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정아 기자 = 챗GPT 등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언어분석 기술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AI와 같은 통계 기법을 이용하면 경제 분야에서도 활용 가치가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기업 정보의 1차 생산자인 애널리스트 의견을 실시간으로 취합해 경제 분석 연구자들의 업무 효율을 크게 개선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16일 'BOK 이슈노트: 'AI 알고리즘을 이용한 산업 모니터링: 증권사 리포트 텍스트 분석' 보고서에서 52개 증권사 1079명의 애널리스트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작성한 2283개 기업에 대한 기업분석보고서 12만8000건을 알고리즘으로 입수하고 자연어처리 기법을 이용해 분석했다.
[자료=한국은행] |
이를 통해 산업별 기업 업황과 기업경영환경 변동요인 등의 정보를 산출한 결과, 기업 업황이 국내총생산(GDP),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등 거시경제 지표를 예측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와의 인과 관계를 분석해보면 코스피 컨센서스 전망치에는 나타나지 않는 일방향적 인과관계가 텍스트 지표에는 나왔다. 이는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하는 텍스트 정보에 숫자가 전달하지 못하는 새로운 정보가 반영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텍스트 분석을 통해 코로나, 환율, 금리 등 주요 경제 이슈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취합해 영향도와 평가 지표를 정량화하는 것에도 유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서범석 한국은행 조사국 거시모형팀 과장은 "일반적으로 특정 이벤트의 산업별 영향을 정량화해서 비교하기는 어려운데 이러한 분석을 통해 서베이 조사 없이도 전문가들의 생각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고 밝혔다.
증권사 리포트에서 나타나는 산업 간 유사도 지표와 지역별 기업 업황 지수에서도 산업별·지역별 산업 동향을 파악하는 데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한은은 챗GPT 등 거대 통계 모형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AI 통계 기법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텍스트 정보의 특성상 저자의 선입견 등이 반영돼 공식 통계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서범석 과장은 "공식 통계와 일치하지 않더라도 텍스트 지표 자체로 대중의 시각이 어떤지, 어떤 선입견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는 유용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범석 과장은 "챗GPT의 문장 생성 모형을 이용하면 통계 수치를 읽어주거나 특정 경제용어를 쉽게 설명하는 데 활용이 가능하다"며 "직접적인 데이터 활용은 되지 않더라도 경제뉴스, 회계보고서 등을 실시간 학습하는 알고리즘을 구성하면 수려한 문장 조합 능력으로 경제 현황 정보를 실시간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rightjen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