는 포퓰리즘이라는 게 정부와 여당의 반박이다.
급등한 난방비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는 가상하나 정부와 여당이 받기 힘든 카드라는 점에서 정치적인 셈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소모적인 '갈라치기 추경' 안돼...요금정책으로 해결해야
최영수 경제부장 |
국민들의 에너지요금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난방비 추경'은 몇 가지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난방비를 급격하고 올려놓고 다시 추경을 통해 지원하는 것에 국민들은 동의하기 힘들다. '병 주고 약 주는' 정책이며 조삼모사와 다를 게 없다.
추경으로 지원하는 방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원대상을 정하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시절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지급대상을 놓고 소모적인 논쟁이 일었다. 소득 하위 70%이든, 80%이든 논란은 불가피하고 불만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럴 바에는 에너지요금 인상폭을 줄여서 요금부담을 완화해 주면 될 일이다. 간편하고 효율적인 요금정책을 놓고 '말 많고 탈 많은' 추경을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중산층과 서민의 난방비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도 혼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정부 지원은 취약계층에 대해 제한적으로 추진하는 게 합당하다. 중산층을 별도로 지원할 게 아니라 요금을 낮춰주면 그만이다. 중산층 범위를 정하는 것 역시 소모적인 논쟁만 야기할 뿐이다.
야당의 '갈리치기 추경'이나 여당의 '중산층 지원' 모두 그릇된 해법이다. 에너지요금 부담은 요금정책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다.
◆ 요금인상 억제한 文정부도 책임…이념 넘어 시장원리 따라야
야당이 '난방비 추경'이라는 난제를 정부와 여당에 던져주고 정치적인 득실을 기대하고 있다면 그것 역시 무능함을 자인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시절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도 지금의 '난방비 폭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가 에너지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요금을 지나치게 억눌렀던 것은 패착이었다.
'탈원전' 프레임 속에서 당시 야당의 공격을 면하기 위해서였다지만 결과적으로 국민과 기업 모두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준 셈이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전기요금을 비롯한 에너지가격을 점진적으로 인상했어야 했다. 이를 주장했던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의 지적이 잇따랐지만 귀담아 듣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역시 정치논리와 진영논리에 매몰된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난방비 폭탄'이 걱정된다면 요금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게 바람직하다. 어설픈 '중산층 지원' 메시지는 또 다른 혼선과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그보다 국민 앞에 솔직하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가 값비싼 에너지를 저렴하게 이용해 왔고, 이제 더 이상은 힘들다고. 에너지를 아끼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혜를 모야야 한다고. 그것만이 윤석열 정부가 지난 정부들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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