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공공재'와 '돈잔치' 발언 이후 금융당국이 제도개혁에 착수한 가운데, 학계와 금융 전문가들은 은행의 공공성 역할에 대해선 상당 부분 동의를 하면서도 공공재 인식은 잘못된 접근이라는 평가를 내왔다. 일각에선 제도 보완보다 마녀사냥, 관치금융이 회자되면서 금융이 몇 십년 전으로 후퇴한다는 쓴소리도 냈다. 또 은행산업의 과도한 이자이익과 관련 과점체제 해소보단 '대출금리 책정 방식'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28일 익명을 요구한 한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은 공공성을 분명히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민간의 성격과 공공의 성격을 어떻게 조화롭게 할거냐, 이것은 제도와 시스템으로 해야 한다"며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하는 것이지 마녀사냥처럼 몰아가고, 예전 관치금융이 되살아나는 건 (금융산업이) 30~40년 전으로 후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도 "은행이 공공성을 갖고 있는 것은 맞지만 '공공재'라는 얘기는 완전 틀린 말"이라며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한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맞을 수 있지만 정책방향은 잘못잡힌 것"이라고 했다.
전 교수는 그러면서 지난해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 16조원과 관련 정부가 은행의 사회 책임을 강조한 것과 관련해서도 말을 꺼냈다. 윤 대통령에 이어 금융당국이 은행들 사회환원을 강조한 발언이 국민들 사이에서 호응을 받고는 있지만 그 배경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전 교수는 "(금융지주사들의) 16조 순이익은 애초 정부가 개인들에 대한 채무재조정에 나서라고 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며 "지금 와서 공공성 얘기를 하는 건 '뒷북 때리기'라는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7월(14일) 비생경제민생회의 당시 금융위원회의 대통령 보고에서 저소득·저신용 다중채무자의 부채가 매우 취약하다는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은행권 자율로 한다'고 한 당시 비생경제민생회의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TF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3.02.22 yooksa@newspim.com |
은행권이 과도한 이자장사를 하는 배경으로 정부가 '과점 체제'를 지목한 것에 대해서도 '원인 규명'이 잘못됐다며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문제의 원인은 은행들의 대출금리 책정 방식에 있다고 본다"며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들이 기존 대출금리를 올린다. 기존 대출자에 대한 조달금리는 그대로인데 대출 연동제를 통해 금리를 올리기 때문에 너무 쉽게 돈을 벌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은행들이 시장금리가 오른다는 이유로 대출금리를 인상하는데, 이는 신규 대출자에 대해 해당되는 것이지 기존 대출자의 조달금리(대출금리)가 올라갈 이유는 없다는 설명이다.
이 고위관계자는 "이러한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은행이 10개로 늘어난다고 해도 지금의 상황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과점이냐 아니냐는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이 구조를) 어떻게 할 건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사모펀드 사태처럼 은행권의 수수료 챙기기와 과도한 수익에 대한 문제의식은 과거에도 있어왔다"며 "과점 체제 문제가 아니라 은행이 제 역할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선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의 공공성이 부족하고 과점적인 성격도 있기 때문에 예대마진에는 문제가 있다"면서도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면 과정이 중요한데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과점적 성격, 건전성 문제, 투자자 보호 문제를 어떻게 조화롭게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이 있어야 제도 개혁안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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