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정부의 올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 기조에 발맞춰 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대책이 한시적 지원에 그쳐 결국 인플레이션 부메랑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란 우려섞인 시선이 나오고 있다.
16일 정치 및 업계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올 상반기 주요 공공요금을 최대한 동결 기조로 운영하고,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 인상 폭과 속도도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지방 정부 협조와 통신·금융권의 협조도 당부했다. 이는 최근 난방비 폭탄에 이어 공공요금 줄인상이 예고되며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민심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가 당초 오는 4월로 계획했던 지하철·버스요금 인상 시기를 올 하반기로 미뤘다. [사진=뉴스핌DB] |
윤 대통령이 직접 물가 잡기에 나서자 서울시는 즉각 대중요금 인상 계획을 미뤘다. 당초 서울시는 오는 4월 지하철·버스 요금을 300~400원 인상할 계획이었으나 인상 시기를 8월 경으로 늦추기로 했다. 고속도로와 철도, 우편, 상수도 등 주요 공공요금을 최대한 안정시키겠다는 정부 기조에 서울시도 동참한 것이다.
다만 불과 최근까지 "감당하기 어려운 임계점에 도달했다"며 요금 인상 기조를 유지했던 앞선 서울시 주장과 다소 배치되는 결정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서울시 대중교통 적자 규모는 지하철 9100억원, 버스 5400억원에 이른다. 지하철·버스 요금은 지난 2015년 6월 마지막 인상 후 8년 가까이 동결 중이다. 올해 정부 예산에서 지자체의 노약자 무임수송 손실 예산이 제외된 데다, 고물가 등 여파로 적자 규모는 빠르게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정책에 따른 여론은 엇갈렸다. 직장인 박은빈(36) 씨는 "한두 달 요금 인상을 미룬다고 여론이 달래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 사이에 적자 규모만 커지는 것 아니냐"라고 우려했다. 박씨는 "(공공요금을) 당장 인상하지 않으면 파산할 것처럼 이슈를 띄우더니 비판 여론 좀 나왔다고 3개월, 6개월씩 미루거나 인상 기조를 하루 아침에 동결 기조로 뒤집어버리는 것도 의아하다"며 "그렇게 쉽게 번복할 수 있는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반면 주부 김정아(45) 씨는 "대출 금리도 높은데 난방비, 전기요금에 택시비 등 공공요금까지 줄줄이 올라 (살림살이가) 너무 빠듯하다. 시간 차를 두고 공공요금을 인상하면 좋겠다"며 정부 기조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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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방침에 따라 내달 말 예정됐던 전기와 가스 등 에너지 요금 정상화 계획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에너지 요금 지원 범위도 확대됐다. 도시가스와 지역난방뿐만 아니라 등유와 LPG를 사용하는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도 동절기 난방비를 지원받게 된다. 이를 두고도 '폭탄'을 미루는 땜질식 처방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인위적으로 억누른 물가가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원재료값 상승 등 가격 인상 요인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물가를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고, 이는 결국 부담을 미래에 떠넘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억누른 공공요금이 이후 폭탄으로 터져 물가 상승세에 기여하면 결국 인플레이션만 장기화시키는 꼴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대중교통·전기·가스비 등 공공요금은 언젠가 올려야 할 때가 온다"며 "나중에 요금을 한번에 올리거나 정부 자금을 통해 적자를 메꿔야 하는데 결국 이는 모두 소비자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다. 나중에 한번에 비용을 부담하는 것보다 지금 최소한이라도 필요한 가격을 반영하는 것이 낫다"고 봤다.
또 "지금도 공공요금 인상이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는데, 이를 미루면 인플레이션이 더 오래가는 상황만 생길까 염려된다"고 우려했다.
공공요금 정책 결정에 앞서 조금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요금 결정에 따른 여파에 대한 자구책도 고심해야 한다. 가령 에너지요금을 인상했는데 이후 원가가 떨어진다면 요금을 다시 인하해줄 것인지 등을 같이 고민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공공요금을 결정하는 여러 구조들을 모두 살펴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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