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전기차 배터리 업계 1위인 중국의 CATL이 미국 포드자동차와 손잡고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에 국내 배터리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중국기업 견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기 때문이다.
15일 외신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CATL은 포드와 JV를 설립하고 35억 달러(약 4조4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미시간주 마셜에 배터리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CATL이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은 처음이다. CATL은 연간 40만 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만들 계획이다. 포드 전기차 40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앞서 미국 버지니아주 공장 유치 거부와 멕시코 공장 건설 철회 등 어려움을 겪었던 CATL은 미시간 주정부와 협상에 돌입해 이번 공장 건설을 허가받았다. 미시간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포드의 주력 전기차에 쓰일 예정이다. LFP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주로 생산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보다 성능 면에서는 떨어지지만 원가가 10~20%가량 저렴하다.
포드 자동차 로고 [사진= 로이터 뉴스핌] |
CATL입장에선 미국에 첫 생산기지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유럽과 아시아에 제조공장을 둔 CATL은 그동안 북미시장을 겨냥해 공장 설립을 추진해왔지만 미국과 중국 갈등 지속으로 좌초됐었다.
미국 기업인 포드가 CATL과 손을 잡았다는 소식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갸우뚱 하면서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초 미국이 올해 IRA를 시행하면 중국산 배터리가 미국에서 원천차단 돼 국내 배터리업계는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배터리업계는 자동차 업체들과 미국에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하고 북미시장 점유율을 점차 확대할 예정이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 IRA 도입 취지에 맞지 않게 중국기업과의 합작사 설립이 가능한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오는 3월 IRA 세부수칙이 좀 더 나와봐야 알겠지만 CATL이 미국 진입을 통해 수혜를 받을지는 좀 더 봐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포드는 오는 2026년까지 전기차 20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중 70%를 국내 배터리 업계로부터 공급받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보다 저렴한 중국 LFP배터리 비중을 높일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CATL이 아시아, 유럽에서 생산하는 것처럼 동일하게 미국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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