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뉴스핌]김나래 특파원=지난 8년간 배당금을 늘려온 반도체 칩 제조업체 인텔(INTC)이 올해 1분기 배당금을 65%나 삭감한다. 이같은 인텔의 결정은 최근 반도체 시장이 위축과 파운드리 관련 대규모 투자 진행과 맞물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인텔은 배당금을 직전보다 약 65% 감소한 규모로 삭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2000년 이후 첫 삭감인데다 주주의 이익을 우선하는 미국 기업 문화 특성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하지만 인텔은 배당금 삭감에 대해 장기적 성장을 위해 선택한 것임을 강조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IDM 2.0 전략을 가능하게 하고 실행 엔진을 재구축할 때 추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본을 신중하게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우리는 향후 4년 간 5개의 노드를 제공하고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고객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13세대 인텔코어와 4세대 인텔 제논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양산이 본격화됐고, 올해에는 코드명 '메테오 레이크'와 '에메랄드 래피즈'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텔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인텔은 지난해 4월 실적 발표 당시 배당 삭감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한 달만에 말을 바꿨다. 업계 전문가들은 인텔이 실적 부진에 따라 자금 상황이 어려워져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인텔의 결정에 호평을 내렸다. 배런스는 "향후 5년 동안 인텔은 더 나은 혁신을 지원하고 재정을 강화하기 위해 200억 달러의 자금을 얻은 것과 같다"면서 "이는 신용 평가 회사의 향후 등급 강등을 방지하고 부채 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을 보호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인텔은 올바른 결정을 내렸으며 이제 돈을 잘 사용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현재 인텔은 오하이오 리킹카운티 팹 2동 설립과 애리조나주 파운드리 라인 신설 등 수십 조원대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인텔의 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해 4분기 매출 140억 달러, 영업손실 7억 달러를 기록했다. 2022년 연간 매출은 1년만에 20% 감소한 631억 달러, 순이익은 60% 감소한 8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인텔의 실적은 경쟁사인 삼성전자, TSMC과 비교해도 연간 매출 급감이 매우 뚜렷했다. 전세계적으로 PC와 서버 수요가 급감한 것이 큰 타격을 줬다. 리서치 회사 IDC에 따르면 전 세계 PC 출하량은 9월 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한 후 12월 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IDC는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호황이 지속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인텔은 제품 면에서도 다른 경쟁사 대비 뒤쳐졌다. 예컨대 수년 동안 주요 경쟁사인 AMD는 데이터 센터 시장을 위해 더 나은 성능의 서버 칩을 만들어 인텔의 시장 점유율을 가져왔다. 인텔의 데이터 센터 부문 매출은 4분기에 33% 감소한 반면, AMD의 데이터 센터 부문은 예를 들어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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