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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SM 사태, 중심엔 이수만과 라이크기획 있다

기사등록 : 2023-02-2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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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원조 한류'를 만들어낸 SM엔터테인먼트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 경영권 분쟁으로 시작한 하이브-SM사태가 폭로전까지 더해진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물론 이번 사태엔 SM을 만들어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있다. 

지난 7일 SM엔터테인먼트는 주식회사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기로 하고, 3자 간 사업협력 계약을 체결함과 동시에 카카오와 SM의 신주 및 전환사채 인수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지은 문화부 기자

SM은 당시 공시를 통해 카카오에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보통주 신주 123만주를 1주당 9만1000원(2월 3일 종가)에 발행하여 1119억원을 조달하고, 이와 함께 전환사채 1052억원어치(전환가격 주당 9만2300원)를 발행하기로 했다. 이로써 카카오는 SM의 지분 9.05%를 가지며 2대 주주가 됐다.

SM과 카카오의 파트너십에는 SM이 준비한 'SM 3.0 전략 추진'이 중심에 있다. 그간 이수만의 개인 프로듀싱회사 라이크기획과 용역 계약을 조기종료한 후 그의 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작센터/레이블 체계' 도입을 목표로 독립 프로세스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카카오와 파트너십 체결 이후 이수만은 서울동부지방법원에 SM을 상대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접수했다.

당시 이수만은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기존 주주의 지분비율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점과 이번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물량은 전환권 행사를 전제로 SM 전체 지분의 9.05%에 이르는 막대한 물량으로 현 최대주주의 지위를 현저히 약화시키는 위법한 발행 결정이라는 점이 문제"라고 밝혔다.

이후 이수만은 하이브에 자신의 지분 14.8%를 매각하면서 하이브를 최대주주로 올렸다. 하이브가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면서 SM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에 대한 폭로전을 시작했다. 역외탈세, 대마합법 등을 주장, 논란은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이번 사태의 시발점에는 이수만, 그리고 라이크기획이 있다. 라이크기획은 2000년 코스닥 상장을 앞둔 SM증권신고서에서 첫 등장했다. 당시 SM은 "라이크기획은 당사 소속 아티스트 가수의 음악 자문과 프로듀싱 업무를 담당하고, 음반 매출액의 15%를 수수료로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만은 지난해 연말까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SM으로부터 라이크기획을 통해 프로듀싱 명목의 용역비를 챙겼다. 매출 대비 수수료는 15%에서 도중 6%로 변경됐으나, 2021년 기준 이수만이 라이크기획으로 가져간 액수는 무려 240억원에 달한다. 이는 SM 연간 영업이익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또 지난해 상반기에는 114억원을 받았다. 이에 SM의 지분 약 1.1%를 보유하고 있는 얼라인파트너스 자산운용은 '라이크기획에 일감을 몰아줘 주주와 회사 가치를 훼손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얼라인을 비롯한 SM엔터의 소액주주들이 반기를 들자 SM은 이수만과 용역 프로듀싱 계약을 조기종료했다. 하지만 라이크기획이 계약종료 이후에도 70년 이상 음원수익 중 6%를 '로열티' 명목으로 가져가기로 한 것이 드러났다. 해당 부분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이수만은 하이브에 지분을 매각하며 "모든 수수료를 포기한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경영권 분쟁에서 시작해 폭로전으로 이어진 이번 사안의 '원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그의 이름의 이니셜 약자를 따온 만큼 이수만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다. H.O.T, 보아, S.E.S 등 1세대 한류 스타를 배출하며 K팝의 초석을 다졌다. 하지만 지금의 사태는 이러한 그의 공을 배제하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2020년 취임 이래 자신의 대변해 회사를 경영해 온 처조카 이성수 공동대표는 올해 갑작스레 태도를 변경, 회사 개혁의 선봉에 나섰다. 그리고 이수만의 역외탈세, 대마합법 등에 대해 폭로가 나오고 있다. 그간 라이크기획과 '나무 심기' 환경 캠페인을 벌인 것에 대한 내부의 갈등이 깊어져 곪았다 터진 셈이다.

그럼에도 이수만은 자신의 지분을 하이브에 매각했다는 이유로 법원에 SM을 상대로 소송을 한 이후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SM의 설립자였던 그가 자신이 발굴해낸 'SM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를 하이브의 레이블 아티스트로 만들어 버리고 무책임하게 손을 떼버렸다. 20년 가까이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지게 생겼다. 이제라도 이수만 역시 묵묵부답이 아닌, 그간의 폭로들에 대해 사실관계를 정확히 밝히고 K팝의 비전을 제시해야 할 때이다.

alice0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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