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민 기자 = 미국 정부가 반도체과학법 세부 지침에 자국 지원을 받을 경우 중국 현지 투자를 10년간 제한하는 '가드레일' 조항을 포함할 가능성이 대두됨에 따라 국내 반도체 업계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기에 이른바 'K칩스법'으로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 정부안이 국회 입법 문턱을 넘지 못하며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美, 반도체과학법 구체화 임박...中 현지 투자 10년간 제한 가능성도
바람에 펄럭이는 미국 국기인 성조기(좌)와 중국의 오성홍기. 2021.01.21 [사진=로이터 뉴스핌] |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르면 이달 안으로 반도체과학법 세부 지침을 발표한다. 해당 법안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서명한 법안으로 미국 현지 반도체 투자 기업에 527달러 규모의 보조금과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국내 기업들도 미국 반도체과학법 시행에 맞게 미국 내 반도체 관련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4년 가동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신규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미국에 첨단 패키징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다만 반도체과학법 내 가드레일 조항이 포함될 경우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중국 현지에서 적절한 투자 작업을 펼치기 어려워진다. 가드레일 조항엔 미국 지원을 받은 기업들이 향후 10년간 미국 안보에 위협을 주는 우려 국가에 반도체 투자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에 주요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는 국내 양대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서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 중이며,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을 두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의 40%를, SK하이닉스는 D램의 50%를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10월 대중국 장비 수출 규제도 시행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년간 규제 유예를 받는 데 성공했지만, 미국 정부가 올해 10월 이 유예를 다시 갱신해줄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정부, 삼성·하이닉스 공장 韓 유치 노력 필요"...'K칩스법'은 여전히 계류 중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
반도체과학법과 대중국 장비 수출 규제 등은 사실상 주요 기업들이 중국 공장에서 힘을 빼고 주요 제품 생산 거점을 미국으로 옮기게 하려는 복안이다.
이런 상황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가드레일 조항의 세부 사항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 속단은 어렵지만 최악의 상황 고려해 계산해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에 투자할 돈을 미국으로 가져가는 것보단, 우리나라 입장에선 한국에 짓는 게 낫다"면서 "그러나 기업 입장에선 주주도 생각해야 하고 이윤도 남겨야 하기 때문에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 등을 계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삼성 반도체 공장은 중국과 미국, SK하이닉스는 한국과 중국인데 그러면 결국 한·미·중 중에서 양 사가 국가를 골라 공장을 짓거나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 입장에서도 최대한 이들 공장을 국내로 유치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처럼 중국에 공장을 지은 국내 기업들이 미국으로 눈을 돌리는 대신 한국으로 들어오게 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국내에선 여전히 K칩스법마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며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전날 국회기획재정위원회는 조세소위원회를 열고 국가전략기술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8%에서 15%로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처리에 실패했다.
김 산업연구원은 "법안 계류라는 건 결국 기업의 의사결정도 보류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무슨 결론이든 확정이 돼야 기업들이 미국이든 한국에 공장을 지을 텐데 계속 논의가 길어질 경우 기업 입장에선 투자결정도 기업 입장에선 늦어져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으로부터 보조금을 받지 않는 시나리오도 열려 있다. 가드레일 조항이 포함되더라도 미국으로부터 보조금을 받지 않으면 업체들이 우려 국가에도 투자를 계속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비용적인 면과 정치적 문제 등 예상치 못한 상황도 감수해야 한다는 단점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아 여러가지 안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며 "고려해야 할 상황도 많기 때문에 돌아가는 상황을 예민하게 지켜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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