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3일 윤석열 대통령을 이문열 작가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엄석대에 비유하면서 '천아용인'(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 후보)이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원작과 다른 결말로 이야기를 이끌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국 엄석대는 몰락했고, 엄석대 측 핵심 관계자들은 모두 그를 버리고 떠났다"며 윤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1987년에 쓰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채 10살이 되기 전, 재미있게 읽었던 저는 안타깝게도 그때 이 책이 가진 함의를 읽어낼 정도로 세상을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선명하게 이름을 기억했다. '엄석대'"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3.03 leehs@newspim.com |
그러면서 그는 "놀랍게도 1987년에 이문열 작가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통해 그려냈던 시골 학급의 모습은 최근 국민의힘의 모습과 닿아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 전 대표는 "엄석대는 형식적으로 나름의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선출된 반장이었다. 그런데 이 학급의 운영되는 방식은 서울에 있다가 시골 학급으로 전학해 온 주인공 '한병태'의 눈에 모든 것이 이상해 보였다"며 "엄석대가 아이들의 물건을 빼앗고 자체적으로 규정을 만들어서 징벌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한병태는 그런 엄석대에게 저항해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며 "분명히 잘못한 것은 엄석대인데, 아이들은 한병태를 내부총질러로 찍어서 괴롭힌다"며 "아이들은 군것질부터 만홧가게 출입까지 정말 사소한 한병태의 잘못을 계속 찾아내서 오히려 담임선생님에게 제보하면서 공격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또 "책에서 엄석대는 한병태를 제압하고 포섭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담임선생님이 바뀌고 났을 때 엄석대는 몰락했고, 엄석대 측 핵심 관계자들은 모두 그를 버리고 떠났다"며 "새로운 한병태인 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이 더 큰 힘을 가지고 국민을 대신해 엄석대가 구축하려고 하는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들이 힘을 얻지 못하면 나중에 결국 총선에서 국민이 담임선생님의 역할을 하며 교정할 수밖에 없다"며 "초선 의원들이 연판장으로 손에 묻힌 비민주와 비이성의 오명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으로 시작된 이 전당대회가 무엇으로 결말이 날지는 모르겠다"며 "실제 이문열 작가가 써 내려간 엄석대의 마지막은 엄석대 개인에게 너무 큰 비극이었다. 결말은 다르게 쓰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소설 속 엄석대가 윤석열 대통령을 비유한 것이냐'는 질문에 "저는 책 이야기만 했다. 만약 언론인들이 윤 대통령을 연상했다고 보도하시면 그게 국민의 시각을 대변한 언론의 시각이라고 믿고 싶다"고 했다.
'정치적으로 공격받을게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공격 한두 번 받아보느냐"며 "맨날 공격하신다"고 답했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안철수 당대표 후보에 대해서는 "엄석대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문제의식을 갖고 불이익을 감수하고 할 말을 하는 사람"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안 대표의 행보는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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