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 최근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이 계획보다 2~3배 증액한 규모로 신종자본증권(은행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이 채권시장 상황이 악화했던 지난해 말 회수했던 자금을 연초에 다시 풀면서 신용도가 높고 물량도 많은 은행채에 투자한 영향이다.
신한은행은 7일 4000억원 규모의 원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최초 증권신고서 신고 금액인 2700억원 규모로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예상보다 3배가량 많은 7390억원의 유효 수요가 몰리면서 최종 발행금액을 증액했다.
KB·신한·우리·하나금융지주. (사진=각사) |
지난달 21일 KB국민은행도 3500억원의 자금 모집을 예상했다가 수요예측 결과 목표액의 2배 가까운 6620억원의 자금이 몰리자 4100억원 규모로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 외에도 올해 들어 KB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지주 등도 수요예측 흥행으로 각각 4050억→6000억원, 2700억→4000억원, 2100억→3000억원으로 신고금액 보다 발행금액을 크게 늘렸다.
이들 신종자본증권 금리는 연 4%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발행이자율이 공모희망금리를 넘어섰던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이다.
은행채에 대한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게 쏠리면서 금융지주와 은행에서 당초 계획보다 2배 가량 증액한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자본으로 인정되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시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수 있다. 신한은행도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기자본 비율이 0.21%포인트(p)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도 은행채는 금리가 적정하고 신용도가 높은 안정적인 채권으로 꼽힌다. 신종자본증권은 회사가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의 한 종류로, 매 분기나 1개월 단위로 이자를 지급한다는 점에서 채권 성격을 띠는 동시에 시장에서 주식처럼 매매가 가능하고 별도의 만기·상환 의무가 없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리스크센터장은 "지난해 말 시장 상황이 악화하자 자금을 회수했던 기관 투자자들이 연초 들어 포트폴리오 재배치를 위해 신용도가 높은 은행채를 사들이는 것"이라며 "하반기엔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등으로 인해 저금리 유지도 쉽지 않은 만큼 채권 수요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우량 채권인 은행채의 대규모 발행으로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지난해처럼 자금시장이 경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채권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강력한 시그널로 시장이 안정화된 상황이기 때문에 작년과 같은 변동성은 보이지 않을 것으로 봤다.
신용상 센터장은 "현재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고, 대우조선해양건설·동원건설산업 등의 부도 소식이 전해지기도 하는 등 불안 요인이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가 폭등하진 않을 것이라고 보고, 금융당국이 시장 불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시그널을 준 만큼, 작년과 같은 유동성 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byh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