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경화 기자 = 보건복지부가 재진료·도서벽지 환자 등에 한해 비대면(원격) 진료 추진하고 있지만, 의료계의 반발에 발목이 잡혀 있다.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동네병원을 한 번 이상 방문한 재진 환자와 의료취약지에 의사-환자 간 원격 상담·처방을 허용하는 비대면 진료를 도입할 계획이다. 연내 의료법 개정을 완료하고 코로나19 팬데믹 종료와 함께 비대면 진료를 안착시키겠다는 목표다.
◆ 도서벽지·동네병원 재진료, 비대면 진료 도입 추진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9일 의료현안협의체 2차 회의를 통해 재진환자 대상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데 다소 공감대를 형성했다.
10년 넘게 비대면 진료 반대를 고수하던 의료계도 코로나19 시국을 지나면서 과거에 비해 휴대폰 기술이 다양화하는 등 기술 발달이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거스를 수없는 대세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비대면 진료를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고 비대면 전담 의료기관은 금지한다는 핵심 전제가 깔렸다. 현행 의료법 34조는 의료인끼리 환자 진료 기록을 공유하는 형태의 원격 협진만 허용하고 있다.
앞서 복지부는 2013년과 2016년에도 의료 사각지대를 비롯해 도시 지역 노인·장애인 등에 원격 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과 의료계 등 반발로 무산됐다. 이번 정부안의 경우 보완 활용적인 측면에서 당 여론도 긍정적으로 검토되는 분위기다.
복지부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로 도서·벽지 등 의료 취약지에서 의료 접근성이 향상하고 진료 수단이 다양화하며 만성질환자의 상시적 질병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행법상 엔데믹이 되면 코로나19 심각 단계에서 한시적 허용중인 비대면 진료도 중단된다"며 "의료기관 30% 이상이 참여했고 이용 국민도 1300만명이 넘는다. 플랫폼을 위한 제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간호법 반발에 의정협의체 논의 불투명…의료계 거부감 여전
서울시 의사·약사 단체는 즉각 거부감을 드러내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데다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이 허용되면 1차 의료기관인 동네의원과 약국이 고사하게 된다는 이유다. 의료계는 오진·대형병원 환자쏠림·의료 시장화 등 우려를 앞세워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반대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어느 정도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대면 진료보다 질 높은 의료 서비스가 나올 수 없는 특수성을 감안하고 정보통신기술 결함 등에 따른 오진 시 책임 소지가 분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남=뉴스핌] 윤창빈 기자 = 지난 19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성남시의료원 재택치료상황실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재택치료 환자와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다. 의료진은 비대면 진료를 통해 팍스로비드 투약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환자에게 처방을 할 수 있다. 처방전을 전송받은 약국은 약을 조제해 환자에게 배송한다. 2022.01.21 pangbin@newspim.com |
문제는 비대면 진료를 논의해야할 소통 창구인 의정협의체 3차 회의 재개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비대면 진료 자체가 표류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의협은 반대하는 간호법과 중범죄의사면허취소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것에 반발해 의정협의체 불참을 선언했다.
의사들이 반대하는 간호법 제정안에는 간호사 업무 범위·처우 개선 등이 종합적으로 담겼다. 의협은 간호 법안에 '지역사회' 문구가 포함돼 의료기관 밖 간호사의 업무 영역 확대·단독 의료기관 개설로 국민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의사면허취소법'으로 불리는 의료법 개정안은 의사도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변호사·공인회계사·법무사 등 다른 전문직처럼 면허가 취소되도록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관련해 "기본권인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최소침해의 원칙을 위반하는 과잉입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는 의료계와 비대면 진료의 구체적인 적용 범위 등을 논의한 뒤 의료법 개정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의협은 "회원들 민심이 좋지 않아 협의체를 끌어갈 명분이 없다"고 선을 긋는다.
김이연 의협 대변인은 "의료계에서 비대면 진료에 참여할 메리트가 크지 않다"며 "재진 환자를 볼 때 편의성·신뢰성 측면에서 의료공급자에게 매력 있는 서비스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 제도화는 의료계 현장과의 협의도 필요한데 간호법 등 의료현장에 문제가 많다"며 "의협 내부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새로 꾸리면서 집행부가 간호법 등 저지 총력 대응에 신경을 더 써야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kh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