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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을 가다] 13. 장강이 쏘아올린 중국 굴기

기사등록 : 2023-02-1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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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굴기 편치않아도 색안경 벗고 봐야
상대 알아야 친구되고, 싸워 이길 수도
장강은 중국 굴기 중심 성장 결실 풍부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3년 동안 중국 체류 도중 뉴스핌 기자의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현장 취재가 몇 건 있다. 대만 총통선거 취재 때 목격한 샤먼과 진먼다오사이의 양안관계와 공산당 100주년 홍색 루트 기획 취재, 크루즈로 돌아본 장강변의 도시 탐방 취재, 냐오차오(鸟巢)에서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공연,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산당 20차 당대회 현장 취재 등이다.

이가운데 2020년 1월 대만 총통 선거 때 기자는 미리 비행기로 베이징에서 푸젠(福建)성 샤먼(厦门)으로 내려가 배를 타고 대만 땅인 진먼다오(金门岛)로 이동한 적이 있다. 중국 샤먼 코앞의 대만 땅 진먼다오 선거 유세 표정과 진먼다오 고량주 공장을 취재한 뒤 대형 버스와 같이 생긴 쌍발기를 타고 타이베이로 건너갔다.

이데올로기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포탄이 날라다닐 것처럼 양안 관계가 험악해졌는데도 중국의 샤먼과 대만의 진먼다오 섬 사이에 유유히 여객선이 오가고 대륙에서 온 사람들이 비행기로 타이베이로 들어가는 것이 신기했다. 당시 기자는 중국인들과 대만 사람들의 유연성이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으로는 상하이 1차 당대회 유적지~ 자싱(1차당대회)~장시(징강산 루이진 난창)~구이저우 준이(遵义)시 준이회의 유적지~ 옌안~시바이포(西柏坡)~ 베이징 향산~공산당 100주년 전람관~ 훙러우(红楼옛 베이징대학)로 이어지는 약 10개월 간의 홍색루트 탐방 취재를 잊을 수 없다.

홍색루트 취재는 한국과 수교 30년이 다 된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 중국 공산당이 어떤 집단인지 알아보는데 초점을 맞췄다. 홍색 루트 곳곳엔 서방사회가 '싹수 없는 오합지졸' '100년 가도 집권 못할 하찮은 정당 '으로 판단했던 공산당이 어떻게 외세와 국민당을 꺽고 나라를 세우고 대륙의 주인이 됐는지를 요란하게 선전하고 있었다.

홍색루트 취재 도중 시바이포의 안보 전시장에 게재돼 있는 인터넷 시대 '지피지기(知彼知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전시물이 유난히 뉴스핌 기자의 눈길을 끌었다. 평화의 시대든 전쟁의 시대든 상대 나라를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평화의 시대 지피지기면 교류를 확대해 더많은 상호간의 이익을 취할 수 있고 전쟁의 시대 지피지기는 싸움에서 이기는데 무기나 식량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현장에서 만난 신시대 사회주의를 전공하는 석사과정 공산당원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후베이성 이창 장강에 건립된 삼협댐.  2023년 1월 뉴스핌 통신사 촬영.  2023.02.17 chk@newspim.com

"중국에 대해 꼭 봐야할 것은 피하고 보고 싶은 것만 골라볼려는 경향이 있어요. 아이들이 단 것을 좋아하듯 중국 정보에 대한 편식 현상이 심한거죠. 상대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해야하는데 선입견이나 호불호로 바라보면 정보는 제한되고 왜곡되고 상대에 대응할 옳바른 전략을 짤 수도 없죠."  나중에 베이징에 돌아와서 '시바이포의 지피지기' 전시물 얘기를 하던 도중 베이징의 한국인 학자는 이렇게 지적했다.

홍색루트에는 공산당 탄생의 필연성을 강조한 창당 전후 중국이 처한 상황, 항일전쟁과 국공내전의 승리, 고난의 대장정, 신중국 건국과 공산당 집권의 정당성, 개혁개방의 성공과 중국 굴기로 이어지는, 우리로선 마냥 편치만은 않은 공산당 승리의 서사시가 파노라마 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샤먼과 진먼다오의 여객선 선상에서는 대만 통일과 양안 문제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염원과 고민을 함께 엿볼 수 있었다면 10개월간의 홍색루트 탐방 취재에서는 중국 공산당의 정체성과 미래 지향성이 드러나 보였다. 이에 비해 장강변 일대의 취재 탐방은 다소 색다른 앵글로 중국을 살펴보는 기회가 됐다.

2023년 1월 22일 시작한 설 연휴 3박 4일간의 장강3호 산샤 유람선 탐방 여행. 배는 충칭과 펑두, 삼국지 촉한의 역사와 시선 이백의 자취를 체험할 수 있는 펑제현 백제성, 우산현, 후베이성의 이창 등지를 운항했다. 장강변 이들 도시에는 경제와 인문과 빼어난 자연이 응축돼 있었고 이창의 삼협댐을 찾았을 때는 중국 굴기가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왔다.

약 보름전인 1월 8일 코로나 방역통제가 막 풀린 때문인지 장강의 관광 물류에 활력이 넘쳐 보였다. 장강위에는 수도 없이 많은 화물선과 유람선이 상하류로 오르 내렸다. 충칭과 우한 상하이로 이어지는 장강변 도시들의 번영은 중국 굴기의 압축판이다. 그래서 단기간 중국 경제 고도 성장을 장강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이창에 삼협댐이 건설되고 충칭까지 상류가 저수지 같은 강으로 바뀌면서 장강 일대 발전은 한층 촉진됐다. 3박 4일간 장강을 따라 상류에서 중류로 내려가는데 넓은 강폭의 양안을 연결하는 다리가 수도 없이 많이 건설 돼 있었다. 까마득히 높은 교각, 수만톤의 배들이 통과하는 대형 다리는 경제 고성장을 예시하는 상징물들이다.

'금산인산, 대형 개발을 자제하자.' 경사가 완만한 산 비탈에는 자연보존과 생태발전 구호를 담은 대형 간판들이 군데 군데 설치돼 있다. 장강변에는 더러 공장 단지들도 눈에 띄었지만 장강의 물은 바닷물 처럼 깨끗했다. 장강의 도시들은 환경 보호와 함께 경제도 성장시키고 무엇 보다 전통 인문 자산을 통해 관광객을 끌여들이면서 번영을 구가하고 있었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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