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주요뉴스 사회

숨진 이재명 前비서실장, 성남FC 사건서 '네이버-李' 연결고리 역할

기사등록 : 2023-03-10 06:49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전날 자택서 숨진 채 발견…지난 1·2월 檢 조사 받은 것으로 알려져
정진상과 함께 李 의견 '전달자' 역할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오랜 기간 이 대표를 보좌한 전형수 전 실장이 사망했다.

전 전 실장은 이 대표의 여러 의혹에서 여러 차례 이름이 언급된 인물이다. 그의 사망으로, 전 전 실장이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성남FC 후원금 사건'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1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전 전 실장은 전날 오후 6시45분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현장에서는 전 전 실장의 유서가 발견됐으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경찰은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 중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美반도체지원법 대응 긴급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03.08 pangbin@newspim.com

앞서 지난달 2월 16일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서울중앙지검은 이 대표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사건'과 함께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수사한 성남FC 사건도 이송받아 함께 영장을 청구했다. 전 전 실장의 이름은 여기서 여러 차례 언급되며, 검찰은 그를 지난 1월과 2월 직접 소환해 조사했다고 한다.

성남FC 사건의 골자는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이 각종 인허가 관련 부정한 청탁을 받고 네이버와 두산건설, 차병원, 푸른위례로 하여금 성남FC에 133억5000만원의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하도록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 영장청구서에 따르면 네이버는 2014년부터 정식 소프트웨어 교육기관을 설립해 운영하고자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부지 매입을 추진하고 있었다. 당시 성남FC 후원금을 확보하지 못해 곤란했던 이 대표는 이를 확인하고, 네이버에 부지 내 건물 신축 등 각종 인허가를 해결해주는 대가로 성남FC 운영자금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에 이 대표는 2014년 10월 네이버에 구미동 부지 우선 매입을 위해선 성남FC에 50억원의 후원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구미동 부지 대신 정자동 178-4 부지에 건물 신축 등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이 대표의 협조를 구할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2014년 11월 초 네이버에서 대관 업무를 담당한 직원 김모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성남시 관계자를 만났는데, 그가 바로 전 전 실장(당시 성남시 행정기획국장)이다. 김씨는 전 전 실장을 만나 이 대표의 협조를 구했고, 그는 이 대표의 의사를 재차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씨는 전 전 실장에게 이 대표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우며, 대신 178-4 부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줬다. 이후 네이버는 정 전 실장을 만났고, 그는 네이버를 최대한 도와주겠다며 50억원의 성남FC 후원을 재차 요구했다. 이때 전 전 실장은 정 전 실장과 동행했다.

네이버는 성남FC에 3년간 40억원을 후원하되 네이버 회사명이 노출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이 대표 등은 기부단체를 형식적으로 경유해 자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제안했는데, 당시 경유 단체로 추천한 곳이 '희망살림'이었다. 희망살림은 이 대표의 측근인 제윤경 전 민주당 의원이 운영하는 단체이다.

네이버는 2015년 2월 전 전 실장과 만나 네이버가 성남FC가 아닌 성남시의 요구에 따라 후원하는 것임을 명확히 하고, 희망살림을 끼워 넣는 방식과 네이버의 요구사항 이행 확약 등을 문서화해 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하지만 전 전 실장은 문서화를 거부하고 성남시를 제외한 '네이버-희망살림-성남FC' 3자 협약 체결과 2년간 40억원의 후원을 요구했다. 이후 네이버와 다시 만난 전 전 실장은 문서화는 곤란하다는 이 대표의 입장을 전달하면서, 성남시를 포함한 협약식 진행을 제안했다.

네이버 그린팩토리 전경. [사진=뉴스핌DB] 2021.03.01 observer0021@newspim.com

네이버는 178-4 부지에 10% 이상 근린생활시설을 반영하고 용적률 상향 등이 성사될 경우 해당 부지의 가치가 약 100억원 이상 상승할 것이란 분석을 한 뒤 이를 추가로 요청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요구사항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이 대표가 거부한 문서화 대신 후원금의 분할 집행을 계획했다.

네이버는 같은 달 전 전 실장에게 이를 요청했고 다음달 그를 또다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전 전 실장은 네이버에 요구사항 이행을 약속하면서, 네이버의 요청대로 직접 후원하는 것이 드러나지 않도록 '네이버-희망살림-성남시-성남FC' 4자 협약을 제안했다.

후원이 성사되면서 이 대표는 2015년 5월 19일 성남시청에서 네이버, 제 전 의원 등과 함께 협약식을 진행했고, 네이버는 3일 뒤인 22일 40억원의 자금 편성 및 지급을 승인했다.

이후 성남시는 2016년 9월 네이버에 건축허가를 내주고, 근린생활시설 지정 허가 등 178-4 부지 내 건물 신축 관련 각종 인허가를 모두 해줬다. 네이버는 2016년 12월 해당 부지 내 건물 신축에 착수해, 2021년 8월 모든 요구사항이 반영된 지상 29층, 지하 8층 규모의 건물을 완공했다.

hyun9@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