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삼성전자가 다음 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사회를 열고 주총 안건을 의결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는 주총 안건에서 제외됐다.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미래를 이끌고 갈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재판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등기이사 복귀에 부담이라는 시각도 있다.
14일 삼성전자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 한종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올해 주총에선 작년 10월 회장으로 승진한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주총 안건에서 빠진 것이다.
[서울=뉴스핌] 최승주 인턴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 합병과 이를 위한 회계 부정을 지시한 혐의' 관련 1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02.03 seungjoochoi@newspims |
2016년 10월 삼성전자 사내이사로 선임됐던 이 회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사법리스크를 거치며 2019년 10월 등기이사 임기 만료와 함께 미등기 임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를 통해 사면 복권됐고 이후 대내외 적극적인 경영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재계에선 이 회장이 등기이사 복귀를 통해 책임경영에 보다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 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르게 되면 이사회에 참석할 권한이 생겨 직접적으로 회사 경영에 대한 의사 결정을 내리고, 법적 책임을 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2016년 10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등기이사에 오른 것도 당시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가 확산되자 책임 경영 일환으로 오른 부분도 있었다.
현재 4대그룹 회장 중 등기이사에 오르지 않은 회장은 이 회장이 유일하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등기이사에 올라있다.
이 회장이 등기이사에 복귀하지 않은 이유로 무게가 실리는 것은 잔존하는 사법리스크다. 이 회장은 매주 목요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재판에, 3주 간격으론 금요일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 등기이사에 오르면 1심 결과에 따라 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등기이사직에 오른 상태로 1심 결과가 안좋게 나오면 잡음이 이어질 가능성도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신동화 참여연대 민생경제팀 간사는 "등기이사에 오르게 되면 주요 활동 사항이 공개되는데, 오너라는 이유로 장막 뒤에서 경영활동을 이어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더 근본적으론 여전히 사법리스크가 있는 오너가 경영활동을 이어나가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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