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진엽 선임기자 = "기업들에게 RE100 등 탄소중립은 환경보호라는 선의의 행동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다. 이를 위해 직접PPA는 RE100을 위한 필수 요소 중 하나인데 한국전력 때문에 활성화는커녕 기업들이 기피하는 제도가 되고 있다."
기업들의 RE100(사용전력 100% 재생에너지) 달성을 위해 필수인 직접PPA(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재생에너지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는 제도) 활성화에 한전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전이 관련 요금제를 만들어 재생에너지 직접 구매 계약을 맺은 기업들에게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임자도 풍력기 [사진=전남도] 2021.05.04 kh10890@newspim.com |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지난해말 열린 '제277차 전기위원회'에서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고객 요금제 신설'에 대한 내용을 상정해 심의받았다. 당시 올해 1분기 전기요금 인상폭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직접PPA 사용기업에 부담을 지우는 요금제 신설을 끼워 넣어 통과시킨 것이다.
해당 요금제는 직접PPA 계약을 체결한 전기사용자가 재생에너지 전력만으로 필요한 전력을 조달하지 못할 경우 한전이나 전력시장을 통해 구입해야 하는데, 이때 적용되는 요금이다. 문제는 이 요금제가 일반요금제에 비해 기본요금이 높게 책정된 것이다.
이로 인해 RE100 달성을 위해 직접PPA를 체결한 기업들은 올해부터 새로운 비용 부담을 안게 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업계에서는 해당 요금제 적용시 일반 요금제와 비교해 2% 정도의 비용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직접PPA의 걸림돌은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이었다. 이를 계약 당사자간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점차 극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전이 또다른 장벽을 세운 것이다.
한전은 이와 관련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직접PPA 사용자에게도 보완공급을 위해 설비유지비가 발생하는데, 이를 회수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다른 소비자들에게 비용이 전가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재계에서는 직접PPA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 조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 기후위기에 대응하자는 취지인데 여기에 추가 비용을 내라고 하는 것은 정책 방향과 반대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는 사회 전체적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직접PPA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기업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주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직접PPA를 적극적으로 활성화하겠다는 산업부가 한편으로는 한전과 함께 이를 막는 제도를 승인한 것인데, 어느 쪽이 RE100과 재생에너지에 대한 산업부의 명확한 방향이 없다는 것"이라고 정부를 저격했다.
전경련 역시 "직접PPA 전용요금제의 도입으로 비용이 인상되면서 RE100 이행기업과 재생에너지발전사업자 간의 PPA 계약이 위축됐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라며 "대만 정부가 반도체 기업인 TSMC의 RE100 이행을 위해 송전망 이용요금의 90%를 지원하는 것처럼, 우리 정부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RE100 이행기업의 원활한 재생에너지 조달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직접PPA 전용요금제의 요금단가 인하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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